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이 사랑하는 나라 싱가포르, 그 이유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창업 친화적인 환경 제공하는 아시아 국가로 평가
창업 선도국으로 떠오른 배경…지리적 이점 및 영어 사용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최근 아시아 창업 선도 국가들을 열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싱가포르이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컨설팅 회사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도시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서 올해 싱가포르는 8위를 차지했다. 작년 18위에서 열 계단 상승한 것이다. 반면 서울은 작년 10위에서 올해 12위로 소폭 하락했다.
또 다른 글로벌 창업생태계 컨설팅 회사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의 국가별 창업생태계 랭킹에서 한국은 작년보다 세 계단 떨어져 아시아 지역 내 4위로 평가받았다. 싱가포르는 작년보다 6계단 상승하며 가장 창업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아시아 국가로 선정되었다.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 창업생태계의 상승은 두드러진다. 과거의 싱가포르가 글로벌 기업 유치와 기업 금융의 중심지였다면, 이에 더해 오늘날의 싱가포르는 선진적인 창업 환경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의 모험 자본과 글로벌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선제적인 중앙 정부 움직임…창업 생태계 성장 밑거름
싱가포르가 창업 선도국으로 급속히 떠오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또한 개방적인 금융 정책으로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원활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싱가포르의 경제 정책을 모방한 국가들이나 주변 경제특구들도 글로벌 기업 및 해외 자본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을 싱가포르처럼 창업생태계 발전 및 확장까지 연결하진 못했다.
[M계1] 그렇다면 싱가포르가 창업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에서 이야기한 요인에 더해 싱가포르 정부의 전략적인 방향 설정과 적극적인 정책지원 덕분이라 생각한다.
인구 550만 정도의 작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미래지향적인 선택과 집중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해왔는데, 이런 관점은 자국 창업생태계 육성 방향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농수산업 관련 창업생태계 육성이 좋은 예이다. 인구 증가, 기후 변화, 그리고 전쟁으로 예측 불가능해진 곡물 가격 등의 영향으로 오늘날 식량 안보는 선진국들의 최우선 어젠다가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식량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최근 몇 년간 농업 관련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애그리테크(Agritech), 음식 관련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푸드테크(Foodtech), 기후 관련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클라이밋테크(Climatetech)에 친화적인 환경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관련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장에 제공해 관련 스타트업과 기관을 자국으로 끌어들였다. 일례로 2020년 말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배양 대체육(lab-grown alternative meat) 판매를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글로벌 대체육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거나 지사를 설립해 싱가포르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대체육 산업 선진국인 미국이 올해 6월 배양육 판매를 허용한 두 번째 국가가 되었는데, 이는 싱가포르보다 약 3여 년 정도 늦은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도 배울 점이 많다. 애그리테크를 전략적 유망 분야로 선택한 2010년대 중 후반부터 농업 관련 글로벌 콘퍼런스와 세미나에서는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농수산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예산 정책, 식품 의학 등 지원 기관 관계자들까지 모두 한 팀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은 정책 수립을 위해 관련 스타트업들과 개별 미팅을 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집했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 스타트업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후속 지원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체육 시장 정책을 준비하는 동안 그들과 미팅을 가졌던 스타트업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유지했고, 정책 발표 후 자국 유치까지 이끌어냈다. 중앙 정부의 전략적 방향 설정과 관계 부처들 간의 지속적 협력이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과 일관된 가이드라인 주효
대체육이란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도 시장에 실험할 수 없던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든 이유는 명확하다. 싱가포르 시장 내 명확한 정책과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는 관련 영역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미흡한 형편이다. 이런 이유로 한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은 그들의 배양육 제품 시식회를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열어야 했다.
선제적이고 일관된 규제 및 정책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창업 관계자들도 공통으로 말하는 장점이다. 싱가포르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을 돕는 한국계 엑셀러레이터인 ‘어썸벤처스’(Awesome Ventures)관계자는 “싱가포르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게 공시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창업자와 관계자의 빠른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 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창업 무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며 국내 창업생태계는 추가적인 발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창업자의 입장에서 규제와 정책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지만,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 요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글로벌 창업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싱가포르의 모습이 우리 생태계의 추가적인 글로벌화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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