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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료에 교육까지…XBRL 도입에 기업 부담 고조

[XBRL 시대 개막]②
규모 작을수록 부담 확대…“지원책 필요”
대기업도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 겪어
정보 불균형 해소 등 장기적으로는 기회

금융감독원 금감원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국제표준 전산언어)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비금융업 상장법인들의 고충이 커지는 모양새다. XBRL이 규모가 방대한 주석까지 확대 적용될 경우 전문 인력 확충과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XBRL이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해소를 비롯한 순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경제계에 따르면 XBRL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 택소노미(Taxonomy, 분류체계)에 부합하는 XBRL공시 작성을 위해선 자문료를 비롯한 비용 증가와 전문인력 확충 문제 등 부담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XBRL은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을 기반으로 복잡한 기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생성, 교환,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기업 보고용 국제 표준화 언어다. XBRL을 적용하면 다른 용어로 표기된 같은 항목에 동일한 태그(Tag)를 부여하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가 가능하다. 

해당 ‘태그’는 금융감독 기관이 제시한 택소노미에 따라 구분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분기 보고서 본문부터 금융업 상장사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사까지 XBRL을 확대 적용했다. 내년 3월 발표 예정인 2023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직전 사업연도 자산 2조원과 5000억원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해 주석에도 XBRL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시장 내 전문가 부족

실제 사내에 XBRL 전문인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대형회계법인에 자문료를 내고 컨설팅을 받고 있다. 또 법적으로 지정된 공시담당자 2인에게도 기업이 별도로 XBRL 교육을 진행해야 되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XBRL 도입을 단계적으로 적용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XBRL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기도 하다. XBRL 도입으로 처리 해야 될 일은 많아지는데 영세한 규모 탓에 전문 인력 확충과 공시 작성 업무에 제한이 따르는 것이다. 

한 중견기업 회계 담당자는 “회사 규모가 작은 만큼 교육과 비용 지출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석과 같은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들 역시 XBRL 도입 초기 같은 이유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시장 내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관련 팀을 꾸리는 데에도 애를 먹은 것이다. 

자산 2조 이상 상장기업의 재무 담당자는 “신규 제도가 도입된 것과 다름이 없는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자원과 비용 소요는 불가피했다”며 “자산 2조 이상 상장기업 역시 우선 시행 대상으로 시장에 XBRL 전문가가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안착 늦어질수록 취지 무색

문제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수록 XBLR의 시장 안착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안착이 늦어지면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순기능보다는 비용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더 부각 될 수밖에 없고 기업들의 부담도 더욱 가중된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금융업종 비상장사는 소속 금융협회에서 XBRL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은행은 은행연합회,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금융투자협회에서 돕는 식이다. 비금융업종은 금감원과 공인회계사회가 직접 안내·교육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비용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XBRL 공시 작성에 어려움을 느낄수록 정보의 질에도 문제가 생겨 제도 도입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공시 정보 활용의 주체인 공시기업과 감독당국, 회계법인이 XBRL 기반의 공시 안정화와 재무정보 이용자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제도가 안착하면 자연스레 컨설팅 공급자도 증가할 것”이라며 “결국 기업이 느끼는 작성부담도 더욱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계업계에서는 XBRL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장기적으로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따른 투자 확대는 물론 XBRL 정보를 경영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국내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3분기부터 금융사와 비상장 사업보고서 공시 대상 법인의 재무제표 본문에 대해 XBRL 공시가 확대 적용됐다”며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기업들이 XBRL 공시 정착을 위해 촘촘한 추진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사유로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며 “정보공시 제도 개선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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