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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유커가 변했다...발등 찍힌 면세·뷰티

단체관광 재개에도 실적 부진
고가서 중저가로 소비 패턴 바뀌어
싼커 겨냥 중저가 브랜드 재편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지난해 8월 재개된 이후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변심으로 좀처럼 웃지 못하는 면세·뷰티업계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두 업계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바뀌면서 매출 증가 폭이 기대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커의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더 이상 유커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발(發) 특수를 기대했던 면세·뷰티업계가 난관을 딛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中관광객 늘었지만…면세·뷰티업계 부진 계속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내 면세점의 매출은 총 1조805억원으로 전달(8990억원)보다 20.2% 증가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등으로 외국인 이용자 수(63만8030명)가 전달(59만4385명)보다 7.3% 늘어난 영향이다. 전달과 비교하면 매출이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월 매출(1조9271억원)과 비교하면 56.0%에 불과한 수치다. 

주요 면세업체의 올해 3분기 매출도 일제히 줄었다. 3분기 연결기준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7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 매출은 8451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의 3분기 매출은 각 4361억원, 2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57.5%씩 감소했다.

관광객 방문이 늘어났는데도 매출이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는 면세업계가 송객수수료를 올해 초부터 줄이면서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의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송객수수료는 다이궁이나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 가이드 등에게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다. 업계는 송객수수료를 낮춰서 매출이 줄더라도 영업이익 향상을 택한 것이다.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는 여행객들. [사진 연합뉴스]

면세업계의 부진은 뷰티업계로 이어졌다. 화장품은 코로나 이전 면세점에서 유커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던 품목 중 하나였고, 뷰티업계 입장에서도 면세점은 가장 큰 판매 채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 애국주의에 따른 자국 제품 선호 현상이 두드러 진데다 중국 화장품의 경쟁력 자체도 높아지고 있어 한국 뷰티업계 또한 타격을 받고 있다. K뷰티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2%, 32.4% 줄어들었다.

“쇼핑보다 체험”…싼커 겨냥 마케팅 전략 펼쳐
 
국내에 들어온 중국 관광객 씀씀이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들이 대부분 유커가 아닌 개별관광객(싼커)이 되면서 객단가(1인당 매출)가 줄어든 것이다.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객단가는 코로나 이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중국 MZ 세대 소비 패턴 및 여행 행태 분석에 따르면, 중국 MZ세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관광지를 보는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 여행을, 단체보다는 친구끼리 여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며 주로 스마트폰으로 여행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명동이나 동대문 등 기존 관광지보다 서울 성수동, 홍대 등 SNS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인기 장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쇼핑보다는 ‘체험’ 중심의 여행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소비 성향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찾아 쇼핑을 하는 유커들과 달리, 아울렛이나 편의점 등에서 ‘실속형’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MZ세대들도 우리나라 MZ세대와 다르지 않아 쇼핑보다는 맛집 투어나 지역 관광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자 업계는 싼커를 겨냥한 마케팅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또 다이궁·단체관광객 등 다양한 형태의 중국 소비자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상품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처럼 고가 화장품을 싹쓸이하는 모습도 줄어들면서 중저가 브랜드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에만 50여 개 중저가 K뷰티 브랜드를 새롭게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40개 이상 입점을 마쳤다. 신세계면세점은 9월 개편을 통해 명동점 16개, 부산점 29개 신규 브랜드 매장을 유치했다. 명동점과 부산점엔 △토리든 △소녀콜라겐 △뉴라덤 △조선미녀 등 K뷰티 브랜드를 대거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각 점포에 K뷰티·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 세대의 방문이 많은 핫플레이스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를 물색해 유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LDF 하우스 1층 롯데면세점 모델 NCT DREAM 팝업스토어.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고가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찾는 개별 여행객을 위해 올해 화장품 및 패션 브랜드 100여 개를 새로 선보였다. 10월엔 오프라인 쇼룸인 ‘LDF 하우스’를 명동에 열고 싼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춘 유인 전략을 펴고 있다. BGF리테일이 전개하는 편의점 CU는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만든 과자 세트 ‘서울 과자’를 출시, 홍보하는 행사를 열었다. CJ올리브영과 롯데마트는 외국인 쇼핑 수요를 대거 흡수하기 위해 대표 매장인 ‘명동 타운’과 ‘서울역점’을 각각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새 단장 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성향이 가성비 중심으로 변한 것을 참고해 MD 개편 및 새로운 브랜드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한국 항공편 노선이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아 올 상반기 유커의 귀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유커 방한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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