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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첫 집단소송’ 예고된 파두…“기관은 웃고 개미는 울고”

충격적인 실적 부진으로 주가 폭락 ‘뻥튀기 상장’ 논란
초기투자자들, 3분기 실적 공시 직전 지분 매도로 ‘엑시트 성공’
상장주관사 책임론 불거지며 개미투자자들 집단 소송 예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8월 7일 오전9시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기업용 SSD 컨트롤러 반도체 제조업체인 파두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기업공개(IPO) 당시 1조원이 넘는 몸값으로 기대를 모았던 파두가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지 3개월 만에 충격적인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폭락하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관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돌입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지난 7월 IPO를 진행하면서 2분기와 3분기 매출이 ‘제로’로 떨어질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파두는 지난 8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다. 미국의 빅테크 등에 반도체를 납품한다는 소식 등이 호재로 작용해 올해 국내 최초로 조 단위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일 시가총액(시총) 1조3263억원을 기록했다.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지난 8일 3분기 실적 공시 이후 잿빛으로 바뀌었다. 실제 실적을 열어보니 매출액은 2분기(4∼6월) 5900만원, 3분기(7∼9월) 3억2000만원에 그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시장은 실망감을 넘어 ‘사기 상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적 쇼크에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9일 하한가로 직행한데 이어 10일에는 21.93% 주가가 하락했고, 14일에도 6.98% 빠지며 종가기준 17만710원을 기록했다. 14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반토막이 났고, 한 때 2조원까지 갔던 시총은 8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파두 측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은 낸드 및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의 침체와 데이터센터들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SSD 업체들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고, 당사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며 “최근의 당사의 실적 침체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 기인했으며, 기존 고객사들이 파두 제품을 타 제품으로 교체했다는 우려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4분기에는 기존 고객사들로부터의 발주가 이미 재개됐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신은 가시지 않았다. 특히 파두는 자체적으로 추정한 경영실적을 기재한 증권신고서를 지난 6월 30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이후 7월 13일 한차례 정정을 거쳤지만, 추정 매출액은 그대로였다. 이미 2분기 잠정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회사와 주관사가 고의로 실적쇼크를 숨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구체적인 액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당기 매출 추정치나 오는 3분기에 다가올 불확실성 정도는 인지가 가능한 상태였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또 있다. 지난 7월 중순에 제출한 증권정정신고서와 첨부된 기업실사 보고서 등에 ‘동사 사업은 안정적인 수주 현황을 유지하고 있어 영업활동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매출액의 계석적인 증가와 수익성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등을 기재했는데, 주주들은 이 같은 내용이 허위라고 보고 있다. 

이에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와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파두에 투자한 주주들이 주관증권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사태의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다. 

파두 IPO 관련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매출 집계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7월 초에는 이미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매출을 적어도 파두는 알았을 것이고 주관증권사들도 2분기 잠정실적을 요구했을 것이므로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며 “상장·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시자료에 의하면 파두 IPO는 총 27만6692명이 1937억원을 투자했으므로 피해주주는 최소한 수만 명 이상이고 손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소송은 IPO와 관련한 첫 증권 관련 집단 소송으로 기록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는 사이 상장 전 초기 투자자들은 이미 엑시트(Exit‧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펀드들은 이달 2∼8일 집중적으로 파두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파두가 장 마감 뒤 충격적인 실적을 공시하던 지난 8일에도 장내 매도는 이뤄졌다. 이에 3분기 실적 공시 이후 주가 급락을 그대로 감당해야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감독원은 파두의 IPO 과정에서 위법 소지 여부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파두와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실적 추정치가 적정했는지, 고의로 실적을 부풀린 것은 아닌지 살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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