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겨냥한 생물보안법…CDMO 기업 반사이익 기대↑
[미중 바이오 패권 전쟁]③
“우시그룹 수요 중소형 기업이 가져갈 듯”
해외 기업 우선 수혜 전망…“역량 키워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두 국가의 갈등으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중국의 특정 기업을 겨냥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안에 명시된 기업이 국내 기업의 경쟁사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는 상당수의 중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면 이들 기업의 시장 지위가 흔들리면서 국내 기업이 이들 기업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현재 낮은 가격을 무기로 CDMO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이 표적하는 기업의 하나다. 우시(Wuxi)그룹에 속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도 합성의약품 CDMO 사업을 통해 매출의 70%를 올리고 있다.
먼저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주요 CDMO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고객의 대다수는 미국 시장에서 임상 단계의 약물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구조를 고려한다면, 생물보안법이 제정 후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당장 우시그룹의 CDMO 수요를 중소형 CDMO가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헬스케어 시장조사업체인 인트론 헬스는 생물보안법으로 전 세계 CDMO 시장에 20%가량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강화된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cGMP)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중소형 CDMO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하려던 기업들이 대체 기업을 탐색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이 공백을 모두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연구원은 “국내 기업 중 cGMP 역량을 보유한 중소형 CDMO 업체는 드물다”며 “해외 중소형 CDMO 기업이 우선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생물보안법 여파에 따른 혜택을 보려면 기술과 규모 등 생산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CDMO 기업, 경쟁 속도 올린다
또한 정 연구원은 “우방국을 중심으로 CDMO 업체를 찾으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대형 CDMO 기업은 생산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 국내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인천 송도에 생산공장을 잇달아 증설하며 생산규모를 늘리는 데 한창이다.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는 기업은 스위스의 CDMO 기업 론자 등, 이미 시장 지위를 확보한 곳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아시아 지역의 CDMO 기업들이 빠르게 이들 기업을 추격하자 생산공장을 인수하거나 증설하는 방법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먼저 론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슈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12억 달러(약 1조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미 세계적인 규모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내 의약품 생산역량을 더 키우려는 모습이다.
론자는 올해 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친 뒤,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5억6100만 달러(약 7574억원)를 더 투자한다. 론자가 이 생산공장을 인수한 이유는 약물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서다. 이 공장은 33만리터 규모의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를 보유하고 있고, 직원 수도 750명에 달한다. 생산규모와 인력 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일본의 CDMO 기업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도 최근 유럽 지역 내 40만리터 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이 회사가 5년 전 바이오젠으로부터 8억9000만 달러(약 1조2015억원)에 인수한 생산공장이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이 공장을 사들인 후 2020년 6월 9억2800만 달러(약 1조2528억원)를, 2022년 6월 16억 달러(약 2조1600억원)를 투자해 세포배양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도 나섰다.
이런 작업을 거쳐 생산공장은 40만리터 규모로 구축됐고, 2만리터 규모 바이오리액터 20개를 확보했다. 생산규모만 보면 유럽 지역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이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올해 하반기 이 생산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인력은 2200명가량을 투입한다.
생물보안법의 표적이 된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미국에 생산공장을 증설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보스턴에 CDMO 시설을 갖췄으며, 바이오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수요에 맞추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에 3만6000리터 규모의 생산공장도 건설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주의 대다수가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가 지난해 체결한 신규 수주의 55%는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중국에서 체결한 신규 수주는 20% 수준이다. 사업의 무게 추를 미국 시장에 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건설 중인 공장도 cGMP 인증을 받아 2년 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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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는 상당수의 중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면 이들 기업의 시장 지위가 흔들리면서 국내 기업이 이들 기업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현재 낮은 가격을 무기로 CDMO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이 표적하는 기업의 하나다. 우시(Wuxi)그룹에 속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도 합성의약품 CDMO 사업을 통해 매출의 70%를 올리고 있다.
먼저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주요 CDMO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고객의 대다수는 미국 시장에서 임상 단계의 약물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구조를 고려한다면, 생물보안법이 제정 후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당장 우시그룹의 CDMO 수요를 중소형 CDMO가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헬스케어 시장조사업체인 인트론 헬스는 생물보안법으로 전 세계 CDMO 시장에 20%가량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강화된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cGMP)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중소형 CDMO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하려던 기업들이 대체 기업을 탐색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이 공백을 모두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연구원은 “국내 기업 중 cGMP 역량을 보유한 중소형 CDMO 업체는 드물다”며 “해외 중소형 CDMO 기업이 우선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생물보안법 여파에 따른 혜택을 보려면 기술과 규모 등 생산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CDMO 기업, 경쟁 속도 올린다
또한 정 연구원은 “우방국을 중심으로 CDMO 업체를 찾으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대형 CDMO 기업은 생산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 국내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인천 송도에 생산공장을 잇달아 증설하며 생산규모를 늘리는 데 한창이다.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는 기업은 스위스의 CDMO 기업 론자 등, 이미 시장 지위를 확보한 곳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아시아 지역의 CDMO 기업들이 빠르게 이들 기업을 추격하자 생산공장을 인수하거나 증설하는 방법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먼저 론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슈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12억 달러(약 1조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미 세계적인 규모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내 의약품 생산역량을 더 키우려는 모습이다.
론자는 올해 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친 뒤,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5억6100만 달러(약 7574억원)를 더 투자한다. 론자가 이 생산공장을 인수한 이유는 약물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서다. 이 공장은 33만리터 규모의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를 보유하고 있고, 직원 수도 750명에 달한다. 생산규모와 인력 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일본의 CDMO 기업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도 최근 유럽 지역 내 40만리터 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이 회사가 5년 전 바이오젠으로부터 8억9000만 달러(약 1조2015억원)에 인수한 생산공장이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이 공장을 사들인 후 2020년 6월 9억2800만 달러(약 1조2528억원)를, 2022년 6월 16억 달러(약 2조1600억원)를 투자해 세포배양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도 나섰다.
이런 작업을 거쳐 생산공장은 40만리터 규모로 구축됐고, 2만리터 규모 바이오리액터 20개를 확보했다. 생산규모만 보면 유럽 지역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이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올해 하반기 이 생산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인력은 2200명가량을 투입한다.
생물보안법의 표적이 된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미국에 생산공장을 증설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보스턴에 CDMO 시설을 갖췄으며, 바이오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수요에 맞추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에 3만6000리터 규모의 생산공장도 건설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주의 대다수가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가 지난해 체결한 신규 수주의 55%는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중국에서 체결한 신규 수주는 20% 수준이다. 사업의 무게 추를 미국 시장에 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건설 중인 공장도 cGMP 인증을 받아 2년 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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