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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타는 여심(旅心), 자전거 타는 상춘(賞春)…꽃길 따라 하이킹, 발길 따라 바이킹[E-트래블]

물길 따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봄나들이, 시흥 그린웨이
아름다운 강릉 경포호,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무섬마을로 향하는 봄빛 여정, 영주 자전거길

강릉 경포대 아래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 [사진 한국관광공사]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따르릉~’ 자전거가 달린다. 겨울을 뚫고 봄 축제를 향해 달린다. 매화가 반기고 벚꽃이 환호한다. 꽃향기가 내 몸을 감싸며 간질이는 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내가 달리는 줄 알았더니, 봄바람이 등을 떠밀고 있더라. 내가 달리는 줄 알았더니, 세상이 포옹하듯 달려들고 있었다. 자전거와 난, 물아일체… 세상과 난, 무위자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3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봄날의 자전거 여행’이다. 솔솔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타기 좋은 여행지는 어디일까.

물길 먼저일까, 발길이 먼저일까…시흥 그린웨이



그린웨이는 시흥시를 대표하는 자전거길이다. 갯골생태공원에서 물왕호수까지 약 7.5㎞ 거리로, 아마추어라도 1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제방 위 농로에 조성돼 자전거를 전원 풍경도 그만이다. 심한 경사 구간이 없지만, 농기계와 농사 차량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린웨이의 출발점은 갯골생태공원이다. 잔디광장과 캠핑장·해수체험장·탐조대 등을 두루 갖췄다. 갯골생태공원의 랜드마크는 원기둥 모양으로 세워진 22m 높이의 흔들전망대다. 공원과 주변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이름처럼 전망대가 흔들려 아찔하다.

갯골생태공원과 주변은 원래 소래염전이 있던 자리다. 내륙 안쪽까지 들어오는 바닷물이 뱀처럼 구부러진 모양을 한 경기도에서 유일한 사행성 내만 갯골이다. 자전거를 타고 염전체험장 옆에 있는 시흥 옛 소래염전 소금창고(경기등록문화재)를 지나 모새달다리 방향은 부드러운 흙길 위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까지는 시운전이다. 본격적인 그린웨이 자전거 여행은 관곡지부터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문장가 강희맹이 사신으로 간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蓮) 씨를 처음 심은 곳이다. 너른 마당에 아담한 사각 연못이 있고, 물 한가운데 소나무 세 그루를 품은 인공 섬이 인상적이다. 연꽃은 여름이 제철이니, 그 풍경은 상상하는 것으로…. 마당 높은 자리에 듬직하게 선 정자가 먼 데서 온 여행객을 지그시 내려다본다. 관곡지는 사유지라 주말에만 개방한다(10월~이듬해 3월 오전 10시~오후 5시 / 4~9월 오전 10시~오후 7시).

관곡지를 지나면 길은 보통천 제방을 따라 거의 직선으로 연결된다. 중간에 만나는 호조벌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농토가 황폐해져 굶주림에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바다를 막아 논으로 만들었다.

자전거가 농로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금세 그린웨이의 종착지 물왕호수에 도착했다. 물가를 따라 만든 산책로는 자전거를 타고 통행할 수 없다. 잠시 내려 벤치에서 휴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물왕둘레길은 벚꽃으로 유명해 봄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해마다 3~11월에 시흥시 공영자전거대여소를 운영한다. 월곶역점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8시(월·화요일, 공휴일 휴무), 정왕역점 운영 시간은 오전 7시~오후 9시(토·일요일, 공휴일 휴무), 대여료는 없다. 1·2인용 자전거와 헬멧을 구비하고 있다.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선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월곶역점과 정왕역점은 갯골생태공원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다. 갯골생태공원에서도 공원 내 탑승이 가능한 전기차(3~11월 운영 / 15분 2000원), 다인승 자전거(3~11월 운영 / 30분 1만 원), 수상 자전거(4~10월 운영 / 30분 1만 원) 등을 빌릴 수 있다.

‘시흥시 스마트 관광 전자지도’ 앱을 이용하면 자전거 여행에 유용하다. ‘스탬프 투어’ 메뉴를 터치하면 스탬프를 찍는 위치가 지도에 표시된다. 표시된 장소 주변에 가서 스탬프 표시를 터치하면 회색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 뭐 먹지
방파제칼제비 백합얼큰칼제비·해물파전, 시흥시 오이도중앙로
우강민물장어 장어정식·장어구이, 시흥시 옥구천서로
장금이 연잎밥코스, 시흥시 피울길

둘레길은 가속을 재촉하고, 풍광은 발목을 잡고…경포호



강원도 강릉시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자전거길이 있다. 잔잔한 호수와 든든한 백두대간을 보며 달리는 경포호 둘레길(약 4.3㎞)이다.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명승)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로, 오르막길이 거의 없는 평지라 안전하고 자전거 대여소가 많아 이용하기 편하다.

경포호 라이딩 코스는 스카이베이호텔 경포에서 경포호수광장, 경포가시연습지, 강릉3·1운동기념공원을 지나 경포대와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자전거로 속도를 내면 15~20분이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지만,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1시간 30분~2시간은 족히 걸린다.

출발지는 자전거 대여소가 모여 있는 스카이베이호텔 경포 근처다. 잔잔한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든든한 산줄기를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1인용 자전거부터 가족용 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경포호둘레길은 거대한 핑크빛 원을 만들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생 사진 배경이 되는 곳도 여럿이다. 경호교를 지나면 경포호수광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푸른 호수와 스카이베이호텔 경포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다음에 등장하는 소나무 숲도 명품이다.

소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에 전망 좋은 덱이 있다. 물결처럼 이어진 장쾌한 산이 호수와 함께 그윽한 풍경화를 그려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캐릭터 조형물을 비롯해 다양한 조각품이 등장해 자전거 타는 내내 심심할 틈이 없다. 호수 둘레 라이딩이 끝날 즈음,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꼽는 경포대가 보인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지자체 명품 자전거길로 선정된 강릉 경포호산소길에는 경포호둘레길 외에도 안목해변-연곡해변 구간이 포함된다. 안목해변에 있는 강릉커피거리는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강릉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은 ‘2022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곳이다.

자전거 베테랑이 아니라면 경포해변을 중심으로 남쪽보다 북쪽 길이 좋다. 연곡해변까지 자전거전용도로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연곡해변 인근 자전거도로는 방풍림 사이에 있어, 초록 터널 아래 싱그러운 라이딩이 가능하다.

경포호는 상시 개방하며(연중무휴), 입장료가 없다. 자전거 대여소는 스카이베이호텔 경포 가까이 모여 있으며, 요금은 일반적으로 1인용 자전거 5000원, 2인용·전기 자전거 1만 원, 가족용 자전거 3만 원이다(1시간 기준).


□ 뭐 먹지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본점 짬뽕순두부,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엄지네포장마차 본점 꼬막무침비빔밥, 강릉시 경강로2255번길
서지초가뜰 씨종지떡·효소차, 강릉시 난곡길76번길

돌고 돌아가는 세상, 물길 마저 도는 세상…영주 자전거길



물길 따라 산과 들의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지는 영주 자전거길은 봄에 가장 매력적이다. 낮에는 초록이 싱그럽고, 저녁 무렵에는 노을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주는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다. 영주 자전거길은 4개 구간으로 주요 명소를 두루 돌아볼 수 있다. 1구간은 소백산역에서 서천교까지 소백산의 활력을 얻는 길, 2구간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에서 서천교까지 전통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길이다. 3·4구간은 서천교와 무섬마을을 잇는다. 특히 3구간 중간에 자리한 영주시자전거공원부터 4구간 무섬마을에 이르는 약 14.5㎞는 풍경이 빼어나고 길이 평이해서 초보자도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여행자라면 영주시자전거공원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섬마을까지 편도 약 1시간 30분 거리다.

공원을 빠져나가면 영주 시민의 힐링 공간, 서천 변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250m쯤 달리면 왼편 언덕에 우뚝 솟은 제민루가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 위 구학공원에 들러볼 필요가 있다. 조선 시대 의국 제민루는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으로, 오늘날 보건소 같은 곳이다.

제민루 앞에 삼판서고택이 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판서 세 사람이 살았다는 집이다. 고택은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생가로도 알려졌으며, 2008년에 복원했다.

구학공원에서 내려와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봄이면 서천 변에 벚꽃이 지천이다. 자전거길 곳곳에 나무가 우거진 덱 구간이 있다. 구학공원에서 약 7㎞를 달리면 문수면 적동2리 꾀꼬리마을이다. 마을 입구 100여 년 된 아름드리 버드나무 쉼터에서 잠시 머무르기 좋다. 쉼터 아래 은빛 백사장에는 맨발로 걷는 이도 종종 보인다.


꾀꼬리마을에서 20여 분 달리면 문수면 월호3리다. 강 건너편에 기찻길이 있어 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월호3리에서 약 1㎞ 가면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재)이 있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함께 경북 3대 물돌이 마을로 꼽힌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 집성촌으로, 내성천이 삼면을 휘감아 섬처럼 보인다. 마을에 들어가는 폭 30㎝의 외나무다리가 있다. 자전거로 진입하려면 외나무다리 옆 수도교를 이용해야 한다.

마을에는 전통 가옥 30여 채가 있으며, 350년이 넘은 만죽재고택(경북민속문화재)이 가장 오래됐다.

영주시자전거공원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면 자전거와 안전모, 자물쇠를 무료로 빌려준다. 담당자가 알맞은 자전거를 골라주고, 자전거 탐방로와 안전 수칙 등을 꼼꼼히 안내한다. 공원 내 공공자전거대여소는 트레일러 자전거, 어린이용·성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 전기 자전거 등 120여 대를 비치해 선택의 폭이 넓고,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이다(대여 5시까지, 명절 당일 휴무). 공원은 상시 개방하며(연중무휴), 주차장과 물품 보관함, 화장실, 카페 등 편의 시설과 어린이들이 자전거 탈 공간도 갖췄다.

영주시자전거공원 한편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하루 1000원에 공공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공공 자전거는 무료 대여 자전거와 달리 반납 장소가 영주시 곳곳에 있다. 무섬마을에도 대여·반납 장소가 있으니 마을까지 편도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면 공공 자전거를 이용한다.


□ 뭐 먹지
축산식육식당 한우구이·한우육회, 영주시 번영로173번길
흥부가 육회비빔밥, 영주시 대학로
나드리 쫄면·돈가스 영주시 중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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