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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알바천국 횡포에 멍든 시장…“긱 경제 적합한 플랫폼 절실”

[갑질·담합에 멍든 ‘긱’ 이코노미 시장]②
20년 유지된 잡보드 형태 플랫폼…편의보단 수익에 집중
긱 경제 맞춤형 ‘AI 기반 연결’ 플랫폼 해외선 다수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긱 경제(Gig Economy·정규직보다 임시 고용이 적합한 시장)에서 곡소리가 나온다.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온라인 연결 서비스’ 시장을 지배한 두 기업의 횡포 때문이다.

알바몬·알바천국이 담합을 통해 가격과 거래조건을 조정했다는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긱 경제에 적합한 대안 플랫폼이 국내에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바몬·알바천국은 단기 아르바이트 연결 온라인 시장을 6대 4 정도로 양분하고 있다. 두 기업을 제외하곤 경쟁사가 없어 담합이 가능했단 분석이다. 더욱이 양사의 핵심 서비스가 잡보드(Job Board·구인자가 채용 광고를 내고 구직자가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러 ‘구인자와 구직자 간 연결이 안 될수록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를 형성, 구인이 급한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단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잡보드 형태의 단기 아르바이트 온라인 연결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안착했다. 당시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구인·구직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접근성·편의성이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13년 403억원에서 2020년 910억원으로 성장했다. 잡코리아 자회사인 알바몬이 약 583억원, 알바천국을 운영하는 미디어윌네트웍스가 약 327억원을 차지하는 구조다.

문제는 잡보드 위주의 단기 구인·구직 온라인 연결 시장이 형성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초기 서비스 모델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그간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기술을 통한 서비스 강화’는 유독 이 시장을 비껴갔다. 업계에선 알바몬·알바천국이 ‘단기 아르바이트 구직자 대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 지위’를 구축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일일 업무를 처리하는 업종의 업체들은 늘 ‘구인난’에 시달린다. 알바몬·알바천국 내 나열되는 숱한 채용 공고 중에서 ‘눈에 띄어야’ 인력 수급이 가능하단 의미다. 이는 알바몬·알바천국이 ‘무료 공고 불가 업종 지정’ 등의 서비스 운영 방침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지목된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인력 수급이 급한 업종일수록 플랫폼에 귀속돼 유료 서비스를 강제해도 불만 제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잡보드 문제는 ‘유료 서비스 강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채용 공고가 눈에 띄지 않아 사기 등 피해 발생을 조기에 발각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닌다. 실제로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공유된 피해 사례를 보면, 사기 업체들은 알바몬·알바천국을 통해 ‘유명 택배업체 취업, 월 500만원 이상의 고수익 보장’ 등의 허위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피해자를 유인, 택배 차량 구매를 유도했다. 이 밖에도 ▲성매매 연결 ▲개인정보 탈취 후 잠적 ▲허위 정보로 유인 후 다단계 기업 연결 ▲보이스피싱 공범 가담 등의 다양한 피해 사례가 알바몬·알바천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AI 기반’ 긱 워커 연결 플랫폼, 해외선 활발

해외에선 잡보드 형태의 단기 구직·구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긱 경제에 적합한 형태의 플랫폼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해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려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 수익을 올리는 식으로 플랫폼이 고도화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우버워크’(Uber Works)가 꼽힌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Uber)가 2019년 출시한 플랫폼이다. 요리사·청소부 등의 임시직 일자리를 구직자와 연결해 주는 서비스가 주력 사업이다. 우버는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AI 배차 알고리즘을 토대로 ‘긱 워커’(Gig worker·긱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와 고용주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내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Uber)는 2019년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 ‘우버워크’(Uber Works)를 출시했다. [제공 우버]

온라인 전환 속도가 국내보다 늦다고 평가되는 일본 시장에서도 AI를 접목한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이 대거 등장한 상태다. 시간 단위의 일을 찾는 ‘스팟워커’(Spot Worker)가 늘어나면서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타이미(TIMEE) ▲쉐어풀(Sharefull) ▲츠나구 그룹(Tsunagu Group) ▲워크락(Wakrak) 등이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해당 플랫폼 모두 AI를 기반으로 한 연결 서비스를 중점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서도 ▲동네알바 ▲당근알바 ▲원티드 ▲탤런트뱅크 등이 IT 역량을 기반으로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 대다수가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돼, 알바몬·알바천국과 직접 경쟁 구도에 있지 않다. 긱 경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이 사실상 잡보드 서비스가 주력인 알바몬·알바천국뿐 이란 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자비스앤빌런즈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채용 수는 약 1억2000만 건으로 조사됐다. 국내 취업자 2600만명 중 1000만명이 긱 워커로 추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긱 경제 규모가 국내서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 현재 잡보드 형태의 서비스가 여전히 시장을 장악한 형태라면 구인자와 구직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AI 기술 등을 활용해 구인자와 구직자를 보다 밀접하게 연결하는 서비스가 국내 긱 경제 내 안착하는 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알바몬·알바천국 측은 수익성 증대 방안으로 지적된 ‘무료 공고 제한 업종 지정’ 등의 조치가 구직자 보호를 위한 제도라고 해명했다. 또 사기 등의 구직자 피해 방지를 위해 채용 공고 검수 역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알바몬 관계자는 “모든 공고를 검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정교한 심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업직종과 인력공급 자체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업직종을 ‘무료 공고 등록 불가’로 지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유료 상품은 지원자를 단시간에 더 빠르게 모집하길 원하는 기업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알바천국 관계자 역시 “구직자가 신고한 업체나 허위 공고 등록 확률이 높은 업종은 무료 공고 등록 이용을 제한 중”이라고 했다. 플랫폼 고도화에 대해선 “AI 알고리즘 기술에 기반해 공고 및 인재를 추천하는 ‘스마트픽’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고, 관련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담합에 대해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에 대해선 양사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다만 업계에선 ▲두 플랫폼에 월간 약 17만 건의 채용 공고가 올라와 검증의 세밀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택배·물류 등 일일 구직자가 급한 다수의 업종이 무료 공고 게시가 제한된다는 점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공고가 즉시 게재된 후 검증이 이뤄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구직자 보호보단 수익성 강화’에 서비스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알바몬은 인재파견·아웃소싱·배달대행·택배와 물류·텔레마케팅·학습지 교사 등의 업직종은 ‘구직자 보호’를 명분으로 무료 채용 공고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무료 등록이 가능한 업직종이라도 채용 공고가 등록 24시간 후에 게재된다. 그러나 광고 상품을 사용하면 즉시 게재 후 공고에 대한 검수가 이뤄진다. 상황은 알바천국도 마찬가지다. [사진 알바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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