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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vs CJ제일제당, ‘햇반 갈등’이 마케팅 전쟁으로 번진 까닭 [이코노Y]

쿠팡, CJ제일제당 저격…“독과점 기업 빠져 중소·중견 성장”
CJ제일제당, 신세계·11번가...反쿠팡연대 움직임 대응


 즉석밥 제품 '햇반'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납품단가 갈등. 이른바 ‘즉석밥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7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주도권 싸움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을 겨냥한 반격에 나섰고, CJ제일제당은 ‘반(反)쿠팡연대’의 동맹군을 확대하고 있다. 

“독과점 기업 빠지니 중소기업 살아났다” 쿠팡, CJ제일제당 정조준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1일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5월 쿠팡 내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자료를 통해 공개한 수치는 이렇다. 쿠팡에서 즉석밥을 판매 중인 중소기업 ‘유피씨’는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만407% 증가했다. 100배 이상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의 ‘곰곰’ 즉석밥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시아스’의 성장률은 727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림의 프리미엄 즉석밥도 전년 동기 대비 4760%의 급성장을 이뤘다.

‘독과점 대기업’에 대한 업체명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업계에선 사실상 쿠팡이 CJ제일제당을 우회적으로 저격했다고 보고 있다. 즉석밥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 

쿠팡의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 [자료 쿠팡]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절반이 넘는 66.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점유율은 오뚜기의 ‘오뚜기밥(30.7%)’, 동원F&B의 ‘쎈쿡’, 하림의 ‘더 미식’ 등이다. 쿠팡은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무수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업체들이 전례 없는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두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부문 지난해 46%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쿠팡은 “냉동만두 부문에서 중소기업 취영루의 상반기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했다”고 즉석밥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11번가의 슈팅배송을 소개하는 '하루만에 팅받네!' 캠페인 2주차 대표 브랜드로 CJ제일제당이 소개됐다. [사진 11번가]

신세계, 네이버·11번가까지..반쿠팡연대 확대 CJ제일제당

일각에서는 이처럼 쿠팡이 CJ제일제당을 직접 겨냥한 것은 ‘반(反)쿠팡 동맹군’ 확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지난 8일 마켓컬리에 이어 전통 유통 공룡인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 SSG닷컴, G마켓)와 손을 잡고 공동 상품을 개발한다고 밝힌 직후 쿠팡이 반격 카드로 중견·중소기업의 즉석밥과 만두 판매 신장률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반쿠팡연대 움직임에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CJ제일제당과 원만하게 협상을 진행중이며 곧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쿠팡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반쿠팡연대가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쿠팡도 반격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특히 쿠팡의 발주가 중단된 CJ제일제당은 네이버 쇼핑의 도착 보장 전문관을 통해 햇반과 비비고 만두, 스팸 등 주요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상품인 햇반은 도착 보장 전문관에서 실시간 판매 순위 3위권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티몬과 지난 12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티몬 카페TWUC(툭)에서 ‘티몬XCJ 푸드마켓’ 팝업스토어를 연다. [사진 티몬]
장기화된 갈등에 주목도 ↑...“마케팅 도구 활용”

또 LG생활건강, 코카콜라 등과 함께 11번가에서 ‘슈팅배송 연합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LG생활건강, 코카콜라도 쿠팡과 납품가를 두고 갈등을 빗고 있는 기업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티몬과도 손을 잡았다. CJ제일제당은 티몬과 지난 12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티몬 카페TWUC(툭)에서 ‘티몬XCJ 푸드마켓’ 팝업스토어를 연다. 티몬이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이는 최초의 온오프라인 연동 팝업스토어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양사 간 갈등이 오래가자, 오히려 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기존에 예정된 할인 행사나 캠페인지만 CJ제일제당과 묶이기라도 하면 ‘반쿠팡연대’로 마케팅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사 간의 갈등이 치닫으면서 이들과 협업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은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를 활용한 사례 역시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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