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 벗어나 ‘AICT’ 내세우는 김영섭 KT 대표
[韓 ICT 미래 이끌 통신 3사 CEO]②
KT 혁신 비전 선언…"AI 잘해야 통신도 잘할 수 있어”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김영섭 KT 대표는 전임자였던 구현모 전 대표가 내세웠던 ‘디지코’ 색채를 지우고 최근 ‘AICT’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ICT란 인공지능(AI)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 역량에 IT와 AI를 융합한 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면서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KT는 구 전 대표 시절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비전을 내세우게 됐다. 디지코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 전 대표의 핵심 전략이었다.
김 대표는 AI를 강조하기 위해 AICT라는 새로운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DX’(디지털 전환)도 'AX’(AI 전환)로 바꿨다. 그는 “KT의 본업이 통신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다 AI로 뒤덮여 있다”며 “AI를 잘해야 본업인 통신도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전사 ‘AI 대전환’ 본격화
아울러 김 대표는 인재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선보인 저력 있는 나라”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KT의 성장을 위해 AI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KT는 전사적으로 AI 대전환에 나선다. KT는 올해 사원부터 임원까지 전 직급에서 AI 등 ICT 전문 인력을 1000명 규모로 채용하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을 다진다. 또 KT의 AI 리터러시(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강화를 위해 KT 임직원들의 AI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클라우드와 AI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영역까지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
AI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첫 단계로 전사 IT 기본역량 향상을 위한 ‘AX 디그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료 조건을 만족해야 다음 단계를 수강할 수 있는 서바이벌 형태로 진행되는 이 과정은 KT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약 6개월에 걸쳐 ▲AI모델링 ▲데이터 사이언스 ▲디지털 리터러시 ▲클라우드 인프라 ▲KT 데이터 분석 등의 세부 과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AI와 IT 관련 공인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며, 응시료와 함께 자기 계발 격려금을 지급한다. 참가자들은 실제 업무에서 AI를 적용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KT는 2022년부터 카이스트·포항공대·한양대 등 국내 대학과 함께 AI 석사과정을 마련하고 AI 연구와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재를 직접 육성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방식으로도 AI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3월부터는 AI 계약학과 졸업생이 KT에 처음으로 입사해 AI 개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KT는 AI 네이티브 환경을 내재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체 초거대 AI ‘믿:음’과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 등을 함께 활용하는 ‘멀티 거대언어모델(LLM)’ 전략 기반의 내부업무 혁신 플랫폼 ‘Gen.AIDU’(이하 젠아이두)를 개발하고 전사에 적용한다. 젠아이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API를 직접 개발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으로, 업무 편의성을 높이고 보안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내부의 방대한 상품과 서비스, 업무 지식을 AI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생성형 AI 지식 응대 서비스인 ‘제니’를 공개해 업무에 활용하도록 했다.
KT의 핵심 사업에도 AI를 적용해 업무 개선에 나선다. ‘믿:음’을 이용해 지니 TV의 콘텐츠 마케팅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AI로 콘텐츠의 흥행 등급을 예측해 K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다. 또한 이미지와 영상을 자동 분석하고 화질을 개선해 주거나 포스터 등을 생성해 주는 플랫폼을 개발해 미디어 사업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 거버넌스 체계도 확립하기로 했다. 내부에 적용 중인 AI 윤리 원칙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무 현장에서 이행할 수 있는 지침 형태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특히 AI의 편향성을 바로잡고,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를 엄격하게 관리하며, AI의 위험 수준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AI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KT
KT는 소비자들의 환경과 상황에 맞춤화된 AI를 통해 빠르게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3가지 혁신 동력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시장을 공략하고, 일상과 사회 속에 AI가 스며드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첫째는 AI 개발 환경이다. 소비자의 AI 활용을 위해 데이터 준비·학습·배포·운영까지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둘째는 AI 보조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기존에 KT가 강점을 가진 AICC(AI컨택센터) 서비스를 강화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생성형 AI 상담 서비스를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AI 에이전트다. 초거대 AI를 실시간 네트워크가 연결된 서비스 형태뿐 아니라 핸드폰, TV 등 온디바이스(On-Device)로도 확장해 소비자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특화 슈퍼앱(Super-App)을 공동 개발해 AI 뱅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공공 분야에서는 보안성이 보장된 풀스택 클라우드(Full-Stack Cloud)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T는 3가지 AI 혁신 동력과 함께 AI 도입부터 구축·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AI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을 지원하는 AI 매니지드 서비스 프로바이더(MSP)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멀티 LLM을 제공하고, 사업 및 고객에게 특화된 경량화 모델(SLM)도 제공하는 KT AI 사업의 멀티 옵션 전략으로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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