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위원장이 바라본 ‘청소년 금융 문맹’...해법은?[이코노 인터뷰]
[청소년 금융 문맹 위기]③
신제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 인터뷰
“전 위원장 시절, 금융교육 중요성 느껴”
청소년 교육 ‘흥미’ 강조…“금융교육 메타버스 구상 중”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은 갈수록 하락세다. 하지만 가정 내에서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를 가르칠 부모 세대들도 이렇다 할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이런 ‘금융 불모지’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금융지식을 심어주고자 20년간 노력해 온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는 ‘청소년의 금융 문맹 퇴치’를 기치로 2003년 4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민간주도형 금융교육협의체다. 지난 20년간 청교협이 금융교육을 실시한 인원 수만 174만여명에 달한다.
청교협의 수장은 전 금융위원장인 신제윤 회장이다. 신 회장은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 불거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동양그룹 사태’ 등을 겪으며 “이전에는 몰랐던 서민들의 금융 생활을 알게 됐고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는 “청교협 설립 20년은 사람으로 치면 ‘약관’(弱冠)의 나이로 성인이 돼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시기”라며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금융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Q. 과거보다 청소년 금융이해력이 저하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융교육의 빈도나 관심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예전부터 지속 제기된 문제로 학교 교육이 금융이해력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대비 지방 중소도시의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저하, 즉 금융교육 양극화 현상도 평균을 낮춘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진 않고 있다. 본질적으로 금융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이해력을 급속히 높이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코인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지식 이해 부족으로 인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일정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본인의 재무설계와 소비 생활에서 불이익이 없게끔 하는 게 금융교육의 목표다.
Q. 코로나19 이후 금융교육은 이전과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A.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대면이 대세가 됐다. 금융교육도 비대면에 대비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런데 비대면 교육은 강제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재미가 없으면 외면받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 비대면 금융교육의 기본이자 핵심은 ‘흥미’다.
청교협도 관련 아이디어를 모으고 준비 중이다. 예컨대 메타버스 공간에서 모의 투자를 하고, 학생들이 가상의 사업을 해볼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상당한 경비와 시간이 들기는 하나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현재 학교 금융교육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말해달라.
A. 우선 학교에는 교재가 별로 없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건전한 소비, 저축 생활, 그리고 재무설계까지 교재 내용이 굉장히 풍성하다. 그리고 입시 위주인 우리나라에선 ‘시험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운 금융을 공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결국 교사들의 자발적인 금융교육 활성화 노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교사들은 금융 동아리를 만들어 교실에서 금융 생활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실천하고 있다. 교실에서 쓰는 화폐를 만들어 학용품 등 물품을 사게 하고, 대출도 직접 해보는 식의 생생한 교육이다. 학생들은 물가 개념과 이자율 계산 등을 피부로 배울 수 있게 된다.
Q. 금융을 시험 필수 과목으로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A. 가령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 과목으로 금융을 편입하는 등의 조치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금융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생들은 점수를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1.4%(2022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엄청난 지식과 내공을 가진 소수 인원이다. 따라서 금융 과목은 의무화하되 상대평가가 아닌 ‘패스(Pass/통과)·페일(Fail/탈락)’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낙오되는 학생들을 막을 수 있으며, 관심이 더 있는 학생들은 심화 교육을 진행하면 된다.
Q. 20돌 맞은 청교협의 앞으로 계획은.
A.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금융교육 교재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중·고생들에게 ‘1인 1태블릿’ 보급을 준비 중이다. 이 계획에 발맞춰 청교협도 움직일 예정이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운영하는 금융 보드게임을 온라인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방 소재 학교와 노인, 장애인, 미혼모 등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초창기 다문화가정 2세들이 이제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기 예방법과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금융 이용 방법을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자막을 입혀 쉽게 이해하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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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융 불모지’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금융지식을 심어주고자 20년간 노력해 온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는 ‘청소년의 금융 문맹 퇴치’를 기치로 2003년 4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민간주도형 금융교육협의체다. 지난 20년간 청교협이 금융교육을 실시한 인원 수만 174만여명에 달한다.
청교협의 수장은 전 금융위원장인 신제윤 회장이다. 신 회장은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 불거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동양그룹 사태’ 등을 겪으며 “이전에는 몰랐던 서민들의 금융 생활을 알게 됐고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는 “청교협 설립 20년은 사람으로 치면 ‘약관’(弱冠)의 나이로 성인이 돼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시기”라며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금융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Q. 과거보다 청소년 금융이해력이 저하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융교육의 빈도나 관심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예전부터 지속 제기된 문제로 학교 교육이 금융이해력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대비 지방 중소도시의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저하, 즉 금융교육 양극화 현상도 평균을 낮춘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진 않고 있다. 본질적으로 금융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이해력을 급속히 높이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코인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지식 이해 부족으로 인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일정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본인의 재무설계와 소비 생활에서 불이익이 없게끔 하는 게 금융교육의 목표다.
Q. 코로나19 이후 금융교육은 이전과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A.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대면이 대세가 됐다. 금융교육도 비대면에 대비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런데 비대면 교육은 강제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재미가 없으면 외면받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 비대면 금융교육의 기본이자 핵심은 ‘흥미’다.
청교협도 관련 아이디어를 모으고 준비 중이다. 예컨대 메타버스 공간에서 모의 투자를 하고, 학생들이 가상의 사업을 해볼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상당한 경비와 시간이 들기는 하나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현재 학교 금융교육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말해달라.
A. 우선 학교에는 교재가 별로 없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건전한 소비, 저축 생활, 그리고 재무설계까지 교재 내용이 굉장히 풍성하다. 그리고 입시 위주인 우리나라에선 ‘시험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운 금융을 공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결국 교사들의 자발적인 금융교육 활성화 노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교사들은 금융 동아리를 만들어 교실에서 금융 생활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실천하고 있다. 교실에서 쓰는 화폐를 만들어 학용품 등 물품을 사게 하고, 대출도 직접 해보는 식의 생생한 교육이다. 학생들은 물가 개념과 이자율 계산 등을 피부로 배울 수 있게 된다.
Q. 금융을 시험 필수 과목으로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A. 가령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 과목으로 금융을 편입하는 등의 조치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금융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생들은 점수를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1.4%(2022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엄청난 지식과 내공을 가진 소수 인원이다. 따라서 금융 과목은 의무화하되 상대평가가 아닌 ‘패스(Pass/통과)·페일(Fail/탈락)’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낙오되는 학생들을 막을 수 있으며, 관심이 더 있는 학생들은 심화 교육을 진행하면 된다.
Q. 20돌 맞은 청교협의 앞으로 계획은.
A.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금융교육 교재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중·고생들에게 ‘1인 1태블릿’ 보급을 준비 중이다. 이 계획에 발맞춰 청교협도 움직일 예정이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운영하는 금융 보드게임을 온라인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방 소재 학교와 노인, 장애인, 미혼모 등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초창기 다문화가정 2세들이 이제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기 예방법과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금융 이용 방법을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자막을 입혀 쉽게 이해하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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