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CFD 사태…‘시한폭탄’ 또 터질라 우려도
[다시 돌아온 CFD]③
‘아케고스 사태’ 등 경고등 울렸지만
CFD 거래 규모 늘며 위험성 커져
충당금 쌓은 증권사, 실적에도 영향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차액결제거래(CFD)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증시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면서다. 과거에도 금융권 일각에선 CFD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비상벨이 지속해서 울렸지만, 당국과 업계가 손 놓고 있는 사이 결국 ‘SG증권 사태’가 터졌다. 이에 오는 9월 CFD가 재개되면 ‘시한폭탄’ 초시계가 또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CFD 비상벨’ 과거에도 울렸다…사례 보니
CFD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 사건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한국거래소가 적발한 사례에 따르면 2020년 투자자 A씨가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자 CFD 계좌를 이용해 대거 시세 조종성 매수를 해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가 있었다.
2021년에는 소위 ‘아케고스 사태’로 CFD의 위험성이 또 한 번 부각됐다. 당시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Bill Hwang)이 설립한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캐피탈은 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10배 가량인 500억 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주식이 폭락하자, 증권사들이 담보 주식 200억 달러를 매도해 CFD 거래를 강제 청산했고, 고객과 금융사들이 총 1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후 발생한 것이 ‘SG증권 사태’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는 지난 4월24일 선광‧하림지주‧세방‧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갑작스러운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발생했다.
구체적인 수법으론 주식을 얼마에 사고팔지 정해놓고, 거래하며 주가를 올리는 ‘통정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때 주가조작 세력이 활용한 것이 CFD다. 8개 종목이 급작스레 폭락한 것 역시 8개 종목을 담은 CFD 계좌가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서 증권사가 결제 청산을 위해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하한가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CFD의 문제점이 진작에 제기됐다고 주장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2020년 코로나 폭락장 당시에도 CFD의 문제가 불거졌었다”며 “2021년 빌 황의 아케고스 펀드 역시 CFD로 고레버리지 투자를 진행하다 이틀만에 200억 달러의 손실을 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번 사태(SG증권 사태)는 2019년 금융당국이 CFD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낮추며 3년만에 CFD 투자자가 8배 급증한 가운데 주가 조작 세력이 CFD를 악용해 생긴 것”이라며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고 밝혔다.
과거 금융권에서도 CDF에 대한 우려를 지속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도 이미 지난 2020년 CFD를 통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 심리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CFD는 손익정산을 위한 일부 증거금 납입만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 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폭증한 CFD 규모 따라…부작용도 커져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CFD 시장규모는 점차 확대됐다. CFD는 투자위험이 커 전문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난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CFD 거래규모는 지난 2020년 30조9000억원에서 2021년 70조1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CFD 거래가 허용된 개인전문투자자 또한 2020년 말 1만1626명에서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등 국내 증권사도 CFD 먹구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키움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809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55.54%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들의 CFD 투자 규모가 컸던 키움증권은 700억~900억원에 이르는 CFD 충당금과 부동산PF 충당금을 쌓으면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증권은 올해 2분기 3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 CFD 미수금(518억원)과 펀드보상(530억원) 등을 대비해 1000억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올해 증시 흐름과 달리 2분기 증권사 실적이 1분기에 못 미친 것은 지난 4월 SG증권발 CFD 사태로 인한 미수채권과 부동산PF 부실우려 등을 대비한 충당금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CFD는 투자 위험이 매우 큰 ‘고위험’ 상품이다. 오는 9월 CFD 거래가 재개되면 이 같은 시한폭탄이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CFD·총주식스와프(TRS) 등의 장외파생상품은 파생상품이 가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불공정거래 행위, 잠재적 불완전판매, 조세회피, 공시의무 회피, 변칙적 기업지배구조 형성 등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SG 사태의 재발을 예방하려면 장외파생상품의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장외파생상품과 연계된 불공정거래와 잠재적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는 노력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및 성과급 체계를 개선하여 금융회사가 단기 수익을 우선하기보다 투자자의 장기수익을 우선하여 영업행위를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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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 비상벨’ 과거에도 울렸다…사례 보니
CFD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 사건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한국거래소가 적발한 사례에 따르면 2020년 투자자 A씨가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자 CFD 계좌를 이용해 대거 시세 조종성 매수를 해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가 있었다.
2021년에는 소위 ‘아케고스 사태’로 CFD의 위험성이 또 한 번 부각됐다. 당시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Bill Hwang)이 설립한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캐피탈은 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10배 가량인 500억 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주식이 폭락하자, 증권사들이 담보 주식 200억 달러를 매도해 CFD 거래를 강제 청산했고, 고객과 금융사들이 총 1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후 발생한 것이 ‘SG증권 사태’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는 지난 4월24일 선광‧하림지주‧세방‧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갑작스러운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발생했다.
구체적인 수법으론 주식을 얼마에 사고팔지 정해놓고, 거래하며 주가를 올리는 ‘통정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때 주가조작 세력이 활용한 것이 CFD다. 8개 종목이 급작스레 폭락한 것 역시 8개 종목을 담은 CFD 계좌가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서 증권사가 결제 청산을 위해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하한가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CFD의 문제점이 진작에 제기됐다고 주장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2020년 코로나 폭락장 당시에도 CFD의 문제가 불거졌었다”며 “2021년 빌 황의 아케고스 펀드 역시 CFD로 고레버리지 투자를 진행하다 이틀만에 200억 달러의 손실을 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번 사태(SG증권 사태)는 2019년 금융당국이 CFD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낮추며 3년만에 CFD 투자자가 8배 급증한 가운데 주가 조작 세력이 CFD를 악용해 생긴 것”이라며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고 밝혔다.
과거 금융권에서도 CDF에 대한 우려를 지속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도 이미 지난 2020년 CFD를 통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 심리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CFD는 손익정산을 위한 일부 증거금 납입만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 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폭증한 CFD 규모 따라…부작용도 커져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CFD 시장규모는 점차 확대됐다. CFD는 투자위험이 커 전문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난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CFD 거래규모는 지난 2020년 30조9000억원에서 2021년 70조1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CFD 거래가 허용된 개인전문투자자 또한 2020년 말 1만1626명에서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등 국내 증권사도 CFD 먹구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키움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809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55.54%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들의 CFD 투자 규모가 컸던 키움증권은 700억~900억원에 이르는 CFD 충당금과 부동산PF 충당금을 쌓으면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증권은 올해 2분기 3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 CFD 미수금(518억원)과 펀드보상(530억원) 등을 대비해 1000억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올해 증시 흐름과 달리 2분기 증권사 실적이 1분기에 못 미친 것은 지난 4월 SG증권발 CFD 사태로 인한 미수채권과 부동산PF 부실우려 등을 대비한 충당금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CFD는 투자 위험이 매우 큰 ‘고위험’ 상품이다. 오는 9월 CFD 거래가 재개되면 이 같은 시한폭탄이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CFD·총주식스와프(TRS) 등의 장외파생상품은 파생상품이 가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불공정거래 행위, 잠재적 불완전판매, 조세회피, 공시의무 회피, 변칙적 기업지배구조 형성 등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SG 사태의 재발을 예방하려면 장외파생상품의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장외파생상품과 연계된 불공정거래와 잠재적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는 노력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및 성과급 체계를 개선하여 금융회사가 단기 수익을 우선하기보다 투자자의 장기수익을 우선하여 영업행위를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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