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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지연…한진칼 잇단 부동산 매각 연관성은

만기 다가오는 회사채 상환 위한 자금 마련 해석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이후 재무건전성 제고 차원
기업결합 실패 시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 준비 시각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 항공기 등이 세워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이 잇따라 유형자산 매각에 나서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제기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이후 추가 자금 투입을 위한 대비 차원이라는 시각과 함께 기업결합 실패 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준비라는 해석도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한진칼은 미국 자회사인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이 보유한 호텔 부동산과 관련 자산 일체(현금·현금성 자산 제외)를 오는 15일 1465억8600만원에 매각한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미국 AHI-CLG 유한책임회사(LLC)다.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 위치한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은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은 이번 자산 매각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총 1억2100만달러(약 1612억원)를 보유하게 됐다.

올 들어 한진그룹의 자산 매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진칼은 지난달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KAL 빌딩’과 대지 중 일부를 자회사 대한항공에 약 2642억원에 매각했다. 

이외에도 현재 제주칼(KAL)호텔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8월 종속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제주KAL호텔을 제주드림피에프브이(PFV)에 매각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매각 규모는 95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후 매각에 실패했고 현재 다시 매물로 나온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유형자산 매각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올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은 43.2%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채무상환에 대한 부담은 늘어난 상태다. 한진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만기 도래 채무가 1040억원에 달한다. 9월과 11월 각각 230억원, 28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며 내년 3월에는 530억원 공모 회사채의 만기도 도래한다.

단기 차입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면서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떨어졌다. 한진칼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42%로 적정선에 못 미친다. 유동비율이 100~200%는 보통 수준으로 100% 미만이면 재무위기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칼은 이번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재무 건전성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2479억원이다. 한진칼은 지난 7월 만기도래한 3000억원 규모 채권 중 남은 1150억원에 대한 상환을 완료했다. 따라서 1300억원 수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진칼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기존 3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약 한 달 만에 유형자산 처분으로 약 4108억원을 확보하는 등 잇단 자금조달 행보에 다른 뜻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형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금액(4108억원)이 당장 도래하는 채무액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대비…조원태 경영권 방어 시각도 

이러한 행보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합병 이후 악화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정상화에 투입할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시각이다. 양사는 올해 초 영국 시장경쟁청(CMA)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국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 지연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이 어느 때보다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1741%달한다. 높은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빌린 단기차입금 2조5000억원 중 7000억원과 영구채 1800억원을 상환했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50%를 상회하며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 나온 추측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은 한진칼의 유형자산 처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가 통과되면 대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상증자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50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잇단 유형자산 매각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은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양사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조 회장이 구축한 지배구조 변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조 회장의 한진칼 개인지분은 5.78%, 특수관계인을 합쳐도 19.79%에 그쳐 공고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행인 것은 현재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의 보유지분 14.90%가 조 회장의 지배력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10.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조 회장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외부세력이란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한진칼에는 호반건설 11.60%, 팬오션 5.75% LX판토스 3.83%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외적으로 ‘단순투자목적’을 내세웠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가 미국, 유럽 등 해외 규제당국의 견제로 지연되면서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실패로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이 시장에 풀린다면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조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한진칼이 유동성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진칼 측은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매각 작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약정한 사항을 이행하는 차원의 성격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구책 마련을 요구받았다. 당시 조 회장은 비주력자산을 매각을 추진하면서 와이키키 리조트를 포함해 국내에 있는 왕산레저개발과 미국 LA 소재 호텔(HIC) 등을 시장에 내놓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단기 차입금 같은 것들이 있어서 정리할 것은 처분하면서 유동성 확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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