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황에…삼성 반도체 성과급 ‘0원’, 스마트폰은 ‘방긋’
반도체 역대급 불황에 물 건너간 성과급…사업부별 차이에 직원들 ‘울상’
DS부문, 연봉의 최대 50% 받는 OPI도 최대 100% 주는 TAI도 ‘역대 최저’
전체 영업이익 50% 담당하던 반도체, 3분기 누적 적자만 12조원 이상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직원들이 사업 부문별로 사뭇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산업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역대 최저’ 수준의 연말 성과급을 받는다.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하는 직원도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실적 방어에 공을 올린 스마트폰 부문 직원들은 ‘최대치’ 성과급을 수령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 예상 지급률을 공지했다. OPI는 직원들 사이에서 ‘연말 보너스’로 불리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OPI를 통해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매년 한 차례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한다.
OPI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꼽힌다. 회사는 TAI를 통해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날 공지된 OPI 예상 지급률에 ‘충격적인 숫자’가 나왔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OPI 예상 지급률이 0%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공개된 DS 부문의 TAI 지급률 역시 12.5%로 평년 대비 대폭 하락했다. DS 부문 중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하반기 TAI 지급률은 0%로 나왔다. 하반기에 성과급 자체를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생긴 셈이다. DS 부문 하반기 TAI 지급률은 구체적으로 ▲메모리사업부 12.5% ▲반도체연구소 25%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25% 등으로 책정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소속의 한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황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성과급이 이렇게 쪼그라들 줄 몰랐다”며 “다른 부서에 다니는 동료들과 성과급 차이가 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다. 업황이 어려워진 게 직원 탓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그간 OPI 제도로 연봉의 50% 정도를 거의 매년 받아왔다. 올해 초에도 OPI 50%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역대급 반도체 불황’을 마주해 성과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12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DS 부문은 통상 50% 안팎의 비중을 담당해 왔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일 땐 70%를 넘기기도 했다. 주력 산업에서 적자가 나타나며 전체 실적 곤두박질칠 때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갤럭시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과 TV의 판매 호조가 그나마 실적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소속 직원의 OPI 예상 지급률은 46∼50% 수준으로 책정됐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39∼43% 수준으로 전해졌다. DX 부문 TAI 지급률 역시 VD사업부·MX사업부는 연봉의 75%를 챙겼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A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의 OPI는 각각 연봉의 10∼12% 수준으로 책정됐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호실적에 따라 OPI 예상 지급률이 46∼49% 수준으로 정해졌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OPI 지급 규모는 현재 산정 중이다. OPI 지급 시점은 2024년 1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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