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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규제 벗어난 리걸테크…유니콘 기업 등장할까

[전문직 플랫폼 성장통]①
법무부 로톡 이용 변호사 “징계 취소”
VC업계 리걸테크 투자 활발…기대감 커져
법률 AI 차별화 포인트로 사업 속도 박차

법무부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리걸테크 업계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8년 7개월의 갈등이 끝났다. 법무부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갈등 해소로 리걸테크(Legal Tech·법률정보기술) 업계가 볕들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시장과의 협업이 기대되는 만큼 벤처캐피탈(VC) 업계 역시 리걸테크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6일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하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120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3명에 대해서는 ‘불문경고’ 결정을 내렸다. 불문경고는 변호사법상 징계 처분이 아니다. 사실상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 모두에 대한 징계 처분이 취소됐다. 

로톡은 ‘정보 비대칭 해소’를 목표로 2014년 등장한 법률 플랫폼 서비스다. 소비자들은 키워드별·사건별 검색으로 알맞은 변호사를 찾아 도움받을 수 있다. 용어도 접근도 어려운 법률 서비스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다만 변호사업계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2015년부터 변호사 단체들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로톡 등 변호사 광고 플랫폼에서는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 변호사가 사건 수임에 유리해 법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는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을 뿐, 둘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엔 해당하지 않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로톡에 광고비를 지급한 변호사들의 플랫폼 노출 순서가 무작위로 이뤄지고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의 상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은 점에서다. 

규제로 성장 미미했던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

기나긴 갈등이 있었던 만큼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성장이 더뎠다. 전 세계 7000여 개의 리걸테크가 운영되고 있는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규모가 한참 작다. 리걸테크 기업도 약 30개 수준이다. 당연히 투자 규모도 해외에 비해 미미하다. 그러나 이번 법무부 결정으로 국내 리걸테크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는 이미 10개 이상의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있다. 국내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에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최초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3년 이내에 국내 최초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로앤컴퍼니 누적 투자금액은 약 400억원이다. 주요 투자사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지난 10월 간담회에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겠다”며 “이제 모든 족쇄를 벗은 만큼 3~4년 안에 대한민국 최초의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리걸테크 기업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올해 10월 법률 AI를 개발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넥서스AI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와 하나벤처스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해당 자금은 법률상담 서비스를 위한 인력과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법률 데이터 검색 서비스 기업 엘박스는 2022년 말부터 SV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총 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AI 공략 나선 리걸테크 업계…유니콘으로 도약

서울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로톡 광고. [사진 정두용 기자]
특히 생성형 AI와 결합한 리걸테크 활성화 기대감이 크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순간부터 양이 방대한 법률 산업과의 시너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AI 발전은 변호사나 법률 사무보조원이 진행하는 업무의 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 변호사들은 AI가 할 수 없는 다른 업무에 시간을 투자하면서 효율적으로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 

로앤컴퍼니도 AI를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AI를 쓰는 변호사가 AI를 쓰지 않는 변호사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앤컴퍼니는 최근 330만 건의 판례를 제공하는 법률정보검색 서비스 ‘빅케이스플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넥서스AI는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올해 안에 일반인을 위한 법률상담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 초부터는 판례 검색을 시작으로 법률 문서의 요약 및 생성,판결 예측 서비스를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로앤굿도 올해 초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1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로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스프링벤처스, 나우아이비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로앤굿은 자연어 검색이 가능한 변호사용 인공지능(AI) 챗봇 시제품 ‘로앤봇’도 공개했다. ‘로앤봇’은 오픈AI의 챗GPT 등과 달리 국내법 중심의 서비스를 적용해 편리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지난 4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의 법률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렉시냅틱스는 소풍벤처스, 로우파트너스, 라이징에스벤처스, 더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꾸준히 투자 유치가 필요한 리걸테크 기업들에겐 이번 법무부 결정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간 발목을 잡았던 규제가 풀리면서 사업 확장과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리걸테크 시장 자체가 커지려면 다양한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 유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을 신호탄으로 리걸테크 업계 전반에 훈풍이 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많은 비즈니스들이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걸테크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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