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지분 모아…롯데렌탈, 쏘카 최대주주 노리나[지배구조 돋보기]
최대주주 집단과 지분율 1%p대 차이
쏘카에 4000억원 거금 들인 이유는
투자업계 “추가매입 배제 못해”
롯데렌탈, 쏘카 지분매입 거듭해 ‘2대 주주’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렌탈이 보유한 쏘카 지분은 34.7%(SK㈜ 물량 인수 완료 기준)다.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이 지난해 말 11.81%에서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대주주와 두 번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거래, SK㈜가 보유한 쏘카 지분까지 인수하면서다.
롯데렌탈은 2022년 3월 쏘카에 최초로 투자하면서 지분 11.81%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2023년 8월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지분 3.18%을 추가로 획득했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의 계열사다.
이후 올해 9월 롯데렌탈은 SK㈜가 보유하고 있던 쏘카 지분 17.92%의 인수를 결정했다. 쏘카 주식 총 587만2450주를 올해 9월과 내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절반씩 매입하는 조건이다. 이 당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SK㈜의 쏘카 물량을 대거 사들이면서 경영권 인수가 최종 목표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지난 11월24일에는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 1.79%를 추가로 얻게 됐다. 이는 쏘카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것이다. 이번 거래로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은 34.7%로 확대,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기존 37.81%에서 36.02%로 줄어든다. 롯데렌탈과 지분 차이는 1.32%p에 불과하다. 롯데렌탈이 언제든 지분 역전에 나설 수 있다.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보유목적은 공식보고서 상에 ‘모빌리티사업 시너지, 경영권 영향’ 등으로 표기돼 있다. 이에 일각에선 추가적인 지분 확대 움직임을 배재할 수 없단 시각이 나온다. 현재까지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인수에 들인 돈은 4000억원, 이에 비해 획득한 지분은 많지 않다. 쏘카의 시가총액이 11월28일 종가 기준 4994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롯데렌탈은 시가총액의 약 80%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지분율은 30%대에 그친 것이다. 롯데렌탈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쏘카의 지분을 늘린 최종 목표가 있지 않겠냐는 시선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의 (쏘카)지분 매입은 의미 있는 행보”라며 “롯데렌탈이 쏘카의 사업영역인 카셰어링 2위 사업자인 그린카의 모회사이기 때문에 경쟁사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렌탈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 378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쏘카 지분의 추가 매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쏘카 전·현 대표도 주식매수…경영권분쟁은 선 그어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확대하는 사이, 쏘카의 최대주주 집단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올해 10월 박재욱 쏘카 대표는 주식 68만8934주를 사들이며 지분 1.98%를 확대했다. 회사 대표의 지분 매입은 통상 책임경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롯데렌탈이 빠르게 지분을 확대하던 중 이뤄진 박 대표의 거금 투입은 롯데렌탈과의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되기 충분했다.
쏘카 창업주인 이재웅 전 대표 또한 11월 수차례에 걸쳐 총 33만6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발행주식 1.02%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대주주 집단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한 셈이다. 시장에선 지난 10월 박재욱 대표의 지분 매입에 더해 이 전 대표의 지분율 확대는 경영권 안정 행보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이 전 대표는 한편으론 쏘카 주식을 통해 차익을 거뒀다. 이 전 대표는 풋옵션 권리가 있던 에스오큐알아이의 지분 83.33%를 갖고 있다. 사실상 이 전 대표의 개인회사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롯데렌탈에 풋옵션을 행사한 가격은 주당 4만5172원으로,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현 시점이 가장 많은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된 경영권 분쟁설에도 양 사는 협업 관계와 시너지 제고를 강조한다. 쏘카의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박 대표는 롯데렌탈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당시 박 대표는 “(롯데렌탈과) 우호적으로 계속해서 협력관계를 만들 계획”이라며 “쏘카 경영진의 전략 수행에 대해 모두가 지지해주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롯데렌탈과) 협력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2년 3월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쏘카와 모빌리티 분야 포괄적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양 사는 롯데의 렌터카, 중고차 판매, 정비, 세차 등 오프라인 차량 자산 관리 역량과 쏘카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 역량을 활용해 주차,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는 이사회를 통해서도 쏘카 경영에 일부 관여하고 있다. 쏘카 이사회에는 서승욱 롯데지주 상무‧롯데벤처스 사외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경영자문, ESG위원 역할을 맡았다. 쏘카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이번 풋옵션 거래는 기존 계약에 의한 지분 취득”이라면서 “추후 당사는 쏘카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장내매수 취득 계획은 없고, 쏘카와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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