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자신있다” 후보들 ‘장담’에도 반복되는 유찰설
[M&A 큰장, 소문난 잔치]①
23일 본입찰 앞두고 LX 불참가능성 제기
하림·동원 열의 높지만…몸값 이견 관건
해운업황 부진에 인수 메리트도 평가절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된 대형 딜들이 모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오는 23일 진행되는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였던 LX그룹의 불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황 부진에 HMM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오는 23일 진행된다.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달 하림과 동원, LX그룹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했다. 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2달여간 실사를 진행했다.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HMM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 숏리스트에 오른 3사 가운데 LX그룹이 HMM 본입찰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LX그룹의 경우 그룹내 현금성 자산이 가장 앞서는데다 LG, GS그룹의 참전 가능성도 나오면서 자금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던 곳이다. LX인터내셔널은 “기존대로 HMM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본입찰 전까지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앞서 LX그룹은 HMM 인수를 위한 자문사로 삼덕회계법인을 선정하고 내부적으로 TF(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채비에 나섰다. LX그룹은 올해 1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4000억원으로 후보군 중 가장 앞서고 있는데다, 유상증자 등 가용 방법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HMM 인수를 통해 물류 계열사인 LX판토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해운업 불황이 HMM 인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올해 1000포인트(p)를 오가다가 지난 9월 2046p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600선을 맴돌고 있다. HMM처럼 컨테이너선 업체는 경기 영향을 더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LX그룹 역시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과 해운업황 부진 등을 감안해 최종 인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HMM 매각 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으로 평가된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영구채를 주식으로 추가 전환할 경우 매각 가격은 최대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 산은 측은 앞서 지난달 1조원 가량의 HMM 영구채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앞으로 2~3조원 어치 영구채를 순차적으로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인수 측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림·동원, HMM 인수에 ‘진심’
불참 가능성이 제기된 LX그룹을 제외하면 하림과 동원은 HMM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 차원의 자금 동원, 계열사 지분 매각은 물론 각 기업 총수들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인수전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중이다.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1조6000억원, 6300억원 정도로 나머지 자금 마련이 관건이다.
우선 하림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자금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국민·우리은행과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과 함께 대주단 구성도 마쳤다. 지난달 하림그룹 산하 팬오션은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팔아 1628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번 지분 매각 등을 통해 2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출시 만큼이나 HMM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자금 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뒀다”고 자신했다. 일각에선 김 회장과 동향 출신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자금 지원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하림과 호반은 과거에도 수차례 공동 사업 안건을 논의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호반건설의 올해 4월 기준 현금성 자산은 5600억원에 달한다.
동원그룹에게도 HMM 인수는 ‘꿈’과 같다.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우리는 바다에서 이룬 회사다. HMM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이 HMM 인수와 관련한 의견을 밝힌 건 당시가 처음이다.
동원그룹은 미국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규모는 아직 미정이지만, 5000억~6000억원 규모로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참치캔 시장 1위 업체로, 2008년 동원그룹이 약 50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만약 LX그룹이 본입찰을 포기할 경우 HMM 매각이 최종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3사가 경쟁적으로 높은 몸값을 써내야했던 상황에서 2파전이 될 경우 몸값은 더 낮아질 수 있어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HMM 매각)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 동원은 HMM 인수에 진심이다.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실행하고 있다”면서도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찰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인수전 전개에 따라 주가 변동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오는 23일 진행된다.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달 하림과 동원, LX그룹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했다. 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2달여간 실사를 진행했다.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HMM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 숏리스트에 오른 3사 가운데 LX그룹이 HMM 본입찰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LX그룹의 경우 그룹내 현금성 자산이 가장 앞서는데다 LG, GS그룹의 참전 가능성도 나오면서 자금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던 곳이다. LX인터내셔널은 “기존대로 HMM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본입찰 전까지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앞서 LX그룹은 HMM 인수를 위한 자문사로 삼덕회계법인을 선정하고 내부적으로 TF(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채비에 나섰다. LX그룹은 올해 1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4000억원으로 후보군 중 가장 앞서고 있는데다, 유상증자 등 가용 방법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HMM 인수를 통해 물류 계열사인 LX판토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해운업 불황이 HMM 인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올해 1000포인트(p)를 오가다가 지난 9월 2046p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600선을 맴돌고 있다. HMM처럼 컨테이너선 업체는 경기 영향을 더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LX그룹 역시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과 해운업황 부진 등을 감안해 최종 인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HMM 매각 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으로 평가된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영구채를 주식으로 추가 전환할 경우 매각 가격은 최대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 산은 측은 앞서 지난달 1조원 가량의 HMM 영구채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앞으로 2~3조원 어치 영구채를 순차적으로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인수 측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림·동원, HMM 인수에 ‘진심’
불참 가능성이 제기된 LX그룹을 제외하면 하림과 동원은 HMM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 차원의 자금 동원, 계열사 지분 매각은 물론 각 기업 총수들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인수전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중이다.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1조6000억원, 6300억원 정도로 나머지 자금 마련이 관건이다.
우선 하림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자금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국민·우리은행과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과 함께 대주단 구성도 마쳤다. 지난달 하림그룹 산하 팬오션은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팔아 1628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번 지분 매각 등을 통해 2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출시 만큼이나 HMM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자금 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뒀다”고 자신했다. 일각에선 김 회장과 동향 출신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자금 지원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하림과 호반은 과거에도 수차례 공동 사업 안건을 논의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호반건설의 올해 4월 기준 현금성 자산은 5600억원에 달한다.
동원그룹에게도 HMM 인수는 ‘꿈’과 같다.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며 “우리는 바다에서 이룬 회사다. HMM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이 HMM 인수와 관련한 의견을 밝힌 건 당시가 처음이다.
동원그룹은 미국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규모는 아직 미정이지만, 5000억~6000억원 규모로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참치캔 시장 1위 업체로, 2008년 동원그룹이 약 50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만약 LX그룹이 본입찰을 포기할 경우 HMM 매각이 최종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3사가 경쟁적으로 높은 몸값을 써내야했던 상황에서 2파전이 될 경우 몸값은 더 낮아질 수 있어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HMM 매각)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 동원은 HMM 인수에 진심이다.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실행하고 있다”면서도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찰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인수전 전개에 따라 주가 변동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인 가구 월평균 소득 315만원…생활비로 40% 쓴다
2‘원화 약세’에 거주자 외화예금 5개월 만에 줄어
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9개월 만에 하락
4국제 금값 3년 만에 최대 하락…트럼프 복귀에 골드랠리 끝?
5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청년 농업인 유입 기대"
6영주시, 고향사랑기부 1+1 이벤트..."연말정산 혜택까지 잡으세요"
7영천시 "스마트팜으로 농업 패러다임 전환한다"
8달라진 20대 결혼·출산관…5명 중 2명 ‘비혼 출산 가능’
9김승연 회장 “미래 방위사업, AI·무인화 기술이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