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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수익보다 폐점률 0% 자부심” 교촌치킨 성장 비결은 [이코노 인터뷰]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인터뷰
‘정도경영’ 기반...가맹점과 상생 목표
“단기 성과 아닌, 중장기적 결과 만들어야”


윤진호 교촌에프앤비(F&B) 대표이사.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당장의 수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성장’의 의미는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바로 가맹점 수익증대, 파트너사와의 공정거래, 그룹사 임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거죠. (웃음)”

7월 15일 경기도 오산시 교촌에프앤비(F&B)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윤진호 대표이사는 인터뷰 내내 치열한 치킨업계의 현주소와 함께 “기업 철학인 ‘정도경영’(正道經營)을 기반으로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모범 구조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잡하고 급속한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정직함’을 바탕으로 창업정신을 이어 나간다는 게 윤 대표의 경영 목표다.

15년 경력의 컨설팅·전략·마케팅 분야 전문가

윤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으로 15년여 간 컨설팅·전략·마케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는 2007년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애경산업, SPC삼립 등 유통 기업을 거치며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업황을 몸소 체험했다. 교촌에프앤비에는 2022년 3월부터 합류했다.

“소비재 중에서도 유통, 프랜차이즈 시장은 매우 빠르게 돌아갑니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실제로 고객들이 찾는 현장 매장을 찾아 빠른 트렌드의 변화를 직접 보고, 분석해야 합니다. 직접 움직여서 ‘이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배웠죠. 일례로 BCG에 재직하던 시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롯데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가 있었어요. 이슬람교로 인해 돼지고기와 소고기 대신 닭고기가 더 많이 소비되는 나라에서 당시 닭만 한 두 달가량 먹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닭만 생각하면 속이 미식거릴 정도였는데, 치킨 만큼은 예외였어요. ‘아무리 (닭이) 물려도 튀긴 치킨만큼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이때 치킨에 대해 ‘변화’을 좀 더 주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식품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위) 윤진호 교촌에프앤비(F&B) 대표이사가 7월 14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본사 4층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아래) 교촌치킨 초창기 가게 모습을 그린 그림. [사진 신인섭 기자]

윤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교촌의 무기로 ‘차별화’를 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을 오픈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나선 것도 차별화 시도 중 하나다. 교촌은 교촌필방을 통해 ‘붓으로 바르는 정성’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교촌은 특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치킨 한 조각 조각마다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조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늘 우리만의 길을 가자,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의 교촌보다 더 좋아지는 마인드로 우리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성공하고자 합니다. ‘교촌필방’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죠. 교촌 브랜드의 이미지에 대한 철학과 추구하는 바를 고객들에게 느낄 수 있는 작업을 만들어 내고자 했어요. 실제로 교촌 치킨은 조각 하나하나에 붓질로 소스를 바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못 느끼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이유는 소스가 육질에 잘 스며들게 하고 양념치킨의 바삭한 튀김 옷을 유지하기 위함이죠. 교촌필방을 통해 교촌의 이미지와 철학을 실제로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수제맥주, 라면 등의 신(新)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교초치킨에서 첫 볶음면인 ‘교촌 레드시크릿 볶음면’과 ‘교촌 블랙시크릿 볶음면’ 2종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내부적으로 새롭게 방향으로 잡은 게 바로 볶음면입니다. 현재 ‘치밥’(치킨+밥), ‘치떡’(치킨+떡)도 있지만 ‘치면’(치킨+라면)이라는 부분은 없어서,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죠. 사전 테스트에 있어서 내부 반응도 좋았고요. 결국은 점주들이 팔 수 있는 무기가 많아야 하는데, 정말로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 보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매출 증대를 위해서 다양한 제품군을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윤 대표가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다.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치킨만 팔아선 안 된다’는 인식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육성에 나선 것이다.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치킨 업계 1위 타이틀을 수년간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경쟁사인 bhc 매출액이 5000억원을 돌파하며 매출 1위 자리를 10년 만에 빼앗겼다.

하지만 시장 우려와 달리 윤 대표는 그리 조급하지 않은 눈치다. 매출에 급급해 매장을 늘리기보다 기존 가맹점주와 상생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촌은 수도권 진출 이후 2001년 280개였던 매장 수가 2002년 500개, 2003년 1000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요.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도 창업 대기자가 300명이 넘을 만큼 인기였지만, 교촌은 기존 가맹점주의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며 전부 돌려보냈습니다. 당시 가맹점을 하나 열 때마다 본사 이익이 2000만원이 넘던 시절이니, 300명이라고 하면 60억원의 이익을 포기한 셈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성과만 생각하면 점포 수를 확대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희가 늘 점주한테 약속하는 부분도 회사가 어떤 성과라든지, 본사의 이익만을 위해서 매장 출점을 하지 않습니다.” 

“외형성장 보다 내실경영 집중”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은 ‘치킨 조리용 협동 로봇’ 도입이다. 로봇 도입을 통해 조금이라도 가맹점주의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교촌치킨 가맹점 3곳에 치킨 조리용 협동 로봇을 도입한 데 이어 로봇의 생산성과 경제성 등을 분석해 도입 가맹점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연내까지 사전테스트를 거친 후 최소 100~200여 개의 조리로봇을 도입 완료할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기술적인 면이 발전되면 향후에는 자동튀김로봇, 서빙로봇, 테이블 로봇 등을 확대 도입할 예정이고요.”

또 본사는 2014년 이후 10년간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해 왔다. 분담 비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 기록도 불가피했다. 이처럼 교촌은 비용 상승 요인을 분담하며 동종업계 대비 낮은 제품 가격대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본사 지원도 한계에 부딪히며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윤진호 교촌에프앤비(F&B) 대표이사가 7월 14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본사 4층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점주와 상생’이 곧 ‘교촌의 목표’


교촌 본사와 가맹점과의 진정한 상생을 여실히 증명해 내는 것이 바로 폐점률이다. 교촌치킨의 평균 폐점률은 사실상 0%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치킨 업계 평균 폐점률은 13.7%다. 교촌치킨 폐점률은 2018년 0.5%, 2019년 0.2%, 2020년 0.1%, 2021년 0%, 2022년 0.1%로, 늘 0%에 머물고 있다. 

“위대한 기업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미래를 싹틔웠습니다. 가맹점과의 상생도 정도 경영의 일환 중 하나입니다. 상생은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사로운 이익보다 교촌 가족 전체의 동반 성장을 위한 진정한 상생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립 31주년의 새로운 슬로건으로 ‘해현갱장’(解弦更張)을 공개하고 100년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도약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해현갱장은 고대 역사서 한서에 나오는 말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기본적인 브랜드 철학에 새로운 모습을 더해 변화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전문경영인이 단기 성과에 집착해서 살아남는 경우도 있지만, 그 조직의 사람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성과라는 게 꼭 숫자로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결과를 내려면 그 과정이 중요하죠. 과정을 잘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그러한 면에서 저 역시 권원강 창업주와 정신이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습니다. 비록 컨설턴트 출신이지만 단기적 성과가 아닌, 중장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진호 교촌에프앤비(F&B) 대표이사가 7월 14일 경기도 오산시 본사 4층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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