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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감성에 볼 빨간 청춘들…‘우리 동네 레트로’는 어디?[E-트래블]

한국관광공사 추천한 ‘우리 동네 레트로’ 인기 끌어
동두천·군산·부여 등에서 감성 오롯한 시간 여행 가능

예부터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군산 선유도. [사진 한국관광공사]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영하 4도, 등교하던 당번은 교무실 옆에 오른 빨간 깃발을 보고 미소를 머금는다. 휑하니 창고에서 한 양동이 조개탄을 배당받아 교실 난로에 불을 지핀다. 오는 아이들 족족 환호성이다.

추위에 발갛게 언 얼굴이, 난로의 열기로 벌겋게 달아오른다. 3교시부터 당번은 수업 열외다. 난로 옆에 쌓인 양은 도시락을 번갈아 난로 위로 올린다. 고소한 볶은 김치 냄새에 뱃속은 꼬르륵꼬르륵, 입속은 꼬올깍꼬올깍…

그때를 기억하는 ‘라떼들’은 눈이 벌게지고, 그때를 엿보는 ‘레트로’는 눈이 반짝인다. 시린 손, 주린 배로 달갑지 않은 시절이지만, 추억 앞에선 누구나 무장해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레트로 여행지 ‘우리 동네 레트로’다.

옛 감성이 오롯한 시간 여행은 결국 희망 여행….

경기 동두천…동광극장과 보산동 관광특구

예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하는 동두천 동광극장. [사진 한국관광공사]

“저건 1967년일 거야. ‘학사 며느리’ 포스터가 걸려 있잖아. 그때 개봉한 영화거든.” 

동두천 동광극장 고재서 대표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진 속 1960~1970년대 동광극장 앞은 번화가였다. 극장 간판에 그림 포스터가 걸려있다. ‘미술부장’으로 불리던 간판화가가 그렸단다. 배우들은 간판에 자기 얼굴을 크게 나오게 하려고 간판화가에게 밥이나 술을 사기도 했다.

동광극장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예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한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인이 된 정환(류준열)과 동룡(이동휘)이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2018년엔 그룹 god 박준형이 진행한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상영한 영화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여서, 영화 속 와칸다왕국을 따 ‘와칸다 극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전히 최신 개봉작을 올리지만, 단관이라 두 영화를 교차 상영하기도 한다. 상영 시간표가 손 글씨다. 드라마 세트장 같아 포토 존으로 인기다. 건물 2층의 간판 포스터는 이제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다. 

극장 문은 타임 슬립의 출입구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1980~1990년대가 펼쳐진다. 입구 옆에 매점이 있고 안쪽은 휴게실이다. 한쪽에 놓인 수족관도 예스럽다. 맞은편 영사기는 20여 년 동안 동광극장을 책임지다가 2009년 디지털 영화 ‘아바타’가 개봉되면서 은퇴했다.

283개의 객석은 때 묻은 고풍스러움이 아니다. 고품격으로 기름지다. 갈색 가죽 의자가 반짝이고,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도 눈에 띈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도 있다. 자리는 자유석이다.

20여 년 동안 동광극장을 책임지다가 2009년 디지털 영화 ‘아바타’가 개봉되면서 은퇴한 영사기와 영화 필름. [사진 한국관광공사]

동광극장은 살아 있는 극장 박물관이자, 세대의 추억이 숨 쉬는 현재 진행형 레트로 극장이다.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는 동두천의 역사를 증언한다. 동두천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 2사단 캠프 케이시가 주둔해 다문화가 공존했다. 보산동 지명도 미군 부대 자리에 있던 보안리와 축산 부락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외국인 전용 클럽과 빅 사이즈 의류 매장 사이로 작은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작은 이태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 캠프(Camp)는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Culture&Art Market Place’의 약자로 쓰인다.

그라피티도 볼거리다.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덴마크 등 다양한 나라 작가들이 수도권 전철 1호선 보산역 지하철 교각과 거리에 그라피티를 선보였다. 

레트로 음악 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보산동은 우리나라 록의 대부 신중현이 이끈 밴드 애드 훠(ADD 4)가 활동한 본산이다. 두드림뮤직센터는 1층 공연장, 2층 전시관 등으로 꾸렸고 LP 음악도 들을 수 있다. 그라피티 ‘Hopare’가 있는 교각 옆으로 9개국 음식 문화를 접하는 월드푸드스트리트가 자리 잡고 있다. 2월까지 휴식기를 가지고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동두천의 역사를 증언하는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 [사진 한국관광공사]

□ 호수식당 본점 : 부대볶음, 동두천시 중앙로, 031)865-3324/오륙하우스 : 돈가스, 동두천시 상패로, 031)865-3556/송월관 : 떡갈비, 동두천시 큰시장로, 031)865-2428

강원 태백…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 전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태백 철암역에서 약 170m 거리에 있는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 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탄광촌이 활황이던 1970년대 철암 지역은 광부가 되려는 이들 수만 명이 몰려 들었다. 탄광촌에서는 개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만큼 경기가 좋았다는데, 철암 동네 개는 10만 원권 수표를 물었다고 할 정도로 석탄 산업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광부 월급은 공무원의 곱절이었고, 서울 종로 거리에나 있을 법한 다방과 술집이 헤아릴 수 없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페리카나’ 1층은 관리사무소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각종 장부와 철암 지역 학생들의 성적표, 계약서, 광부들이 매일 마셨을 소주 등을 전시돼 있다.

탄광촌이 활황이던 1970년대 철암 지역은 광부가 되려는 이들 수만 명이 몰려 들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진주성’은 관광객 쉼터와 복합 문화 공간, 철암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호남슈퍼’는 철암의 유래·역사 관련 전시 공간과 선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꾸몄다.

호남슈퍼 2층에는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선술집과 가정집, 마을 골목을 재현했다. 부엌과 난방시설에 연탄이며 조개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성광업소와 철암역두 선탄시설도 올해 6월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과거 탄광촌은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해 증축을 거듭했다. 원래 있던 건물은 상가로 활용하고, 철암천 쪽으로 공간을 확장해 지층 아래 살 집을 마련했다. 이때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까치발 건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까치발 건물을 제대로 보려면 신설교에 서야 한다. 

신설교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산동네와 마주한다. 여기가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삼방동이다. 광부 아버지가 빨간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들고 아이와 함께 선 조형물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쇠락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에는 음식점과 카페, 편의 시설이 모여 있다. 여기 식당 한 곳에서 내는 물닭갈비는 광부의 단골 음식이었다. 체내 분진 제거를 많이들 먹었단다.

철암역은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철암역의 위상도 떨어졌지만,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되면서 다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불로닭물닭갈비 : 물닭갈비, 태백시 동태백로, 033)582-4142/연화식당 : 김치찌개·청국장, 태백시 태백로, 033)581-8897/원조안동갈비 : 돼지갈비, 태백시 번영로, 033)554-4242/한밭식당 : 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충남 부여…규암마을

부여읍 규암마을의 대표 명소 책방세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백제 문화재가 가득한 부여읍에서 다리를 건너면 규암마을이 나온다.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한 규암마을은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강 건너 부여읍으로 생활권이 자연스럽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구경한다. 먼저 규암마을의 대표 명소 책방세간을 찾았다.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드르륵~ 열리는 나무 미닫이문 소리가 정겹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이 연한 분홍빛으로 반짝이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담뱃갑 은박 속지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벽면이다.

담배 가게 주인 이름이 새겨진 문패와 금고 등이 그대로 전시됐고, 담배 가게 진열장은 책 진열장으로 바꿨다. 책방 내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보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책방세간은 2018년 규암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 낙후한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주)세간의 박경아 대표다. 세간은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뜻하는 세간살이의 준말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 박 대표는 인사동 쌈지길에서 시작해 북촌, 서촌,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등 대표적인 문화 거리에서 유명 아트숍을 운영해 온 실력자다.

 ‘123사비’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박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도 만들었다. 모두 오래된 한옥과 양조장을 매입해 꾸몄다. 네 공간을 연결해 ‘자온길’이라고 불렀다. 자온(自溫)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라는 뜻으로, 인근의 자온대에서 따온 이름이다.

책방세간 옆에 부여서고가 있다. 책방 이름 같지만, 염색 장인 송성원 대표가 만든 다양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숍이다. 부여서고 이름은 ‘각 분야 문화가 서고의 책처럼 많이 모인다’는 의미다.

민간에서 책방세간과 부여서고 등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부여군은 공예에 초점을 맞춰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하고 규암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한다. ‘123사비’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는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으로, 공예 작품 전시와 판매, 플리 마켓 등을 진행한다(2024년 3월부터 운영 재개 예정).

규암마을의 이름이 유래한 자온대는 수북정(충남문화재자료) 아래 있다. 백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정자다. 수북정 아래 튀어나온 바위가 자온대다. 백제 의자왕이 왕흥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면서 먼저 이 바위에 올라 예불을 올렸는데,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졌다는 전설이 있다. 자온대는 바위 생김새가 누군가 엿보는 것처럼 머리만 내민 형태라서 규암(窺岩)이라고 부른다.

규암마을의 이름이 유래한 자온대는 수북정(충남문화재자료) 아래 있는데, 백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정자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송도회관 : 황태찜·아귀찜, 규암면 수북로, 041)835-2345/강변가든 : 포천이동갈비구이·제육백반, 규암면 수북로, 041)834-6889/먹을래싸갈래 : 김치찌개·청국장, 규암면 자온로, 041)836-5002/구드래보리밥 : 보리밥·콩나물밥, 부여읍 나루터로, 041)835-0750

대구 군위…화본역·엄마아빠어렸을적에

복고 감성 여행 명소 엄마아빠어렸을적에. [사진 한국관광공사]


대구 최북단에 있는 군위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은 레트로의 핫 플레이스 중심에 있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건축한 역사(驛舍)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실제 역이라기보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인상을 준다.

이를 증명하듯 화본역은 ‘네티즌이 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에 이름을 올렸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 ‘손현주의 간이역’에도 등장했다.

화본역은 실제 역이지만 관광 명소답게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높이 25m, 지름 4m 급수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30년대 말,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했다.

역 앞 광장에는 박해수 시인의 ‘화본역’ 시비가 있으며, 역사 왼쪽에는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주말·공휴일 운영하지 않는다)가 있다. 화본역 이용은 구내 입장료는 만 6세 이상 1000원이다. 오는 12월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완료되고 철로가 이설되면 화본역은 폐역이 된다.

폐교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해 1960~19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한 농촌 문화 체험장. [사진 한국관광공사]

또 다른 복고 감성 여행 명소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화본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폐교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해 1960~19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한 농촌 문화 체험장이다. 교실에 있는 칠판과 책상, 오르간, 학습 게시판, 난로 등이 4050 세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문방구와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 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도 그대로 재현했다.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추억의 도시락과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석고 공예, 야생화 체험, 원예 치유, 꽃차와 쿠키 만들기는 언제 배워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화본 지역 농산물도 판매한다.

입장료는 중학생~어른 3000원, 만 3세~초등학생 2500원이다.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유료이며 토·일·공휴일에만 예약제로 운영한다.

□ 화본마을마중 : 마중비빔밥·옛날도시락·돌솥비빔밥, 산성면 산성가음로, 054)382-0727/시골밥상 : 찹쌀수제비·들깨칼국수·순두부찌개, 부계면 한티로, 054)382-2776/한밤황토집 : 황실닭백숙·오리반반세트·오리생구이, 부계면 한밤8길, 010-9275-4788

전북 군산…시간여행마을

국가등록문화재로 꼽히는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을 보수·복원해 사용 중인 군산근대미술관. [사진 한국관광공사]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대표적인 레트로 여행지다. 다양한 근대건축물과 1980~19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이 정겹다. 

시간여행마을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출발지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왼쪽으로 웅장한 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제가 대륙 진출을 목적으로 건설한 군산 어청도등대(국가등록문화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더욱 실감 난다.

3층 근대생활관에서는 채만식이 장편소설 ‘탁류’에 미두장으로 그린 군산미곡취인소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군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임피역도 전시장 한쪽에 세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일본인 지주의 횡포에 저항한 옥구 농민 항쟁 기록, 일제강점기 여의도 10배에 이르는 땅을 소유했다는 구마모토 농장의 토지 목록, 일본식성명강요(창씨개명) 호적 원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바라보고 왼쪽에 호남관세박물관이 자리한다. 1908년에 세운 구 군산세관 본관(사적)으로, 국내에 현존하는 대표적인 서양 고전주의 건축물이다. 고딕 지붕과 로마네스크 창문, 영국 스타일로 처마를 낸 현관 등 이국적이고 화려함을 강조한 일본 근대건축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물관 뒤쪽에 같은 해에 지은 세관 창고를 활용한 카페도 있다.

군산근대미술관은 일제강점기 곡물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해 설립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국가등록문화재)을 보수·복원해 사용 중이다. 대형 금고가 있던 자리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감옥을 재현한 전시관으로 꾸며 그 의미를 더한다. 군산근대건축관은 1922년에 건립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국가등록문화재) 건물이다.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박물관 통합권을 구매하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위봉함까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군산항 구축 공사 때 만든 반원형 터널 군산 해망굴(국가등록문화재)이며 초원사진관도 있다. 이중 초원사진관은 1998년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허름한 차고를 사진관으로 꾸몄다.

시간여행마을은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국가등록문화재)과 동국사도 아우른다. 과거 ‘히로쓰(廣津) 가옥’으로 불린 이 집은 근세 일본 무가(武家)의 고급 주택인 야시키(屋敷) 형식으로 지었다.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경내에 일제의 만행을 사과하는 일본 승려들의 참사문비와 평화의소녀상이 있다. 사찰 뒤쪽 언덕에 울창한 대숲이 아름답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터를 잡은 신흥동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피란민이 밀려들었다. 인적 드문 언덕을 따라 판잣집이 다닥다닥 들어서며 형성된 마을에 산비탈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말랭이’에서 유래한 말랭이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배우 김수미도 이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최근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미술관과 책방, 공방으로 하나둘 변신하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눈길을 끈다.

□ 한일옥 : 소고기뭇국, 군산시 구영3길, 063)446-5502/락원 : 청국장, 군산시 구영3길, 063)446-9255/이성당 본점 : 단팥빵·야채빵, 군산시 중앙로, 063)445-2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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