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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면 ‘끝장’…챗GPT 등장 1년, 세계 IT 기업은 어떻게 움직였나

[챗GPT 1년, 세상이 변하다]①
두 달 만에 1억명 모은 챗GPT에 빅테크 ‘위기감’ 확산
AI 경쟁 2막…‘서비스 마련’에서 다시 ‘인프라 확장’으로

미국 기업 오픈AI가 2022년 12월 챗GPT를 출시한 뒤 세계 빅테크간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미국 기업 오픈AI(Open AI)가 한국시간으로 2022년 12월 1일 챗GPT(Chat GPT)를 내놨다. 꼬박 1년이 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단연 2023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단어가 됐다. 입을 연 인공지능(AI)에 세계는 열광했고,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AI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다.

질문에 유려한 답변을 내놓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능은 기반 모델을 바탕으로 구동한다. 초대규모 AI(Hyperscale AI) 혹은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로 불리는 기반 인프라가 있어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단 뜻이다. 챗GPT 역시 1년 전 GPT-3.5로 불리는 기반 모델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모델에 언어를 학습시켜 사용자 질문 내용·맥락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 구조다. GPT는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챗GPT는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그래밍·창작·정보 요약 등에서도 높은 성능을 보이며 세계 이목을 사로잡았다. 출시 5일 만에 100만명을 끌어모으더니, 두 달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서비스’로 불리는 플랫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다. MAU 1억명 돌파까지 ▲구글번역 78개월 ▲우버 70개월 ▲스포티파이 61개월 ▲인스타그램 30개월 ▲틱톡 9개월이 필요했다.

챗GPT가 쓴 ‘최단기간 1억명 돌파’ 기록은 ‘스레드’(Threads)가 지난 7월 가져가긴 했지만, 이례적 현상임에는 틀림 없다. 스레드는 메타가 X(옛 트위터)에 대응해 내놓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출시 5일 만에 MAU가 1억명을 넘어선 바 있다. 챗GPT의 현재 월 사용자는 15억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챗GPT는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2023년에만 총 840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가장 많이 찾아본 항목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챗GPT가 촉발한 제2의 AI 기술 경쟁

AI 기술 경쟁은 챗GPT 등장 이전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한차례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다. IT업계 일각에선 이때를 통상 ‘초대규모 AI 모델의 태동기’로 부른다.

실제로 오픈AI가 GPT-3를 출시한 시점은 2020년 6월이다. 챗GPT의 기반이 된 GPT-3.5는 GPT-3에 ‘이전 대화를 기억해 맥락을 파악하는 기능’을 추가한 모델이다. 구글도 2021년 5월 LLM ‘람다’(LaMDA)를 선보였다. 중국 빅테크도 비슷한 시기에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을 마련했다. 화웨이가 2021년 5월 ‘판구’를 선보였고, 바이두는 2021년 7월 ‘어니3’를 내놨다.

국내 IT 대기업들 역시 이 시기 자체 모델 마련에 집중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를 2021년 5월 내놓으면서 ‘국내 첫 초대규모 AI 모델 보유 기업’의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이후 카카오가 오픈AI의 GPT-3에 접목된 기술을 참고해 자체 모델인 코(Ko)-GPT 2021년 11월 마련했다. LG그룹 연구조직 LG AI연구원이 ‘엑사원’을 공개한 시점은 2021년 12월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런 기반 모델을 마련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AI 모델 마련에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던 분위기는 2022년에 접어들면서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다. AI 인프라 확장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판단한 빅테크들이 이를 기반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식으로 경쟁 방향성이 바꿨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대신 서비스 개발에 기업 역량이 투입됐고, 이는 콘텐츠 추천이나 타깃 광고 고도화 등으로 나타났다. 번역·음성 인식과 같은 서비스가 플랫폼에 대거 올라온 것도 2022년을 기점으로 한다.

챗GPT 등장은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챗GPT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을 지켜본 빅테크 사이에서 위기감이 번지면서 다시 AI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는 식의 전략이 전개됐다. 그간 구축한 인프라를 가지곤 챗GPT와 같은 매력적인 서비스를 그려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전략 변경이다. 구글 경영진이 챗GPT 등장 직후 ‘코드 레드’(Code Red·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를 발령하고 대응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변화는 곧장 나타났다. 기반 모델을 이미 보유한 빅테크 중심으로 2023년 초부터 ‘차세대 모델’을 대거 공개하고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내놨다. 구글은 2월 람다를 기반으로 챗GPT와 유사한 챗봇 서비스 ‘바드’를 출시했다. 5월엔 람다보다 고성능 LLM ‘팜2’(PaLM)를 마련하고 이를 바드에 적용했다. 오픈AI도 3월 GPT-3.5를 개선한 GPT-4를 공개, 이를 챗GPT에 도입하고 이미지 인식 기능 등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바이두 ‘플라토3’(3월) ▲아마존 ‘타이탄’(4월) ▲메타 ‘라마2’(7월) ▲애플 ‘에이잭스’(7월) ▲텐센트 ‘훈위안’(9월) 등이 속속 공개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DAN) 23’ 콘퍼런스에 올라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상반기까지 해외 기업 위주의 자체 AI 모델 구축 소식이 이어졌다면, 올 하반기엔 국내 기업의 진격이 두드러졌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2.0’ 7월 공개를 시작으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8월) ▲엔씨소프트 ‘바르코’(8월) ▲SKT ‘에이닷’(9월) ▲KT ‘믿음’(10월)이 세상에 나왔다. 국내서도 생성형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 기존 모델을 개선하거나, 신규 모델을 마련하는 식의 전략을 활발하게 진행했단 방증이다. 이들 기업은 현재 차세대 AI 모델을 통해 자사 핵심 상품에 맞는 특화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초대규모 AI 모델의 성능은 통상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 수로 가늠한다. 매개변수는 사람의 뇌에서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와 같다. 시냅스가 인간의 정보 전달망이라면, AI엔 매개변수가 그 역할을 한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잘 그린 그림’에 비유되곤 하는데, 파라미터 규모는 도화지 크기와 같고 학습데이터는 그림의 성격을 결정짓는 물감의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 규모가 클수록, 학습데이터가 정밀하게 세팅될수록 생성형 AI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식이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이 매개변수 규모를 대외에 공개해 왔으나, 최근 모델부턴 비밀에 부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매개변수 규모를 늘리는 건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데, AI 경쟁이 규모 확대로만 이뤄진다면 ‘출혈’을 피할 수 없다”며 “이를 방지하고자 GPT-4 공개를 기점으로 매개변수 미공개 기조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등장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분야로는 ‘검색 시장’이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월 오픈AI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일찍이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접목했다. 구글 역시 ‘생성형 AI 검색’(SGE) 기능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11월엔 SGE 한국어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12월엔 멀티모달(Multimodal·AI 사람처럼 다양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인식하는 기술)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를 공개하고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 역시 큐:(생성형 AI 검색)와 통합검색을 결합하고, AI 챗봇 ‘클로바X’를 출시하는 등 신규 서비스를 지속해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 모델을 통해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의 지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 발전에 따라 허위 정보 확산·일자리 위협 등의 사회적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윤리·개발 방향성 등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9일 유럽연합(EU)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AI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국가 차원의 규제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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