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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2000억 육박…삼성물산 패션, 나홀로 웃은 이유

[희비 갈린 K패션] ①
지난해 영업이익 1940억…전년 대비 7.8%↑
소비 위축에도…신명품·SPA 투 트랙 전략 효과

삼성물산 CI. [사진 삼성물산]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지난해 국내 패션업계에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여파로 한파가 불어닥쳤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실적 방어에 성공, 영업이익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패션 대기업 중 나 홀로 호실적을 거둬 눈길을 끈다. 

이준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부사장)이 취임한 지난 202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꾸준히 강화해 온 수입 브랜드, 신명품 등의 실적이 일정 궤도에 올랐고 최근 자체 브랜드 육성에 힘을 주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MZ세대 취향을 겨냥한 브랜드 개편 및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을 통해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연속 연매출 '2조클럽' 호실적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1940억원을 기록해 전년(1800억원) 대비 7.8% 성장했다. 매출액은 2.5% 증가한 2조51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액 5450억원, 영업이익 460억원을 기록해 3분기(매출액 4560억원, 영업이익 330억원)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또 2년 연속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패션기업 ‘빅5’로 불리는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전년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대조적이다. LF·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호실적에 대해 온·오프라인 ‘투 트랙’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 수입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자사의 SPA(제조와 유통 일원화) 브랜드 ‘에잇세컨즈’로 저가형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신명품이란 샤넬, 루이비통 등 기성 명품과 구분되는 고급 해외 브랜드를 말한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둔화했지만 ‘자스가’(자크뮈스·스튜디오니콜슨·가니)를 필두로 한 수입 브랜드 호조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지난해 자크뮈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170% 증가했으며 스튜디오니콜슨은 90%, 가니는 50% 신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콘셉트 스토어 ‘10 꼬르소 꼬모 서울’(10 Corso Como Seoul) 매장 내 전경.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수년간 해외 수입 브랜드의 성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미·메종키츠네·꼼데가르송 등 ‘1세대’ 수입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비이커’, ‘10 꼬르소 꼬모’ 등 편집숍을 중심으로 신명품 브랜드를 다수 발굴하며 수년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처음 국내에 들여온 ‘톰브라운’은 지난해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직진출을 선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수입 브랜드 매출 비중은 30%가량으로, 연 6000억원 정도를 수입 브랜드로 올리는 셈이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도 인기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해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실적 견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힌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에잇세컨즈는 2012년 론칭 후 한때 내리 적자를 냈지만, 리브랜딩 및 경영 효율화 과정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에잇세컨즈 매장은 2022년 말 58개에서 72개(2월 기준)로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을 목표로 에잇세컨즈의 아시아권 매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에잇세컨즈 프리미엄 캐주얼 라인 유니에잇(UNI8).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업 재편·운영 효율화 결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2년 출시한 ‘에잇세컨즈’의 부진으로 2015년과 2016년 잇따라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조7000억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년 엔데믹과 맞물리며 그간의 부진을 딛고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턴어라운드는 2021년 취임한 이준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이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부문장은 5년여에 걸쳐 지속적인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으며 소비자 분석에 따른 브랜드 관리에 집중했다. 먼저 ‘엠비오’와 ‘라베노마’ 브랜드를 정리했으며, 2018년엔 에잇세컨즈의 중국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지난해 11월엔 삼성그룹의 모태사업(제일모직)인 직물 사업을 66년 만에 정리했다. 

고비용 구조의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를 줄이고 효율성이 높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 것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온라인 전문몰 SSF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까지 높아졌다. 2021년 19%에서 지난해 22%로, 매해 1%씩 매출 규모를 늘려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 양성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이 지금의 성과를 보게 된 것”이라며 “또 온라인몰 중심의 다양한 콘텐츠나 경험소비 부분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해 목표 매출은 2조1000억원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의류 소비가 둔화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SPA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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