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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눈덩이처럼 쌓이는데...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현 주소는?

[자율주행 시대 선결 조건]②
모셔널,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5위로 도약
내년 미국서 레벨 4 수준 로보택시 상업 운행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전경. [사진 현대자동차]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내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외 관련 기업의 인수 및 투자도 병행 중이다. 막대한 손실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자동차 이젠 전자장비…SDV 구현에 집중 

현대차그룹은 50년 넘게 이어온 제조업 기반의 회사를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존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소프트웨어중심의차량(SDV) 구현이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하나의 전자장비로 보는 개념이다. 목적은 명확하다.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래 실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자율주행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20년 3월 현대차그룹과 미국 전장 부품 회사 앱티브(Aptiv)가 50대 50의 지분 비율로 설립한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이다. 앱티브는 2016년 세계 최초로 로보택시 시범 사업을 마친 기업으로, 자율주행 분야 기술 선도 기업이다. 모셔널 설립 당시 현대차그룹의 출자 금액은 현대차 1조2678억원, 기아 6969억원, 현대모비스 4978억원 등 2조원이 넘는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내재화를 위해 자체 연구개발팀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을 통해 차량 소프트웨어 담당 내 자율주행사업부, 차량제어개발센터 등을 추가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을 한 곳으로 묶어 보다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포티투닷(42dot)도 인수했다. 이 회사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3년간 1조54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장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기술 공유 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셔널이 개발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대규모 투자 결실  보나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단기간 투자한 금액만 수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성공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셔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모셔널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약 6008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설립 첫 해 2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2021년)에는 5162억원으로 적자가 늘었고, 지난해에는 751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투자 축소 등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사업부 전무는 지난달 열린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현대차∙기아는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라는 개발 철학 아래 운전자는 물론 도로 위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기술 일류화 달성을 위해 대외 개발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동시에 글로벌 협업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지표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금을 개발 비용으로 쓴 모셔널은 글로벌 자율주행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이드 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 기술 순위에 따르면 모셔널은 2021년 설립 1년 만에 웨이모(구글), 엔비디아, 아르고AI(포드-폭스바겐), 바이두, 크루즈(GM)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모빌아이(인텔), 웨이모(구글), 바이두, 크루즈(GM)에 이은 5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머지않은 미래에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아이오닉 5 로보택시의 상업 운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구분하는 자율주행 단계(레벨 0~5)에서 레벨 4에 해당하는 모빌리티다.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 차체에 총 30여 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 기준도 받은 상태다. 자율주행 안전성과 신뢰성 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기술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사업부는 올해 LFA 2 및 HDA 2를 기존보다 개선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지난 9월에는 자율주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센서 클리닝 기술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결국 소프트웨어 등 기술력 확보 싸움이다”라면서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 결과물을 내기 어렵지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확보 포기 또는 축소는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했을 때 특정 기업에 종속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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