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 빠, 빨간맛’으로 제2 전성기…라면대첩 승자는 누구
[농심 vs 삼양, 라면명가 3차전] ②
삼양, ‘불닭’ 잇는 매운맛 브랜드 개발 ‘총력’
농심, ‘신라면 더 레드’로 매운맛 전쟁 참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치열한 라면 전쟁. 2차전 키워드는 매운맛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前 삼양식품그룹·이하 삼양)를 꺾고 시장 1위 자리를 꿰찬 농심은 한국인의 매운맛 ‘신라면’을 앞세워 라면 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삼양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도 매운맛이다.
잃어버린 20년…‘불닭’에 ‘맵탱’, 매운맛으로 반전
1990년대부터 2010년 초반까지. 삼양은 후발주자인 농심에게 밀리며 20여 년간 잃어버린 시간을 보냈다. 침체된 분위기를 새롭게 반전시킨 주인공은 ‘불닭볶음면’.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국내 라면시장에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시 첫 해 75억원에 불과했던 불닭볶음면 매출은 2019년 3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은 40억개를 넘어섰고 9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삼양 매출은 9090억원으로 2020년 6485억원 대비 40.1% 늘었다.
올해 실적 기대감은 더 크다. 삼양은 불닭 인기에 힘입어 매운맛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매운 라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된 뒤 매운 국물 라면 시장 공략을 위해 맵탱이란 브랜드를 새롭게 내놓은 것. 맵탱은 스트레스 해소·해장·기분 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개발했다. 맵탱의 초기 성적은 순항 중이다. 차별화 콘셉트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이달부턴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을 모델로 세워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또 내달 초까지 전국에서 맵탱을 맛볼 수 있는 푸드트럭 ‘맵탱 고(GO)’ 행사를 진행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삼양은 매운맛을 세분화하면서 “다채로운 매운맛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트레스 해소·해장·기분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완성하기 위해 화끈함·칼칼함·깔끔함·알싸함·은은함 등 5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해 적절히 조합했다. 또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를 개발해 맵탱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스파이시 펜타곤은 맵탱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운맛 종류와 강도를 한눈에 보기 쉽게 그래프로 도식화한 것이다.
불닭을 잇는 신규 브랜드의 발굴은 삼양의 최우선 과제다. 현재 삼양은 전체 매출의 약 70%가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약 67%이고, 이중 약 85%가 불닭볶음면에서 나온다. 삼양은 올해 매출 1조 클럽을 앞두고 있지만, 단일 브랜드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매운맛이 그만큼 시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출시 이후 매운 라면 시장 형성에 역할을 한 삼양의 불닭 브랜드는 올해 1분기(1∼3월)까지 누적 매출액 2조8000억원(내수 9000억원, 수출 1조9000억원)을 달성하며 효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제품의 맛과 포장지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삼양이 라인업 다양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불닭볶음면과 다른 브랜드 간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매운맛 라면 출시 러시…히트 상품 주인공은
삼양은 1년여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더 깊고 진한 풍미를 완성했다. 고유의 햄맛을 유지하면서 육수와 채우의 맛을 강화해 깔끔한 감칠맛을, 삼양라면 매운맛은 소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파·마늘·고추 등 다양한 향신채를 추가해 얼큰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삼양라면은 라면의 원조이자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제품인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 다양한 협업 시도 등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장수브랜드로서의 명성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질세라 농심도 지난 8월 매운맛 라면인 ‘신라면 더 레드’를 한정판으로 내놨다. 이 제품의 스코빌 지수는 7500SHU다. 신라면보다 두 배 더 맵고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의 강한 매운 맛을 위해 청양고추의 양을 늘렸다. 후첨양념분말에 청양고추·후추·마늘·양파 등 향신 재료를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시도했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18일 만에 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신라면 더레드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자 정식 제품 전환 시기도 검토하고 있다.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매운맛의 강한 자극을 도전의 대상으로 삼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전 영상 등을 인증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매운 라면의 수요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시장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매운 라면 제품들이 출시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운 음식을 찾는 빈도와 맵기의 정도와 매운맛을 수용하는 기준 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며 “이미 매운 라면은 소비자에게나 업체들에게 있어서 가장 익숙하고, 매출을 이끌어 오고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매운 국물 라면이 제일 익숙하고, 그 익숙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표적인 매운 국물 라면 제품들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가장 즐겨 먹는 국물라면 카테고리에 히트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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