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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모든 것 제어”...‘AI·SDV’로 정의되는 모빌리티[스페셜리스트 뷰]

[2024 CES에서 찾은 기회들]②
CES 2024 모빌리티 분야 핵심 키워드 부각
자동차·IT 기업들, 입 모아 ‘소프트웨어’ 강조

AI 기반 챗봇 ‘챗GPT’를 음성 어시스턴트에 통합한 폭스바겐. [사진 폭스바겐]

[라스베이거스(미국)=이지완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렸다. CES 2024를 관통하는 미래 모빌리티 주제는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였다. 지금껏 하드웨어(HW)를 중요시했던 자동차 산업계가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

700여 개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부품 기업 포함)는 올해 CES에서 자신들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를 선보이며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모빌리티(Mobility)는 사물과 사람의 이동성을 제공하는 수단 또는 지능형 서비스를 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이동 수단인 자동차의 개념이 더욱 확장되는 개념이다.

현대자동차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정의되는 SDV를 미래 모빌리티 중 하나로 정의하고, 기존보다 더 큰 범위로 확장되는 SDx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SDV가 자동차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라면, SDx는 자동차를 넘어 주변의 모든 환경까지 AI와 소프트웨어로 결합한다는 개념이다. 현대차의 첫 번째 목표는 오는 2025년까지 SDV 운영체제(OS) 개발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모든 신차에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CES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은 삼성전자의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를 활용해 AI SDV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다. 2025년까지 관련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엑시노스 오토는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탑재된 삼성전자의 첨단 전장용 반도체다. 이 반도체는 운전자에게 고화질 지도, 영상 스트리밍 기능, 실시간 운행 정보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최신 시스템온칩(SoC)이 적용된 엑시노스 개발 플랫폼도 제공할 계획이다.

큰 틀에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기아도 SDV 전환을 따른다. 이번 CES에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콘셉트를 선보이는 데 주력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성은 현대차와 동일하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 사장은 “SDV를 쉽게 표현하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하드웨어를 추상화시키면 개발 완료된 소프트웨어를 어떤 서버에서든 구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CES에서 SDV 시대를 향한 도전을 공표한 국내 기업이 또 있다. HL그룹의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 기업인 HL만도다. 현재 차량 통합 제어 솔루션에서 데이터 기반 솔루션,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HL만도는 한발 더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커넥티드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CES에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솔루션 마이코사(MiCosa)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HL만도 측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넘어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L만도가 CES 현장에서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물론이고, 사물 인터넷(IoT) 분야의 최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HL만도는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아마존 웹 서비스의 IoT 데이터 전송 서비스 등을 활용해 주행 중 고장 예방, 도로 상태 탐지 등이 가능한 마이코사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도 SDV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180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SDV 시장이 2025년 520억 달러(약 70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세는 사람처럼 대화하는 모빌리티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AI와 소프트웨어가 부각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해법이 나오고 있다. CES에 등장한 기술의 공통점은 이용자와 차량 내에서 대화하는 AI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등 첨단 AI 기술이 요구된다.

폭스바겐은 CES에서 AI 기반 챗봇인 ‘챗GPT’를 자사 음성 어시스턴트(IDA)에 통합한 최초의 차량을 선보였다. 이는 음성 인식 기술 파트너사인 세렌스(Cerence)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해당 기능이 탑재된 폭스바겐의 차량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AI 데이터 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다. 운전 중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제너럴 모터스(GM)가 챗GPT를 차량 내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 차량에 적용한 사례는 폭스바겐이 세계 최초다.

카이 그뤼니츠(Kai Grünitz) 폭스바겐 브랜드 개발 담당 이사회 멤버는 “챗GPT의 원활한 통합과 파트너사인 세렌스와의 강력한 협업 덕분에 운전자는 부가가치와 AI 기반의 리서치 툴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새로운 제품의 혁신적인 강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마존도 여기에 동참했다. 자사 음성 비서 알렉사의 LLM 기반 생성형 AI를 BMW SUV X1에 탑재한 것이다. 지난 2018년 BMW가 선보인 지능형 개인 비서보다 더욱 많은 콘텐츠, 개인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연내 BMW 신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번 CES에서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포티투닷 역시 사람과 대화하는 자동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송창현 사장은 “포티투닷은 지난해 자체 LLM을 발표한 바 있다. AI 어시스턴트라는 기술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라며 “SDV OS가 시행될 때 함께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자동차와 AI의 결합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AI 시장은 27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서 2025년 270억 달러(약 36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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