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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득 100억 클럽’ 오너家 경영인 분석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재계 소득왕·연봉킹은?]①
무보수 이재용 회장 1위…배당금만 3000억원 넘어 
2위 정의선 회장…배당금에 급여 등 1200억원 소득 

2022년 소득 1·2위를 차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오너가(家) 경영인 가운데 배당금과 급여 등을 포함해 1년간 벌어들인 소득이 100억원이 넘는 경영인은 3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이른바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약 30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으로 소득 1위를 차지했다. 배당금과 급여 등을 포함해 12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소득 2위로 조사됐다. 지난해 소득이 500억원을 초과한 경영인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82개 대기업 집단에 주요 그룹을 더해 130개 그룹의 오너가 경영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소득을 집계했다. 배당금은 보유 주식 수에 1주당 지급한 배당금을 곱해 계산했고, 급여는 사업보고서 등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집계했다. 배당금과 급여를 더해 연간 소득을 산출해 순위를 매겼다. 일반적으로 오너가 경영인은 배당금, 급여, 기타 투자 수익 등으로 소득을 올린다. 이 가운데 금융 이자나 주식, 부동산, 각종 금융 투자 등의 기타 투자 수익은 개인 정보라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해 명확히 집계할 수 있는 배당금과 급여를 합산해 연간 소득을 산출했다.


“배당금이 소득 순위 정했다”

국내 주요 오너가 경영인의 지난해 소득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배당금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간 소득 1위를 차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에서 급여를 받지 않았지만 3000억원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해 기준 9741만4196주로 집계됐다. 작년 삼성전자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이 1444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 회장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1406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방식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만큼 배당금을 산출하면 삼성물산 779억원, 삼성생명 626억원, 삼성SDS 227억원 등인 것으로 계산된다. 삼성화재(6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2억원) 배당금까지 더하면 지난해 이 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30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이 아버지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회사 지분 일부를 물려받으면서 연간 배당금 규모 역시 커졌다. 이 회장의 연간 배당금 규모는 지난 2020년 2187억원었는데, 2021년에는 3634억원으로 늘었다.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삼성 계열회사 주식 수가 늘면서 배당금도 증가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다음으로 지난해 소득이 높은 인물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조사됐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기아·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현대모비스·현대위아·이노션 등의 주식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1106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산출된다. 정 회장에게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한 회사는 현대글로비스(427억원), 현대차(391억원), 기아(247억원) 등이 꼽힌다. 여기에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에서 106억원의 급여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소득은 12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회장과 함께 연간 소득 1000억원을 초과한 유일한 오너가 경영인으로 기록된 것이다. 

정 회장의 연간 소득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의 연간 소득 규모는 2020년 641억원에서 2021년 901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가 보통주 배당금 규모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글로비스의 2021년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3700원이었는데 작년에는 5700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 배당금은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정 회장이 현대차에서 받은 급여도 2021년 54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소득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요 오너가 경영인 중에 지난해 소득이 500억원 이상인 인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847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684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532억원)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경우 CJ를 비롯해 CJ제일제당, CJ ENM 등에서 받은 연봉이 221억원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오너가 경영인의 지난해 소득 중 대부분이 배당금인 것과 대조적으로 배당금만큼 연봉도 높았다. 이 회장이 받은 지난해 배당금 규모는 연봉보다 약 80억원 정도 많은 수준이었다. 이 회장은 매년 오너가 경영인 연봉 공개 때마다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소득이 300억~500억원 수준인 오너가 경영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425억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394억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381억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가장 소득이 높은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롯데쇼핑과 롯데지주를 포함해 6개 회사에서 30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가운데 롯데지주가 신 회장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2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 회장은 또한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등 4개 회사에서 115억원을 급여로 받았다. 


“경영권 승계 위한 실탄 마련” 분석도 

이들 다음으로 소득 규모가 큰 경영인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99억원), 허창수 GS 명예회장(279억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274억원),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249억원),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237억원) 순이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엔씨소프트에서만 배당금과 급여를 받았는데, 배당금과 연봉은 각각 175억원, 123억원을 넘었다. 김남구 회장은 한국금융지주에서 받은 배당금만 265억원으로, 소득 대부분이 배당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남정 부회장 역시 지난해 동원산업에서만 237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한화에서만 139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고, 한화와 한화솔루션에서 받은 연봉은 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 지난해 소득이 100억원대인 오너가 경영인은 ▲정몽진 KCC 회장(195억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180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178억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170억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165억원) 등이다. 정몽진 회장은 KCC와 KCC글라스에서 배당금과 연봉을 각각 171억원, 23억원 이상 수령했다. 신창재 회장은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에서 17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겨, 소득 대부분을 배당으로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서경배 회장이 지난해 받은 배당금과 연봉은 각각 140억원, 38억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담철곤 회장은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에서 127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받았다. 올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에서 110억원이 넘는 배당금과 55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소득이 100억원 이상 150억원 미만인 오너가 경영인은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149억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39억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135억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129억원) ▲홍석조 BGF그룹 회장(127억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124억원) ▲김상헌 동서그룹 고문(123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121억원) ▲정몽원 HL그룹 회장(118억원) ▲구본준 LX그룹 회장(113억원)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오너가 경영인 대부분이 대주주라, 고액의 배당금을 통해 높은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국내 기업의 배당 확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대주주가 받는 배당금 규모도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꾀해야 하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한 실탄 마련 차원에서 배당금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일부에선 “대주주가 고액의 배당금을 받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미등기 임원임에도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경영인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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