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리커머스 시장, 2029년까지 30% 성장 예정
중국·일본은 정부 주도로 리커머스 산업 육성
국내 기업 이중과세 등 불이익…“규제 완화해야”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리커머스(중고 거래)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K-팝·K-뷰티·K-패션 등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K-중고품’이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K-리커머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제도 개선과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기반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오퍼업의 ‘리커머스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2074억 달러(약 287조원)가량으로 추정됐다. 지난 2019년 1300억 달러(약 180조원) 규모에서 5년 새 1.6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오퍼업은 올해 글로벌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2260억 달러(약 321조원)를 넘어선 뒤 오는 2029년에는 30%가량 성장한 2916억 달러(약 404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베이(eBay)는 올해 ‘역직구 4대 트렌드’ 중 하나로 한국 중고품이 수출되는 리커머스를 꼽았다. 역직구란 해외 소비자가 플랫폼 등을 이용해 한국 물건을 구매하는 일을 뜻한다.

‘K-굿즈’ 흥행하자 덩달아 뜨는 중고 역직구
국내 중고 거래 전문 기업도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지난 2023년 7월 해외 전용 중고 거래 서비스인 ‘글로벌 번장’을 시작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글로벌 번장의 해외 이용자 수(MAU)는 출범 후 1년 만에 약 131% 늘었다. 지난해 거래액은 2023년 대비 63%, 거래 건수는 46% 증가했다. 글로벌 번장은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딜리버드코리아가 작년 발표한 역직구 인기 쇼핑몰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한 K-팝 플랫폼 ‘위버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글로벌 번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래 품목은 ‘K-굿즈’다. 지난해 번개장터가 공개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번장 전체 거래 건수 중 ‘스타굿즈’ 항목이 약 69%를 차지하며 최다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가 흥행하며 굿즈와 패션 등 한국의 중고품이 주요 수출 품목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번개장터에서는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K-굿즈의 역직구 거래량이 급증했다. 번개장터의 K-굿즈 역직구 구매 건수는 1년 사이 78% 늘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56% 증가했다.
번개장터는 해외 판매 확대를 위해 일본의 인기 중고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 이베이 등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도 강화 중이다. 메루카리와 제휴한 뒤 8개월 만에 번개장터의 거래액은 35배 넘게 증가했다. 이베이와 연동 후에는 해외 판매액이 1105%, 거래 건수는 1553% 뛰었다.

“K-콘텐츠 인기인데…정작 수익은 中·日서 챙겨”
리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중고 거래를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신애 글로벌 리커머스 산업협회장은 “최근 3~4년 사이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한국의 중고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전통적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중고차에 이어 전자기기·굿즈·의류 등을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한국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지금이 조세 제도 개선 등을 통해 K-리커머스를 새로운 수출 모델로 발전시킬 적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정부 주도로 리커머스 산업을 키우며 K-콘텐츠 관련 중고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도 정책적 지원이 미흡해 실질적 수혜는 다른 국가가 누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메루카리는 K-팝을 인기 카테고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리커머스 플랫폼 ‘캐로셀’도 K-웨이브를 별도 카테고리로 만들었다. 중국 알리바바의 리커머스 자회사 ‘시엔위’에서도 K-팝 관련 굿즈를 다수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리커머스 플랫폼이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중고 K-굿즈를 저렴하게 판매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정작 콘텐츠 종주국인 국내 플랫폼은 규제에 가로막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리커머스를 글로벌 신성장 산업으로 점찍고 ▲세제 지원 ▲기술 투자 ▲통관 간소화 등 여러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중고품에 ‘마진세’나 부가세 의제매입 제도를 도입해 세금 부담을 낮췄다. 미국은 민간 중심으로 중고품 매출세 폐지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중고 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해외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중과세 ▲‘영세율’(0% 세율) 적용 예외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 따르면 부가가치세(부가세) 의제매입세액 공제 대상은 재활용 폐자원과 중고차뿐이다. 중고 신발·의류·전자기기 등 일반 중고품은 적용받지 못한다. 중고 거래 시에는 세금 계산서 발급이 어려워 이미 부가세가 납부된 중고품을 수출할 때도 부가세를 다시 내야 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 수출업자’의 경우 영세율 혜택을 받아 매입세액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중고품 수출업자’는 거래 증빙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세율 지원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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