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상 거뜬한 ‘장수명 주택’…기둥식구조 대세될까
[K-아파트 구조 패러다임] ② 내구성·가변성·수리 용이성 3박자 갖춰
장수명 최우수·우수 인증 적고, 공사비 증가와 벽간소음 취약은 한계점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최근 친환경, 녹색성장 등이 강조되면서 10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장수명 주택’이 급부상하고 있다. 벽식구조 대비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가변이나 수리가 편리해 거주자 수요에 따라 공간활용도가 높다는 강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택은 일반적으로 벽체를 고정한 획일적인 평면 구성을 갖는 ‘벽식구조’로 이뤄져있다. 벽식구조는 공사비가 저렴하고 공기가 짧아 산업화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단 시공을 마치면 공간 변화에 제약이 많아 가변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각종 배선과 배관이 콘크리트 속에 묻혀 있어 수리와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주택의 평균 수명은 건설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27년이다. 반면 미국은 71년, 영국과 독일의 주택 수명은 각각 128년과 121년이다.
기둥식구조, 취향 따라 자유로운 평면 배치 강점
이에 정부는 지난 2014년 구조적인 내구성을 갖추되 입주자 수요에 발맞춰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까지 우수한 장수명 주택 장려 제도를 발표했다.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를 도입해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이 인증을 받도록 했다.
장수명 주택 인증 등급은 ▲최우수 ▲우수 ▲양호 ▲일반 총 4단계로 구분한다. 우수 등급 이상 취득 시 조례로 정한 건폐율과 용적률을 용도지역별 법정 한도의 최대 15%까지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장수명 주택이 노후주택의 유지·보수 문제 또한 시공 때부터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층간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적극 권장했다. 장수명 주택의 핵심 공법인 기둥식구조를 활용하면 건축폐기물 등 재건축 과정에서 환경적 문제가 발생하는 벽식구조 방식과 달리 굳이 집을 허물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콘크리트 주택의 내력벽을 줄이는 대신 넓어진 공간을 합판이나 석고보드 패널, 수납형 조립식 벽체 등을 가변벽체로 적용하면서 벽체 설치와 해체가 용이하고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택 하중을 벽체에 의존하는 벽식구조와 달리 기둥식구조는 하중 전체를 기둥으로 지탱해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을 갖췄다. 기둥식구조를 적용하면 입주자 취향에 맞는 자유로운 평면 배치가 가능하고, 교체나 수리도 쉽기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에도 유리하다.
국토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수명 주택은 벽식구조 등 비(非)장수명 주택과 비교해 생애주기 비용도 약 11~18% 절약 가능하다. 철거와 재건축 횟수를 줄임으로써 장수명 주택 양호등급 기준으로 비장수명 주택 대비 온실가스는 약 17%, 건설폐기물은 약 85%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구조물의 짧은 수명은 빈번한 재건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집값 상승 등 부동산 문제와 연결된다.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폐기물도 환경 문제와 자원 낭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장수명 주택 권장에도 인증 건수는 감소세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장수명 주택 중 최우수나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일반 등급(99%)을 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허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장수명 주택 인증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인증 건수 1020건 가운데 최우수(1급), 우수(2급) 인증을 받은 주택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인증 건수 중 99%에 달하는 1009건이 최하위인 일반(4급) 등급을 받았고, 1% 수준의 11건이 바로 윗 등급인 양호(3급) 인증을 받았다. 연도별 인증 건수도 2018년 156건 이후 2019년 126건, 2020년 134건, 2021년 127건, 2022년 7월 58건으로 감소 추세다.
내구성 평가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 인증건수 1020건 가운데 1급(100년 이상)과 2급(65~100년) 인증을 받은 주택은 없었다. 3급(65~30년)인증이 713건으로, 전체 70%를 차지했다. 나머지 30%는 4급(30년 미만) 인증으로 307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장수명 주택이 유명무실한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장수명 주택의 초기 건설비용은 비장수명 주택 보다 약 3~6% 더 발생한다. 건설사들은 일부 고급 아파트나 주상복합 아파트에만 기둥식구조를 적용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보면 콘크리트 수명이 100년 정도여서 가변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춘 장수명 주택이 더 튼튼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장수명 주택으로 분류하는 기둥식, 라멘식(기둥+보) 구조를 적용하면 벽식구조(2.8m)에 비해 층고가 0.5m 높아지고, 공사비도 더 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장수명 주택에 적용되는 비내력 칸막이벽인 '커튼월'은 벽간소음에 취약한 편”이라며 “리모델링을 하려 해도 주민들에게 인테리어 사업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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