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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통, 탈중국 속도전....‘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에 꽂힌 이유는

[기회의 땅 ‘베트남’] ①
脫중국 대체지로 낙점...경제성장·생산가능인구 ↑
유통가 “현지 정부 및 기업, 투자 협력 기대”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하노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 유통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과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높아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롯해 미국과의 정치·경제적 마찰 등 각종 리스크가 존재하는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탈(脫)중국’의 대체지인 베트남에서 현지 사업 기회 확대를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기회의 땅’ 베트남, 유통업계 너도나도 진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기회의 땅 ‘베트남’ 순방에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경제
사절단으로 동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터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증류식 소주 열풍을 일으킨 원스피리츠 대표인 가수 박재범까지 동행했다. 김 부회장은 식품업체 오너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불닭볶음면 등 삼양식품 대표 제품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국콜마홀딩스·코스맥스 등 뷰티업계와 형지·한세실업 등 패션업계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총 205명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최대 규모였다. 유통가에서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현지 정부 및 기업과의 투자 협력이 대거 성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주요 그룹들과 함께 추가적인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유통업체들은 이번에 열리는 간담회,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가해 교역·투자, 공급망, 첨단산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롯데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GRS와 롯데쇼핑, 롯데컬처웍스 등 20개의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롯데쇼핑은 오는 8월 베트남 현지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쇼핑몰과 호텔·오피스 등으로 구성된다. 베트남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로 투자액만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베트남 호찌민에 총 사업비 9억달러(약 1조2267억원)를 투자해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 5만㎡(1만5125평) 부지에 연면적 약 68만㎡(2만5700평)의 대형 복합단지에 투입하는 사업비 규모는 9억 달러(약 1조1708억원)에 달하며, 그룹 최첨단 스마트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접목한 스마트 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 개관도 예정됐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께 현지 3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베트남 등지에서 현지 기업과 제휴해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해 있다. 편의점 GS25도 베트남에서 지난달 기준 200곳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GS리테일 현지 합작사는 최근 국제금융공사(IFC)와 투자 계약을 맺고 베트남 사업 진출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인구 70%, 성장 가능성 충분


베트남은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수년간 유통가들이 신성장동력 국가로 점찍어왔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는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6~2021년 중산층 증가율이 10.1%로 동남아에서 가장 높아 향후 10년간 중산층 인구는 5600만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인구 구성 비율을 보면 30세 이하 연령이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가 70%에 달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00달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성장동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GSO)에 따르면 베트남의 2022년 GDP 성장률은  8.02%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58% 넘게 성장했으며 2022년 목표치였던 6.0~6.5%를 훌쩍 넘긴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6.9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베트남 시장은 국내 유통시장과 달리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소매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간 11.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내 K-팝 등 한류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기업을 둘러싼 우호적인 영업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경제개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통업계에서 베트남이 향후 미국과 EU, 중국의 우회수출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K-유통의 ‘탈중국 흐름’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3년여간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고, 국내 유통업체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시장 내 영업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친미 노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국주의 열풍에 공격 타깃이 되면 하루아침에 중국에서 쫓겨날 수 있다. 무엇보다 유통기업들 대부분이 중국에 해외시장점유율 70~80%가 집중돼 있어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유통가들의 탈중국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유통업체가 수년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중국 매출 회복이 느린 상황에 제2의 한한령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실적 방어를 위해서라도 다른 국가로 시장 확대 전략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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