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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장에서 힘쓰지 못했던 한국 기업들...탈출구 찾기에 집중

[메타버스 다시 뜬다]②
고전 면치 못한 국내 메타버스 기업들
일부 기업들은 인력 감축에 나서기도

컴투버스 이미지 [사진 컴투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메타버스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최근 구조조정에까지 나선 상황이다.

최근 IT업계에 따르면 ‘싸이타운’은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카카오의 ‘컬러버스’와 컴투스의 ‘컴투버스’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은 지난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코로나 엔데믹 여파로 메타버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킬러 콘텐츠’ 찾기에 실패한 탓으로 보인다. 다만 싸이월드 측은 싸이타운 종료와 함께 이를 개선한 3.0버전의 ‘싸이랜드’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맡고 있는 컬러버스도 올해 초부터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러버스는 카카오의 증손회사로 그동안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진기지 역할을 해 왔다. 컬러버스는 카카오게임즈와 넵튠이 각각 10.71%, 44.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컬러버스는 지난해 8월 자사가 개발·서비스하는 3D 메타버스 플랫폼 ‘퍼피레드’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선보인 모바일버전의 퍼피레드는 과거 2003년 출시된 PC버전을 2022년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채팅 시스템을 포함해 미니 파크 꾸미기, 아바타 및 애완동물 육성, 아기 돌보기, 역할 놀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컬러버스·컴투버스, 사업 부진으로 인력 감축 진행

원작 퍼피레드는 지난 2003년 출시돼 2016년 서비스를 종료한 3D 커뮤니티다. 국내에서만 총 3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다. 서비스 종료 후 많은 유저가 ‘퍼피레드 부활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컬러버스는 지난해 9월 카오게임즈, 넵튠과 함께 메타버스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3사는 전략적 협업을 통해 오픈형 3D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의 생태계 및 콘텐츠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플랫폼 ‘컬러버스’는 가상공간, 아바타 등을 사용해 자신만의 공간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3D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높은 자유도와 다양성을 기반으로 나만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영 악화와 퍼피레드의 흥행 실패 등으로 인해 카카오의 메타버스 도전은 안갯속에 빠진 모습이다. 컬러버스의 지난해 영업 적자는 115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미래 사업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점 찍었던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가 퇴진하면서 컬러버스의 사업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전문 자회사 컴투버스도 최근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조조정은 컴투버스 플랫폼의 ‘컨벤션 센터’ 등 주력 기능 개발 및 서비스 인력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이 대상이다. 

앞서 컴투버스는 지난 8월 메타버스 ‘컴투버스’의 첫 번째 공간인 ‘스페이스’(SPAXE)를 선보이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컴투버스는 현실에서의 삶을 온라인에 구현하는 컴투스의 올인원 메타버스로,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일∙경제∙놀이 등 대부분의 생활을 디지털 세계에서 자유롭게 펼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컴투버스의 첫 번째 공간 ‘스페이스’는 다양한 규모와 다채로운 목적의 이용자 그룹이 모여 자유롭게 소통하는 메타버스 커뮤니티의 허브 역할을 한다. 업무뿐만 아니라, 동호회∙스터디 등과 같이 공통의 관심사와 취미, 취향 등을 공유하거나, 친구와 소규모 그룹을 형성해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며 추억을 쌓는 등 여러 활동을 위한 편리하고 실감 나는 소통 환경을 마련한다.

컴투버스는 스페이스에 이어 두 번째 공간인 ‘컨벤션 센터’를 지난 9월 선보였다. 컨벤션 센터는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다채로운 규모의 행사를 구현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메타버스 행사 플랫폼이다.

공간은 ▲행사 정보 제공과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라운지’ ▲멀티미디어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강연 및 회의가 가능한 ‘홀’ ▲연사와 참가자가 양방향 소통으로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밋업’ 등으로 구분된다. 대규모 하이브리드 컨퍼런스부터 소규모 네트워킹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어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각종 포럼 및 행사, 타운홀 미팅 등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공간 출시에도 불구, 컴투버스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태다. 다만 컴투버스 측은 메타버스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컴투스 관계자는 “메타버스 사업의 효과적 추진, 경영 효율화 및 재무적 성과 창출에 대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중장기적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플랫폼과 관련해 향후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과거 블록체인 및 NFT 시장에서도 무분별한 관련 플랫폼 출시 이후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듯이 메타버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견해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옥석 가리기 진행 중인 메타버스 시장

다만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향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생태계가 어느 정도 구축되고 해당 생태계와 연동할 수 있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도 많은 국내 기업이 메타버스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은 네이버제트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오버데어’(OVERDARE)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합작회사의 총투자금액은 480억원이며 크래프톤의 취득 예정 금액은 408억원, 네이버제트의 취득 예정 금액은 72억원이다. 취득 후 합작회사의 지분은 크래프톤이 85%, 네이버제트가 15%를 보유하게 된다.

오버데어는 ‘무모하고 대담하다’는 뜻의 영어단어로 비슷한 발음인 ‘저기 어딘가'(Over there)라는 뜻도 갖고 있다. 사명으로는 ‘기존에 없던 모바일 인터렉티브 UGC(User Generated Contents, 사용자 제작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대담한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서비스명으로는 ’자신을 대담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오버데어는 이용자가 액션 RPG, 스포츠 게임, 슈터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의 UGC 플랫폼이다. 생성형 AI와 언리얼 5 엔진을 채택해 이용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게임 제작 외에도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채팅 등 다양한 소셜 활동도 가능하다.

오버데어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저작물을 창작하면, 이용자들이 해당 저작물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방식의 C2E(Create-to-Earn) 시스템을 채택했다. 저작물 거래는 NFT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산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해 거래와 정산의 투명성을 높였다. 메타버스 서비스 ‘오버데어’는 오는 12월 소프트론칭과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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