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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증권가 STO 인프라 구축 경쟁

[기로에 선 토큰증권]②
‘미래 먹거리’ 걸고 선점 경쟁…주도권 싸움
인프라 구축·유통·거래 중개서비스 제공 역할
하반기 공채서도 디지털·신사업 부문 강조

토큰증권(ST·Security Token) 제도화를 앞두고 증권업계가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토큰증권(ST·Security Token) 제도화를 앞두고 증권업계가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토큰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s) 사업이 증권사들의 새 수익원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면서 ‘합종연횡’ 전략으로 인프라 및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초기 시장을 선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대체투자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증권사들은 물론 금융업계 전체가 인프라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STO가 제도화되면 미술품, 부동산, 한우 등 다양한 실물자산이 대체투자 대상이 될 수 있어 그 성장성이 무한하다는 기대를 받는다. 실물자산을 분산원장(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해 소유하는 것으로 유가 증권과 동일하게 증권형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금·분배금·이자 수취 등이 가능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시장은 2024년 34조원 규모로 시작해 오는 2030년까지 36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쟁사와 협업도 불사하는 증권업계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 청산 등 모든 과정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지난 5월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곳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과 협의체 ‘한국투자 ST프렌즈’를 구축한 이후 4개월 만의 성과다. 

현재 업계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5월 하나금융그룹·SK텔레콤과 토큰증권 컨소시엄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결성하고 범위를 확대 중이다. 예술품 조각투자 시장 준비에 나선 NFI에는 미술품 조각투자 기업 서울옥션블루와 열매컴퍼니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토큰증권 발행회사, 블록체인 기술회사 등과 실무 협의체인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 워킹그룹은 K-콘텐츠 금융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 게니우스를 비롯해 투자사인 쏠레어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영화나 드라마 등 투자 프로젝트에 기반한 토큰증권 상품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집품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와 정보통신(IT) 기술 개발 기업인 코인플러그, 지크립토 등도 미래에셋증권 워킹그룹에 합류해 주목을 받는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행보에 여타 증권사들도 대응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손을 잡고 토큰증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경쟁사와의 협업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3사는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대형 증권사 간 공동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3사는 공동 인프라 구축을 넘어 추후 전략적 사업모델 발굴까지 협업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컨소시엄은 ▲토큰증권 공동 인프라 구축 및 분산원장 검증 ▲토큰증권 정책 공동 대응 및 업계 표준 정립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서비스 시너지 사업 모델 발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증권사 간 공동 인프라를 구성하면 서비스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불필요한 상호간 경쟁 대신 토큰증권 사업 자체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또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기초자산을 보유한 발행사 대량 확보도 가능해져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점이 크다. 

컨소시엄 측은 “세 증권사의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열어 한국 금융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러 협업들이 눈에 띈다. 삼성증권도 지난 8월 말 SK증권, 우리은행과 토큰증권 공동망 구축 협약을 맺었다. 삼성증권은 자체 기술 역량으로 토큰증권 플랫폼에 대한 기능 검증을 완료하고 관련 블록체인 지갑과 증권계좌 연계 기술을 확보했다. SK증권은 최근 토큰증권 기술 기반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블록체인글로벌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STO 시장은 돌파구로 여겨진다”며 “STO 시장이 성장하면서 장기적으로 증권업 수익에 여러 변화를 가져올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공채에서도 신사업 비중 확대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STO 경쟁을 앞두고 하반기 공개 채용에서도 IT 인력 채용에 힘쓰는 중이다. 인력 확충에 나선 증권사들의 채용에서 디지털 부문이 빠지지 않는다. STO 사업 준비를 위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디지털과 신사업 부문의 채용 비중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토큰증권 시장과 관련해 경험이 있는 직무자를 뽑기 위해 경력직 채용도 활발한 모양새다. 

지난 4일 온라인 입사 지원을 마감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이번 신입사원 일반 공채에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와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채용설명회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 부문을 강조하며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STO 사업을 부각했다. 

정 사장은 설명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 부문에 대해서는 덩치가 비슷한 증권사 중 퍼센트 기준으로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이라며 “디지털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고객의 니즈와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훨씬 더 나은 컨설팅을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렇듯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앞서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입법을 앞두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규정이 지금보다 세부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증권사들은 현재 하위 규정 확립 이전에 많은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다양하게 채결해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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