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창업생태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2013년 프랑스 정부 주도 ‘라 프렌치 테크’ 출범…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타 국가 창업생태계 적극적 포용해 성공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지난 여름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창업생태계 활성화 정책으로 다양성을 기치로 내세운 창업 보육 공간 ‘스페이스 K’ 조성을 발표했다. 프랑스 창업생태계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의 창업 보육공간 ‘스테이션 F’(Station F)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프랑스가 이렇게 창업 선도국의 지위를 얻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사실 프랑스는 변화가 느린 나라다.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이 많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빠른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태어나거나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스타트업 성장에 척박했던 프랑스가 단시간에 유럽의 대표적인 창업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그 중심에는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가 있다. 2013년 정부 주도로 시작한 ‘라 프렌치 테크’는 프랑스 정부가 관여하는 국내외 스타트업 정책을 통칭하는 단어이자, 프랑스 창업생태계를 포괄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라 프렌치 테크’의 브랜드 전략은 프랑스와 유럽을 넘어 글로벌 창업생태계의 주인공으로 이끈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엑셀레이터 ‘스쿨랩’(schoolab)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기안 상무는 “‘라 프렌치 테크’의 가장 큰 업적은 불모지에 가까웠던 프랑스 창업생태계의 양적 성장에 기여한 점”이라며 “지난해 프랑스 스타트업은 총 16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 처음으로 독일을 추월했고, 유럽 내외에서 영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유니콘 기업수도 28개에 이르는데, 이 수치도 작년에 한국을 추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대통령이 프랑스를 창업 선도국(Startup Nation)으로 만든다고 할 때 벤치마킹한 나라가 한국이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정말 괄목할 만한 성과다”라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라 프렌치 테크에 그들이 추구하는 창업 비전을 담아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창업 지원 서비스뿐만 아니라, 직간접 투자·대외 홍보·스타트업 교류 등 프랑스 창업생태계와 연관성이 있는 모든 곳에는 라 프렌치 테크가 함께하고 있다.
다른 창업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포용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프랑스 정부 지원으로 라 프렌치 테크는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 창업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열린 문화를 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2016년에 서울에서 시작한 창업 커뮤니티 ‘라 프렌치 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행사는 영어로 진행되며 다국적 창업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한다. 이렇게 프랑스 창업생태계의 비전과 가치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
‘케이스타트업’ 의 글로벌 브랜드 가능성은…
대한민국의 팝 문화를 의미하는 케이팝(K-pop)을 필두로 알파벳 K는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접두어가 됐지만, 케이스타트업(K-startup)의 글로벌 위상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해 보인다. 외국인 창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케이스타트업이란 용어를 낯설어한다. 케이팝(K-pop)에 익숙한 사람들만이 케이스타트업에 대한 의미를 짐작할 뿐이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는데, 한국의 창업생태계를 지칭하는 용어라고 답하기에는 부족하다. 덧붙이자니 특별한 점을 찾기도 어렵다.
라 프렌치 테크 서울을 이끄는 공동 운영자 에티엔 고테론(Etienne Gautheron)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케이스타트업은 강력한 브랜드지만 투자자·기업·국가 행정 등 모든 행위자를 모두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더 포괄적인 브랜드로 정체성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 창업생태계의 글로벌화에서 부족한 부분과 채워야 할 부분은 명확하다. 바로 브랜드와 같은 소프트웨어 부분이다. 국내 창업생태계는 이미 기술 인프라, 수많은 보육 공간 등 튼튼한 하드웨어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해외 창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들을 더한다면 케이스타트업은 진정한 글로벌 창업생태계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 탁구대를 하나 가져다 두었다고 스타트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특유의 기업 문화와 무형의 가치를 논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이다. 동시에 하드웨어의 추가만으로 그것이 실현되기 어려움을 의미하는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K’ 건립은 국내 창업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한 새로운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채워야 하는 것들을 고민하는 포괄적인 관점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10년 뒤의 케이스타트업은 오늘날의 의미와 다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메리칸 항공, '기술 문제' 미국내 모든 항공기 운항중지…한 시간만에 해제
2이스라엘 의회, 비상사태 1년 연장
3이시바 日 총리 “트럼프와 이른 시일 내 회담”
4 한중 외교장관, 계엄사태 후 첫 통화…"소통·협력 지속"
5고려아연, '집중투표제' 통한 이사 선임 청구 결의
6美, 한화큐셀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에 2조1000억원 대출 승인
7'퇴직연금 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신규 규제특례 지정…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8포스코 임금협상 타결…노조 찬성 69.33%
9보험사기 조사 강화…피해 구제도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