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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대부터 ‘억’소리 나는 상품까지…설 선물도 ‘양극화’

프리미엄·가성비세트 모두 불티
백화점, 고가 상품 확대 앞세워…마트는 ‘가성비’ 전략

롯데백화점의 2024년 설 선물 라인업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도 설 선물세트 시장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 불황 여파에 따라 1만원대 수준의 저렴한 선물세트 수요가 높은 동시에 수억원대에 달하는 고급 위스키까지 극과 극 소비가 뚜렷해진 모양새다. 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을 앞세워 고객 잡기에 나섰고, 대형마트는 중저가 가성비 상품 중심으로 명절 특수를 노리는 모양새다. 

백화점, 초고가 선물세트 물량 늘려…2억원대 위스키도

업계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는 선물세트 판매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3사 모두 불황 속에서도 최근 2∼3년 사이 꾸준히 강세를 보인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제품군을 늘리는 전략으로 고객 발길을 유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한 100만원 이상 초(超)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렸다. 1++등급 암소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 최고 등급(No.9), 육량 최고 등급(A등급) 부위만 사용한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300만원)과 1++등급 암소 한우 중 최상위 암소만 선별한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200만원), ‘현대명품 참굴비 10마리 매(梅)세트’(220만원·32cm 이상) 등이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회 선물세트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범가자미, 황금광어 등 당일 손질한 프리미엄 횟감을 서울, 경인 지역 점포에서 원하는 날에 배송받을 수 있다. 대표 상품은 ‘범가자미·자바리 세트’(28만원), ‘황금광어·자바리 세트’(23만원), ‘플라워 피쉬 케잌’(18만원)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직원들이 2024년 설 명절 선물세트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1++ 등급 한우 중 상위 3%에 해당하는 최상위 암소만 선별한 대표 명품 선물세트인 5성급 물량을 대폭 확대했다. 그중에서도 마블링 최고 등급인 9등급 부위로만 구성된 ‘명품 한우 The No.9’의 가격은 25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설 명절 대비 한우 물량을 20% 늘렸다.

프리미엄 수산세트도 준비했다. 대표상품으로는 특대 봄조기를 천일염으로 섭간한 후 36시간 냉풍 건조한 12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재래굴비 특호’, 청정 제주 바다에서 살집이 오르는 겨울에 어획한 갈치 중 특대 사이즈만 선별해 소포장한 ‘명품 제주 冬 갈치’를 60만원에 선보인다. 

롯데백화점도 프리미엄급 선물세트를 늘렸다. 전통 명절 상차림 간소화 추세에 따라 품목은 줄이면서 질 좋은 상품을 찾는 ‘스몰 프리미엄’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가장 인기 있는 부위로 구성한 ‘프레스티지 암소 No.9 명품 GIFT’는 30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준비된 100개 세트가 모두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청과에서는 국내 1호 과일 소믈리에 조향란 대표가 엄선한 ‘올프레쉬 사과, 배, 한라봉 GIFT’(16만~18만원), 대한민국과일산업 대전에서 수상한 과일로 구성한 ‘과일산업대전 사과, 배, 샤인 GIFT’(19만5000~22만5000원) 등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5스타 선물세트 대표이미지. [사진 신세계백화점]

초고가 주류 상품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병당 5000만원, 4병 세트에 2억원을 호가하는 꼬냑 ‘하디 라리끄 포시즌 에디션’을, 현대백화점은 100여병만 생산된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50년산’을 8500만원대 가격에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세계 1위 샴페인으로 선정된 아르망 드 브리냑의 스페셜 세트인 ‘아르망디 브리냑 LA 콜렉션’을 3세트 한정으로 1250만원에 내놨다. 

특히 백화점 3사에서는 3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 인기를 모았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을 중간 점검한 결과, 축산은 30만~50만원대, 청과는 10만~20만원대, 수산은 20만~30만원대 상품이 가장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선보이게 된 데에는 고물가 영향도 있지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여파도 컸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30만원으로 한정돼 유통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김영란법 규제 완화 분위기가 이어지며 백화점들은 너도나도 고가 상품을 내놓는 추세다. 실제 2021년 이래 명절 선물 세트 구매 단가는 10% 안팎의 비율로 상승했다.

마트·슈퍼, ‘가성비’ 상품 인기 압도적

대형마트에서는 중저가 상품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판매한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같은 기간 대비 8% 늘었다. 같은 기간 한우는 37%, 과일은 60%, 통조림은 29%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한우 플러스 소한마리 세트’ . [사진 이마트]

한우세트는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10만∼20만원 가격대 매출이 120%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피코크 한우냉장 1호 세트’는 올해 5% 인하를 통해 기존 20만원대 가격이 아닌 19만8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추석 처음 출시돼 완판된 가성비 한우세트 ‘한우 플러스 등심·채끝 세트’는 올해 행사가인 15만400원에 판매된다. 해당 세트들의 물량은 지난 추석 대비 2배가량 늘었다. 또 행사가 11만8400원 ‘한우 플러스 소한마리 세트’도 극가성비를 내세워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과일세트는 가격이 급등한 사과와 배 대신 상대적으로 시세가 안정적인 샤인머스캣 혼합 비중을 확대해 가격을 낮췄다. 대표 상품으로 샤인머스캣 3입세트를 4만9700원에, 시크니처 샤인&애플망고 세트는 지난 설 대비 7% 인하한 6만9300원, 시그니처 샤인&사과&배 세트는 소폭 인하해 5만9500원에 판매한다. 과일세트 매출 또한 전년 동기간 대비 45% 늘었고, 샤인머스캣 및 혼합세트는 60% 매출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햄류와 참치캔류가 대부분인 통조림 세트는 매출이 28% 증가했다. 특히 3만원대 세트가 인기를 끌며 매출이 40% 늘었다.
 롯데마트 과일 선물세트 ‘샤인머스캣, 황금사과, 사과’.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에서는 10만원이 채 안 되는 실속 한우세트와 과일세트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5만원대인 충주 프레샤인사과(5㎏)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2일까지의 예약판매 매출이 2배 늘었고 9만원대 한우 정육세트도 70% 증가했다. 1만원을 밑도는 김 선물세트 매출은 2배가량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이 출시한 설 선물세트. [사진 CJ제일제당]

(왼쪽부터)농심의 관절 건강기능식품 관절에쎈크릴, 동원F&B의 참치캔 설 선물세트. [사진 농심, 동원F&B]

CJ제일제당도 고물가 시대 소비자 부담을 줄인 가성비 제품을 선보인다. 명절 선물의 대명사 ‘스팸’과 3종 이상의 인기 제품으로 꾸린 ‘특별한 선택N호’와 ‘특선스페셜G호’는 지난 추석 대비 약 7%가량 가격을 인하했다. 또한 ‘CJ비비고 직화·담백구운김 1호’도 1만원대에 선보인다.
 
CJ웰케어의 노하우를 담은 40여가지의 다양한 건강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이번 설에는 뉴질랜드 최상위 SAT등급의 녹용을 사용한 ‘한뿌리 흑삼대보 녹용’과 7가지 전통원료로 배합해 만든 ‘흑삼진액 쌍화’를 새롭게 마련했다. 특히 ‘흑삼진액 쌍화’는 2만원대 가성비 선물세트로 구성됐다.

동원F&B는 실속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한 ‘동원 설 선물세트’ 100여종을 선보인다. 고물가 상황 속 가성비 높은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활용도 높은 3개 이상의 품목으로 구성된 실속 종합선물세트를 지난해 대비 30% 이상 확대 운영한다. 참치액, 건강요리유, 고체 육수, 참기름 등 각종 조미료와 참치캔, 캔햄 등으로 구성됐다. 

동원F&B는 지난 2020년부터 구성품의 간격 재배치를 통해 선물세트의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이고, 업계 최초로 100% 종이로 만든 친환경 선물세트를 선보여왔다. 올해는 멸균팩 재활용지를 활용한 친환경 선물세트를 처음 선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은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희소성과 품격을 담은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많다”며 “그러나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가성비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도 동시에 많아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설에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선물도 여전히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관절 건강기능식품 ‘관절에쎈크릴’을 출시하며 설 맞이 이벤트를 2월 4일까지 진행한다. 농심이 최근 출시한 관절에쎈크릴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크릴오일 등 3중 복합물 관절 건강기능식품이다. 주요 원료인 히알루론산은 관절 구성성분의 하나로 연골막 보강에 도움을 주며, 아스타잔틴은 혈관 내 염증을 개선해 관절염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농심의 ‘라이필몰’에서 관절에쎈크릴 3개월(17만6000원) 및 6개월치(32만8900원) 세트는 최대 39% 할인 판매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설을 맞아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레티놀 엑스퍼트 0.1% 기프트 세트’(9만원)는 고함량 레티놀 성분을 함유해 굵은 주름까지 효과적으로 개선해주는 안티에이징 에센스다. 눈가, 미간, 목주름 등 7대 주름과 모공 면적, 모공 수 등 7대 모공까지 함께 개선한다. 
아이오페 레티놀 엑스퍼트 기프트 세트, 맨 바이오 안티에이징 세트. [사진 아모레퍼시픽]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설 선물세트. [사진 SPC그룹]
남성을 위한 선물세트도 판매한다. ‘맨 바이오 안티에이징 세트’(7만8000원)는 칙칙한 피부를 맑게 가꿔주는 세안 후 첫 단계 제품 ‘맨 바이오 컨디셔닝 에센스’와 주름을 개선하고 탄력을 강화하는 안티에이징 보습 제품 ‘맨 안티에이징 에멀젼 EX’로 구성돼 있다. 두 제품 모두 끈적임을 싫어하는 남성들을 위해 깔끔한 제형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외에도 ‘슈퍼바이탈 에센셜 스페셜 기프트 세트’(12만5000원), ‘슈퍼바이탈 에센셜 크림리치 세트’(11만5000원)를 설 선물세트로 마련했다. 

SPC그룹은 디저트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파게뜨는 설을 맞아 ‘2024 힘찬 청룡의 기운받고, 힘내세용!’이라는 테마로 푸른 용을 상징하는 화려한 디자인 패키지에 고풍스러운 맛과 풍미의 프렌치 디저트를 담아낸 선물세트를 내놨다. 

선물세트는 마들렌으로 구성된 ‘마들렌 드 파리’(1만7000원), 피낭시에로 구성된 ‘피낭시에 드 파리’(2만1000원), 마들렌과 사브레, 피낭시에 등 다양한 구움 과자류로 구성된 ‘카페 드 파리’(3만5000원) 등으로 구성됐다. 엄선된 버터와 신선한 계란을 활용하고 섬세한 온도와 시간 체크를 통해 프렌치 정통 구움과자의 본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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