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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변신’ TJ미디어…윤나라 대표 “글로벌 플랫폼 도약” [이코노 인터뷰]

‘코로나19 직격탄’ 1년 만에 극복…윤나라 대표, 숫자로 입증한 경영 능력
노래방 기기는 기본…앱 개발·VR 콘텐츠·아이돌 기획·반도체 ‘전방위 확산’
“음향·디스플레이 갖춘 공간 자체가 ‘플랫폼’…콘텐츠 천국 ‘미국’ 진출 목표”
“콘텐츠 기술 갖춘 TJ미디어 경쟁력 충분…‘오징어 게임’보다 ‘넷플릭스’ 꿈꿔”

윤나라 TJ미디어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대담=최은영 이코노미스트 편집국장·정리=정두용 기자] “글로벌 플랫폼 도약을 꿈꿉니다. TJ미디어가 ‘끊임없는 경쟁’ 끝에 구축한 역량들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물론 갈 길이 멀겠지만 자신 있습니다.”

TJ미디어는 무섭게 변하고 있다. 1981년 6월 태진음향에서 시작해 노래방 반주기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기까지. 변화는 늘 TJ미디어가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TJ미디어 앞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라든지 ‘수출 선두 자리를 꿰찬 업계 유일 상장사’와 같은 수식어가 꽤 오래전부터 붙어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반, 노래방 시장이 춘추전국이던 때엔 아싸·금영·로얄전자 등 노래방 기기 업체는 50여 개에 달했다. TJ미디어는 2010년을 기점으로 금영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노래방 반주기의 본질인 음향 설비에 집중하며 품질 경쟁력을 키워온 결과다.

TJ미디어는 그런데도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본업인 국내 노래방 반주기 시장을 사실상 평정한 뒤로 되레 사업을 더욱 파격적으로 확장했다. 기기를 공급하는 단순한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단 의지가 그간 이룬 성과에 묻어난다. 대중에 흔히 알려진 ‘노래방 기기 업체’란 인식만으론 TJ미디어를 이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TJ미디어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결단을 내렸고, 성과가 최근 수면 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나라 TJ미디어 대표이사 취임을 전후로 이런 변화는 더욱 선명해졌다. 2020년 12월부터 회사를 끌고 있는 윤 대표는 실적은 물론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경영 합격점’을 받았다는 게 대내외 평가다. 윤 대표는 TJ미디어의 최근 행보에 대해 “변화 중심엔 회사 모토인 ‘노래하는 즐거움’을 실현하기 위한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있다”며 “단순히 노래방 기기를 파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는 비전으로 모두가 똘똘 뭉쳐있다. 사업 다각화는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윤나라 TJ미디어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윤 대표의 말마따나 TJ미디어는 ‘노래하는 문화’ 자체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왔다. 1993년 8월 국내 최초 실제 연주 방식 영업용 반주기를 출시한 TJ미디어는 현재 앱 개발·운영사이자, 인터넷(IP)TV 콘텐츠 공급 업체로 변화했다. 16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이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20억 회를 훌쩍 넘어섰다.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개발·공급하는 역량이나, QR코드를 통한 결제 시스템 운영 노하우도 갖췄다. 아프리카TV와 협력을 진행하며 실시간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소재 자회사 드림(Dream S.A.S)을 통해 음원 반도체 칩도 생산 중이다. 일본·필리핀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사업 확장도 이뤘다.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가 해외 사장에서 나올 정도로 호황이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이 꼽힌다.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WITH US ENTERTAINMENT)를 100% 자회사로 2019년 1월 설립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남자 아이돌 그룹 ‘더윈드’ 데뷔를 기점으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더윈드는 노래방 엔딩곡 ‘다시 만나’를 부른 그룹으로 이름을 알리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 중이다.
그룹 더윈드. [사진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

“변화했기에 살아남은 기업”

TJ미디어는 올해 설립 43주년을 맞이했다. 최근 10년은 기술 발전 속도만큼이나 다양한 사업적 시도가 이뤄졌다. 이 중 윤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4년은 ‘격동’이라 불릴 정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윤 대표는 “TJ미디어는 변화했기에 살아남았다”며 “사업 특성상 시대의 흐름을 두 가지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기술 발전뿐 아니라 문화 변화도 눈여겨봐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TJ미디어가 그간 마주하고 적응해 온 기술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음악 저장 매체만 보더라도 엘피판(장시간 음반·Long Play Record)부터 테이프·CD(광디스크·Compact Disc)로 발전했다. 지금은 작은 메모리 반도체 칩으로도 수천·수만 곡을 저장할 수 있다. 영상 기기 역시 브라운관(CRT)부터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지속 발전했다. 화질도 SD(Standard Definition·35만 화소)·HD(High Definition·100만 화소)·FHD(Full High Definition·200만 화소)로 점차 개선됐다. 8K(3300만 화소)가 상용화 조짐을 보이는 요즘이다. 노래방은 국내에 인터넷 인프라가 깔리기 전에 만들어져, 하루 단위로 곡이 업로드되는 지금 시대에도 살아남았다. TJ미디어의 생존 비결은 시계를 잘 따라가며 노래방이란 공간을 꾸준히 변화시켜 왔다는 데에 있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도 최신 기술을 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시간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발전 역시 TJ미디어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기술의 발전에 맞춰 노래방을 개선한 것만큼이나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을 제공하는 게 사업 성패를 결정짓는 구조다. 대중문화 음악을 모두 담아야 하는 사업적 숙명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과거엔 고객이 좋아하는 음악을 ‘빠르게 잘’ 담는 게 중요했다. 지금은 음악의 양·질·업로드 속도는 기본이 됐다. 여기에 더해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지점으로 부상했다. 노래방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덧붙인 동시에, 콘텐츠 유통 채널을 다각화해 소비자 접점을 늘린 이유다. 기술적으로 잘 만든 기계를 파는 단순한 구조로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문화 자체를 만들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윤 대표의 이런 판단은 시장의 성과로 나타났다. TJ미디어가 코인노래방 기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코인노래방의 주 고객층은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다. 자회사 드림의 음원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작은 공간에서도 하울링(특정 주파수가 크게 증폭되는 잡음) 현상을 잡는 ‘피드백 캔슬러’를 개발했고, 음향 설비 역시 ‘MZ세대’에 맞춰 고도화했다. ▲클럽 기능 ▲사용자 취향에 맞춰 마이크·음원·에코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 ▲퍼팩트 스코어(점수 정밀 채점) 등도 MZ세대가 TJ미디어 기기가 설치된 코인노래방을 찾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코인노래방 맞춤형 관리 시스템도 빠르게 마련해 업주의 선택을 끌어냈다. 일본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의 확장이나 필리핀 반주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성과도 기술에 문화를 더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다.
윤나라 TJ미디어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즐거운 경험, 그 자체를 파는 기업”

윤 대표는 취임 후 4년간 다양한 성과를 내며 지금은 회사 안팎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본업인 노래방 사업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직격탄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노래방 영업정지’를 포함한 강도 높은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됐던 시기에 TJ미디어 수장이란 무게를 건네받은 셈이다.

실제로 윤 대표가 취임한 2020년 회사 실적은 악화 일로였다. 당시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6.2% 감소한 55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2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창업주 윤재환 TJ미디어 회장의 장남인 윤 대표의 등판을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984년생, 당시 만 40세도 되지 않은 경영자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냔 우려였다. TJ미디어 해외영업팀장으로 10년간 쌓은 경험만으론 코로나19란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엔 부족할 수 있단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종식을 생각지도 못할 시기에 노래방 기기 납품 기업의 대표로 30대 경영자가 등판했기에 이런 시장의 우려는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했다.

윤 대표는 취임 당시의 심정을 비교적 담담히 말했다. “부담이나 우려보단 ‘잘 해내야겠다’라는 마음이 컸다. 노래방 점주분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회사는 코로나19를 버틸 체력이 있지만, 점주분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분들의 힘듦을 어떻게 하면 함께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경영자로선 대외 시선보단 ‘코로나19가 끝나도 노래방을 찾지 않는 현 문화가 고착하지 않을까’란 점이 두려웠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란 심정으로 코로나19 종식 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젠간 끝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경영이 어려워도 투자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시기를 노래방을 더욱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리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자고 생각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윤 대표의 이런 마음가짐은 시장 예상보다 일찍 성과로 나타났다. TJ미디어의 2021년 연간 매출은 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28억원으로 집계되며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기도 전에 ‘적자 터널’을 탈출한 셈이다. 1년 만에 경영 능력을 숫자로 증명하자, 윤 대표를 둘러싸고 제기되던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윤 대표는 “가정에서 노래를 부르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웹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 점이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반도체 대란’이 벌어지면서 자회사 드림이 성장 기회 잡았단 점도 흑자 전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윤나라 TJ미디어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중 글로벌 진출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고통이었던 코로나19 시기를 극복한 배경으로 ‘아버지 조언’을 꼽았다. “1997년 IMF(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며 발생한 외환 위기)를 몸소 극복한 회장님은 ‘위기가 끝난 후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말을 평소에도 자주 하셨다. 창업 후 지금까지 유지해 온 ‘무차입 경영’ 원칙도 가르침이 됐다. 힘든 시간·어려운 환경에 집중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힘든 점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단 개인적 깨우침을 코로나19 시기 얻은 것 같다. 시대 변화를 빠르게 파악, 사업 기회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도 이때 얻은 자산이다.”

윤 대표는 코로나19 시기 준비한 사업을 순차적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이에 따라 TJ미디어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2년 연간 매출 859억원, 연간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외연 확장을 이뤘다. 특히 지난해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간 연간 매출은 964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3% 올랐다.

TJ미디어는 윤 대표 경영 아래 ‘종합 콘텐츠 기업’ 혹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윤 대표는 그러나 회사의 성격을 묻는 말에 “노래방 문화를 이끌면서 세계로 나아가는 업체”라고 답했다. 그는 “TJ미디어의 사업 본질은 ‘즐거움’에 있는데, 이 가치는 세계 어디서든 통하리라고 확신한다”며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식 노래방 문화가 안착하는 걸 꿈꾸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이를 위한 다양한 사업적 시도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비교적 최근 4년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변화가 곧 생존”이라고 말하는 윤 대표에게 ‘다음’을 물었다. 그는 ‘플랫폼’을 답변으로 내놨다. “반주기와 음향시설,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TJ미디어가 가장 잘하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적절히 녹여낸다면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도 꿈이 아니다. 콘서트·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은 VR·스트리밍 등의 영역에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특별한 방식으로 제공할 기초 기술도 대거 확보한 상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들기보다, 넷플릭스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요인을 다수 갖추고 있다는 게 현재 시점에서 TJ미디어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판단한다. K-콘텐츠의 세계 열풍이란 시대적 기회도 마련돼 있는 만큼 ‘글로벌 플랫폼 도약’을 제대로 이뤄보고 싶다. 노래하는 즐거움을 넘어 ‘재미있는 경험’ 자체를 제공하는 기업을 꿈꾼다.”
윤나라 TJ미디어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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