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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의 봄’ 오지 않는 이유 4가지[부채도사]

미 연준 등 중앙은행 봄철 ‘금리 인하설’ 설득력 떨어져
여전한 고물가·가계부채 관리 어려움 등 상존
중동서 전쟁 불씨 커지며 기준금리 유지 필요성↑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기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금리 인하의 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이런 분위기를 이어받아 한국은행도 올 3분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이유는 4가지로 설명된다. 

다보스 포럼 주요 인사들 “피벗은 여름 이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금리 인하 기대’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먼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이야기하며 현 금리 수준이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에 대해 ‘여름 이후’라고 거론했다. ‘금리 인하의 봄’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금융권 인사들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주요 외신이 이코노미스트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빨라야 오는 6월에나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3월 금리 인하설은 시장에서 사라진 모습이다. 

이들이 내놓은 금리 유지에 대한 첫 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3월 전후로 금리 인하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 현장. [사진 연합뉴스/AP]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상반기 중엔 불가능하고, 3분기보다 4분기에나 가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이유로는 ▲인플레이션 해소의 어려움 ▲가계부채 및 부동산 가격 관리 지속 ▲한미 금리차 역전 해소 필요 ▲중동 리스크 확대 등이 꼽힌다.  

먼저 물가상승률을 보면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 이상에 있다. 한은이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말하는 ‘물가인식’은 3.8%,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인식을 말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3.0%로 3% 밑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등산에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 또는 마라톤에서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며 물가 목표치 2% 달성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만큼 올 상반기 중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리 인하 시 가계부채 관리 어려워져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두 번째 이유로는 국내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거론된다.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정부가 장기 목표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0% 미만 달성’을 내놨는데 금리 인하 하나만으로 정책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이 총재도 지난 1월 기준금리 발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하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 이유는 ‘한미 금리차’에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차는 2%p로 역대 최대로 벌어진 상황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상반기 중에 내린다고 해도 한미 금리차가 지속해서 역전된 상황이라면 한은 입장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 3.50%를 당분간 유지, 미국보다 천천히 내릴 가능성이 있다. 과거처럼 한은 금리가 미 연준보다 더 높은 상황을 만들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영향과 외국인 자본 이탈에 대한 시장의 우려 목소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확대되는 전쟁 불안, 에너지 가격 자극 우려↑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 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시기상조’가 되는 마지막 이유는 최근의 중동 리스크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소용돌이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시리아 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가는 중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영국 함대가 후티 반군을 지난 10일 사이 여덟 번이나 공격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서로 공습을 주고받았다.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이 퍼져나가는 양상에서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등 세계 주요 교역로는 위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35%를 차지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나타나면 국내 물가 관리 어려움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릴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현재의 대출 금리가 하반기까지 유지돼 신용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에 대출을 확대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연체 상승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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