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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대재해법 A to Z[스페셜리스트 뷰]

2021년 1월 중대재해법 제정…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 책임 물어
중대재해법 CEO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 명시

‘스페셜리스트 뷰’(SPECIALIST VIEW)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첫 번째 필자인 임영섭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등을 지낸 ‘중대재해처벌법’전문가로 기업 경영자들이 꼭 알아야 할 중대재해법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지난 5월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구조물이 파손됐다. [사진 연합뉴스]

[임영섭 미래일터연구원장] # 2022년 5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옮기던 하도급 근로자가 5층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안전대가 설치되지 않은 고층에서 90kg이 넘는 철제 앵글을 옮기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근로자의 추락 사고와 관련해서 안전대 부착이나 작업계획서 작성 등의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가 없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지난 4월 6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사건에 대한 첫 판결로, 회사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2022년 3월 경남 함안군에 있는 한국제강 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1220kg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사망했다.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보수를 담당했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크레인을 운행하던 중 벌어진 사고다. 중량물 취급 작업에 필요한 작업계획서도 없는 상황에서 작업하면서 벌어졌다. 한국제강은 이미 2011년과 2021년 정부 안전 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 4월 26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한국제강 대표이사인 B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중대재해법위반 등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작업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있던 한국제강 대표는 법정 구속됐다. 

# 2022년 3월 인천 중구 을왕동의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40대 중국인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인 노동자 A씨는 공사 현장 지하 1층에서 거푸집을 받치는 동바리(가설 지지대)의 높낮이를 조정하고 있었다. 이때 동바리가 쓰러지면서 그는 가슴을 맞았고, 그 충격으로 뒤로 넘어졌는데 적재된 철근 더미에 머리를 부딪치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지난 6월 3일 인천지방법원은 시너지건설 C씨에게 경영책임자로서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안았고, 이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세 개의 사건은 원청사인 건설사 대표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는 사회적인 이슈가 된 사건·사고를 많이 겪었다.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 사고,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 사고 등 현장에선 끊임없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현장 사고 발생시 고위경영진 책임 물어야 한다는 의견 높아  

하지만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벌어져도 현장의 안전 관계자만 처벌받고, 고위경영진은 처벌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원인을 제공한 해당 기업도 대부분 수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자 ‘공정하지 않은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은 고위경영진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직접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일으키면 강한 처벌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 제정 요구를 불러왔다. 사업주나 법인 또는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에 책임을 물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2021년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흔히 말하는 중대재해법 제정 배경이다. 이 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논의됐다. 가장 먼저 안전 안전조치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관리 실패는 중대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법령 위반죄를 교통사고 유발죄나 형법상 과실치사죄와 같은 범주로 취급하는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게 나왔다. 

현장에서 안전보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현장의 구체적인 안전보건 조치는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았다. 중대재해법을 제정해 그런 안전보건 조치들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의 중하위직급 직원이 아닌 고위경영진이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근원적인 책임이 있는 고위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그동안 이뤄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갖추게 강제하는 법의 필요성도 나왔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 법에서 정하는 ‘안전보건 확보’ 조치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거셌다.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나왔고, 이런 사회적 인식을 중대재해법에 담았다.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부여하고 있는 의무는 모두 15가지다. 크게 보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감독기관이 명하는 사항 이행 ▲안전보건법령이 정하는 의무 이행 ▲수급인에 대한 조치가 CEO의 의무다.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CEO가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안전보건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수급인의 안전보건 능력 평가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지난해 1월 27일 오후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시공 중인 경기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CEO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인력 및 시설 등 확보 의무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의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가 정하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을 참고할 수 있다. 안전보건에 관한 경영방침, 안전보건관리 조직의 구성・인원 및 역할, 안전보건 관련 예산 및 시설 현황 그리고 안전보건에 관한 전년도 활동 실적 및 다음 연도 활동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 인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안전보건담당자 및 산업보건의 등 전문인력을 법에서 정하는 수 이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들 전문인력의 수가 3명 이상인 경우 본사에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두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작업자들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 안전보건 조치를 위한 권한과 예산을 줘서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여건을 확보해 줘야 한다. 또한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검증 의무를 경영책임자가 져야 한다. 

CEO는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인력 및 시설 그리고 장비에 드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현장에서 비용이 없어 기본적인 안전시설조차 설치하지 못하거나 비교 대상이 되는 타 사업장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 ‘필요한’ 예산을 편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CEO는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집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건설 현장이나 공장 등 생산 현장마다 그 특성에 따라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업무처리 절차를 마련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CEO의 역할로 정의하고 있다. 

종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이 있으면 개선 조치를 취하는 것도 CEO의 역할이다. ‘필요한지’ 여부의 판단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CEO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위기관리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위험 요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재해 발생 상황 보고 및 전파, 임시적 위험 요인 제거 및 근로자 대피 방안, 추가 피해방지 방안을 포함한 비상조치 계획 등이 포함된다. 이를 주기적으로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CEO는 수급인 등의 안전보건 능력 평가, 안전 비용 및 수행 기간 보장 의무를 지고 있다. 평가 결과 안전보건 수준이 낮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야 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 안전보건관리규정 제출, 작업절차 준수, 정기 안전보건교육 실시, 위기 대응훈련 참가 등에 대한 사항을 명시하는 것도 좋다. 이때 업종의 특성 등을 감안해 안전보건 확보에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비용과 생산기간을 보장하는 것도 CEO의 역할이다. 

재해 재발 방지대책 수립도 CEO의 의무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조사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발생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동일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같은 종류의 재해가 발생하면 CEO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사항을 이행하는 것도 CEO가 해야 할 일이다. 감독기관이 명령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관계 법령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이행 사항이 원인이 되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법에 따라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안전보건법령이 정하는 의무이행을 점검하고 조치를 하는 것도 CEO의 의무에 속한다. 의무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은 물론이고 이행하지 않은 사항이 있으면 필요한 인력 배치와 예산을 확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도급·용역·위탁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무를명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 여부가 의무의 관건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계약을 맺을 때 권한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만약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급인 종사자에 대해서도 자기 종사자처럼 안전보건 확보 조치를 해야 한다. 

2022년 현장 사고사망자 874명, 중대재해법 적용대상 229건에 달해

2022년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874명이고 이 중 중대재해법 적용대상 사고는 229건이다. 고용노동부는 52건(22.7%)에 대해 수사를 마쳤고 이 중 24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건을 기소하였다. 7월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3건의 판결이 있었는데 모두 CEO의 유죄를 인정했다. 

온유파트너스, 한국제강, 시너지건설 등의 사건에서 법원은 도급업체 CEO가 경영책임자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고,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급업체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법의 시행으로 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주와 도급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공통으로 판단했다. 

재판부 판결문 통해 CEO의 의무 강하게 물어 

판례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중대재해법과 법원의 판단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온유파트너스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대표가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작업 중지 및 근로자 대피, 위험 요인 제거 등 중대재해 발생이나 급박한 위험에 대한 대응 조치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안전보건확보 미조치가 사망사고 위험을 제거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고 본 것이다. 또한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 위반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안전대가 지급되지 않았고, 안전대 부착설비 미설치가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CEO가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지 않았고, 비상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제강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법원은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결과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수년 동안 한국제강이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된 것에 대해서 엄중하게 판결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위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이사는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2022. 1. 27.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22. 3. 16. 재차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종전과와 안전조치의무 위반의 반복이 실형 선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시너지건설 사건에서도 법원은 CEO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이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게 됐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죄책이 무겁다"며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나온 중대재해법 관련 판례는 향후 법원의 중대재해법 위반죄의 판단과 관련, 일정한 정도의 기준이나 방향타가 될 것이다. 기업에 최고보안책임자(CSO·Chief Security Officer)가 선임되어 있더라도 CEO가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입법목적과 제정 경위를 감안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사고의 인과관계 입증에서 CEO의 인력 및 예산 확보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근로자가 사망하게 됐다는 단계적 논증 방식을 택했다. 즉, 위험성 평가·작업계획서 작성· 근로자 의견 청취·작업 중지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중대재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법원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 기준, 도급 시 평가 기준,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 마련 등 중대재해법이 정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사업장의 안전조치 미비의 근본 원인으로 판단했다. 

비록 유족과의 합의 및 처벌불원 의사가 유리한 양형 인자로 작용하지만,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전력이나 산업안전 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는 불리한 양형 인자로 작용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양형에서도 다양한 요인을 참작하게 된다. 

3건의 판례를 분석하면 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주 및 도급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는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해도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전력이 있거나 안전조치를 여러 번 위반한 것도 양형에서 크게 불리할 수 있다. 또한 안전전문가나 종사자가 재해 위험성을 지적한 사항을 고치지 않거나, 중대재해의 발생 원인으로 꼽히는 위법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무거운 양형으로 처벌받게 된다.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나 이익 때문에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하면 처벌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중대재해법 관련 3건의 판례에서 양형에 유리한 요인이 있다. ▲피해자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 ▲잘못된 관행 등 근로자의 실수가 사고의 일부 원인으로 작용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관계 당국의 시정명령 이행과 과태료 납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일부 이행 등이다.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ㆍ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ㆍ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ㆍ인권ㆍ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CEO 선제적 대비 마련 필수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 CEO가 선제적으로 하면 좋은 게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안전보건경영시스템(OSHMS)의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인증을 획득했다고 해서 중대재해법을 준수한다는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지만, CEO의 법 준수 노력을 보여줄 수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법 위반에 대한 사전 검증 기능과 함께 사후적으로 기업의 법 준수 의지를 보여주는 데 유리할 것이다. 안전조치 사항을 기록하고 유지하는 것과 만일 사고가 났을 때 현장을 보존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CEO가 지켜야 할 것으로 꼽힌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판례가 나오면서 일부에서 “사고 나면 CEO가 감옥 간다”, “자의적 해석과 기소가 남발할 것이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지킬 수 없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의 수사 과정을 보면 일정 부분 사실이 아닌 것도 있고 이 법이 갖는 특성에 기인한 것도 있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이 법의 법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가 법 개정을 통해서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대재해법이 정하는 의무는 상대적으로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 객관식이라면 중대재해법 규정은 주관식 내지 논술식이라 할 수 있다. 안전난간을 매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난간을 맬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안전난간 외에도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했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업종과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하여 위험의 크기와 이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기술·비용·시간 등의 곤란함을 비교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는 노력을 다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예산의 적절성 등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도 금액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적절한지 여부가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기업 CEO들이 막연한 우려에서 벗어나 이 법의 취지와 이 법이 정하는 의무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행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대비하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고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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