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차입금 사상 첫 30조 돌파…1년 이자만 1조 [이코노 리포트]
올해 2분기 차입금 30조8100억…전년比 59% 급증
분기별 이자비용 3000억원 상회…수익성 악화 우려
골칫거리 재고자산은 감소…글로벌 감산 효과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불어난 차입금에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뼈를 깎는 비용 절감 노력으로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차입금비율이 사상 처음 30조원을 돌파하며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1년 이자비용만 1조원을 상회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도 차입금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규모는 30조8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급증했다. 전분기(28조7600억원)와 비교해도 7.1% 늘어난 수치다. 차입금은 타인으로부터 빌려 온 자금으로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상환기간에 따라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으로 구분한다. SK하이닉스의 차입금 규모가 3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향으로 차입금을 자본으로 나눈 차입금비율도 5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p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차입금비율은 지난해 1분기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1분기 29% ▲2022년 2분기 29% ▲2022년 3분기 32% ▲2022년 4분기 36% ▲2023년 1분기 47% ▲2023년 2분기 54% 등이다.
문제는 불어난 차입금 탓에 이자비용 부담도 확대됐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지출한 이자비용은 3030억원이다. 2분기 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점과 금리 추이 등 외부적 요인 등을 고려했을 때 SK하이닉스의 1년 이자비용은 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 동안 차입금만큼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던 재고자산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16조4200억원으로 직전 분기(17조1820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위기가 본격화하지 않았던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38.2% 증가한 수치지만 하락세로 돌아서며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재고평가손실이 감소하면서 영업손실 폭이 줄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잇달아 감산에 나선 것이 재고자산 안정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2분기 적자폭 축소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조8821억원으로 전분기(3조4023억원) 15.3%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7조3059억원으로 같은 기간(5조881억원) 대비 43.6%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 업황에 대해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메모리 기업 감산 효과도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AI용 메모리인 HBM3, 고성능 D램인 DDR5, LPDDR5와 176단 낸드 기반 SSD를 중심으로 판매를 꾸준히 늘려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전사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에는 변함 없지만, 그동안 경영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분기를 저점으로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성능 제품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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