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수금에 수익성 발목 잡힌 키움증권
[몸살 앓는 키움증권…돌파구 찾을까]①
주가 조작 타깃된 키움증권…미수금 회수 ‘관건’
영풍제지 사태 미수금 5000억…수익성 타격 불가피
증권가 “4분기 비용 2500억 반영…목표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에 키움증권 계좌가 대거 이용됐다는 금융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이 수천억원 대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풍제지 하한가에 늘어가는 키움증권 손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 급락 사태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이후 4거래일인 31일까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수금이 큰 키움증권의 손실도 계속해서 늘어가는 양상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초 5829원이던 영풍제지의 주가는 지난 17일 4만8400원까지 오르며 10개월 만에 약 730% 이상 급등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지난 18일 갑작스럽게 하한가를 기록했고 19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검찰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로 일당 네 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구속했다.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조작 세력의 타깃이 된 건 다른 주요 증권사들과 달리 종목 증거금률을 낮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순차적으로 100%로 상향 설정했다.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게 되고 미수거래가 차단되기 때문에 미수금이 발생할 수 없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다음날에서야 100%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하면 투자자는 40만원의 현금만 가지고 있어도 주식 100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 나머지 60만원은 증권사가 빌려준 돈이 되며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 이전까지만 납부하면 된다.
문제는 투자자가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발생한다. 증권사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보전하기 위해서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의 주식을 적정 가격에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내기 때문에 투자자에겐 큰 손해로 이어진다.
키움증권도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사태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지난 26일 거래 재개 이후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영풍제지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자 반대매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키움증권이 받지 못한 돈의 액수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키움증권의 손실액이 최대 3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하한가 기록 횟수에 따라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 또한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할 경우 약 2000억원, 5거래일 연속의 경우 약 35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29일 영풍제지 주가 1만2300원을 고려해 하한가 3회 안에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키움증권의 회수가능액은 최대 1978억원이고 손실액은 최대 2965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이른바 ‘SG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도 리스크 관리 문제로 주가 조작의 타깃이 된 바 있다. 해당 사태에 이어 6개월 만에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키움증권이 주가조작의 ‘작전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실적 영향 미칠까…증권가 줄줄이 목표 주가 하향
키움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미수금 발생 여파가 하반기 실적에 미칠 영향에 집중되고 있다. 당초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기준 실적 선방으로 올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기대됐다. 그러나 영풍제지 사태로 발생한 미수금액 4943억원이 회사의 상반기 순이익 4258억원을 뛰어넘으면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3일 영풍제지가 하한가에서 벗어나면서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회수에 나섰고 최종 손실금액은 4000억원대 초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키움증권의 목표 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KB증권은 기존 13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KB증권은 영풍제지 미수금 영향으로 키움증권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9500억원에서 7310억원으로 내려 잡았다. 또한 이로 인한 비용 2500억원이 4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리스크 관리 등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보며 내부통제 관련 규제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경쟁력 중 하나가 미수거래 가능 종목의 범위가 넓고 증거금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선호가 높다는 점”이라면서 “하지만 상한가 폭이 30%로 확대된 상황에서 증거금률을 좀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그동안 높은 거래대금, 낮은 채권 트레이딩·프로젝트파이낸싱(PF)·해외부동산 익스포저에 따른 긍정적 실적 전망과 적극적 주주 환원 정책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추가 충당금 등 요인을 감안했을 때 단기적으로 부정적 주가 흐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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