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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설탕’ 아스파탐의 배신?…제2의 ‘사카린 사태’ 되나

[혼돈의 아스파탐]①
WHO,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
이마트·오리온 등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 결정
품목들 매출 변화는 미미, “원료는 결국 대체될 것”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한 가운데 식품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아스파탐을 피하려면 끝도 없죠. 다 피하면 아마 먹을 게 없을걸요.”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되면서 식품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아스파탐은 극소량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어 ‘제로’ 음료들과 막걸리, 과자류 등에 널리 쓰였지만 지난달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제로’ 열풍 타고 흥했는데…대체 원료 찾기에 업계 분주

업계에 따르면 IARC는 아스파탐을 인체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했다. 2B군은 IARC가 1970년대부터 전 세계의 역학조사 자료를 근거로 발암물질을 조사해 위험 정도와 밝혀진 관계에 따라 나눈 4개의 등급 중 하나로 알로에베라, 김치와 같은 절임 채소, 휴대전화 전자파 등이 포함돼 있다.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가 발견한 감미료다. 단맛이 설탕의 200배인데 칼로리가 거의 없어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최근 식품업계에 부는 ‘제로 칼로리’ 열풍을 타고 무설탕 음료·술·사탕·껌 등에 두루 쓰이고 있다.

‘아스파탐 쇼크’는 과거 사카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사카린은 40년 전 유해성 논란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인공감미료다. 설탕보다 300배 이상의 단맛을 내는 반면 열량이 없다. 게다가 설탕의 10분 1에 불과한 가격으로 경제적 효율성까지 갖췄으나, 1977년 발암물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실상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업계는 아스파탐 쇼크가 제2의 사카린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마트,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 유통업체들은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에 나섰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측은 아스파탐이 소량 들어가 있는 ‘제로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5종 원료를 교체하기로 했다. 원료 대체 작업에는 2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하기 이전에 자사는 선제 대응에 나섰다”며 “약 2개월의 기간을 거쳐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품들의 원료를 대체할 것이며 그전까지 잔여 재고는 그대로 판매하되 추가 생산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래밥·포카칩 등 약 10종의 과자류에 아스파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오리온도 WHO의 발표가 있기 전 해당 품목들의 원료를 대체하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WHO의 발표가 있기 전 이미 원료를 대체하기로 확정했다”며 “어떤 원료로 대신할지는 여러 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운제과의 콘칩(초당옥수수맛)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크라운제과 측도 아스파탐 감미료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현재 대체 원료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펩시 제로 슈거’에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이 쓰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국내 콜라 양대산맥 중 하나인 펩시의 제로슈거 제품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재 펩시 제품은 롯데칠성음료가 펩시의 글로벌 본사인 펩시코에서 원액을 받아 국내에 유통하고 있어 본사와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자사는 펩시 글로벌 본사의 보틀러(병입사업자)로 본사 측에서 펩시콜라의 원액을 받아 제품을 생산해 판매 중으로, 아스파탐 논란과 관련해서도 본사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글로벌 펩시와 해당 논란에 대해 논의 중으로, 대체 원료를 찾는다 해도 기존과 동일한 맛을 내야하기 때문에 품질 안정화까지는 두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과자는 한 번에 300~500봉지, 콜라는 55캔 마셔야 위험

식품업계는 아스파탐 논란 이후 대책 마련에 급급하면서도, WHO의 ‘발암가능물질’ 분류 확정 결정이 모순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14일 IARC는 아스파탐을 2B군 암 유발 가능성 물질로 구분했으나, 같은 날 식품첨가물 공동전문가위원회(JECFA)는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아스파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증 허가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오랜 기간 동안 문제 없이 사용돼 왔다”며 “현재 아스파탐이 들어갔다고 파악된 식품들에도 0.001%가량 극소량으로 들어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스파탐이 소량 들어간 과자의 경우 300~500봉지를 한 번에 섭취해야 인체에 유해할 수 있고 제로 콜라는 55캔, 막걸리는 33병을 한 번에 먹어야 문제가 된다고 알려졌다”면서도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쉽게 찾는 식품이고,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어 결국 아스파탐은 다른 원료로 순차적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이긴 한다”고 덧붙였다.

아스파탐이 소량 들어간 과자의 경우 300~500봉지를 한 번에 섭취해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아스파탐 논란은 문제가 된 제품들의 매출에 사실상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한 대형마트에서의 막걸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스파탐 논란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리온·대상·동원 등의 아스파탐 함유 제품 매출 변화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고래밥·포카칩 등 제품에 아스파탐이 들어 있지만 해당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워낙 많이 찾는 제품이고 일일 허용량을 넘지 않으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알고 있어 매출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 관계자는 “자사의 감미료 제품 중 ‘그린스위트’에 아스파탐이 소량 들어 있어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이는 당장의 매출보다는 뒤늦게 대처했을 때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을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린스위트가 자사의 메인 제품은 아니라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성분에 대한 이슈는 충분히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빨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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