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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DTC’ 유전자 검사시장 커지는데…‘규제 족쇄’에 발목

[생로병사 마지막 퍼즐 Y염색체] ③
DTC 유전자 검사로 타고난 유전적 특성 알아
2028년 약 5조 시장 전망…제도·규제 한계도

소비자 직접 신청(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들이 여러 제도와 규제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유전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은 환경보다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알려는 관심은 높다. 지난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통해 유전체 지도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유전 분야 연구는 이후 발전을 거듭했고, 현재는 집에서도 간단하게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 의료기관을 찾지 않아도, 막대한 비용을 내지 않아도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알 수 있는 소비자 직접 신청(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주인공이다.

직접 검사하는 유전자 검사…기기 받아 간편하게

DTC 유전자 검사는 개인이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검사 도구를 받아 체액 등을 채취한 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는 서비스다. 여러 제도와 규제로 인해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적 특성까지 알 수 없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건강을 관리하기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 검사 역량 인증제를 통과한 기업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랩지노믹스와 마크로젠, 엔젠바이오, 제노플랜코리아, 클리노믹스, 테라젠바이오 등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복지부)로부터 이 인증을 받았다.

마크로젠은 국내 DTC 유전자 검사시장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 수년 전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는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을 중심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마크로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35만명에 달한다. 금융과 건설, 헬스케어 분야의 기업과 협력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집중한 덕이다. 회사는 유전체 데이터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 주관사로도 참여했다.

엔젠바이오도 모바일 기반의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인 ‘나에’를 출시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 검사와 구강 미생물 검사 등을 함께 지원해 사용자가 헬스케어와 관련한 여러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70여 개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진 데이터와 진료, 투약 정보도 이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객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보안 솔루션도 적용했다.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려는 대기업들은 이들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 롯데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는 테라젠바이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DTC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과 황태순 테라젠바이오 대표가 이 법인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을 통해 테라젠헬스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서 DTC 유전자 검사 기기인 ‘프롬진’도 출시했다. 영양소와 피부, 모발, 식습관 등과 관련한 70여 종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는 검사다.

국내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피부미용과 DTC 유전자 검사를 결합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랩지노믹스와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다양한 사업 제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랩지노믹스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공급하는 식이다. 유전자 검사와 피부 측정 결과에 따라 피부나 모발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피부미용 분야 매출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오는 2028년 42억 달러(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비용이 크게 줄었고, 다양한 질환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서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DTC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을 확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당불내증과 폐활량, 튼실, 배변 빈도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성재경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분기마다 DTC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항목이 20~30개가량 늘고 있다”고 했다.

유전자 검사 항목 적어…기업은 ‘휘청’

일부에서는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을 둘러싼 제도와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DTC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이 적어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사용자를 모으고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서다. 해외의 DTC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수백 개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마저도 사용자들이 비용을 낼 만한 항목을 선별한 것이다. 국내 기업이 70개 남짓한 유전적 특성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항목들도 알코올 홍조와 니코틴 의존성, 카페인 대사 등 한정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이 또한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워 사업을 접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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