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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 사외이사에 부는 ‘女風’…이사회 내 다양성 강화

[금융사 주총 잇슈]①
여성 사외이사 비중 30% 훌쩍
여성 이사, 이사회 의장에 올라
“‘다양성’뿐 아니라 ‘전문성’도 중요”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올해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동시에 여성 사외이사도 증원해 이사회 다양성을 한층 높였다. 그간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구색 맞추기’,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일부 금융지주는 이사회 의장 자리를 여성 이사에게 맡기는 등 역할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4대금융, 사외이사 내 여성 비중 30%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금융의 사외이사 수는 총 32명이다. 이 중 여성 사외이사 수는 총 10명이다. 이에 따라 4대금융 사외이사진 중 여성 비중이 30%를 넘게 됐다. 

올해 3월 개최된 금융지주 각 사의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내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각 사는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

우선 KB금융은 지난 3월 22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권선주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이로써 KB금융은 기존 여성 사외이사인 조화준 전 KT캐피탈 대표와 여정성 서울대 교수까지 더해 여성 사외이사 3인 체제가 유지됐다. KB금융의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이 중 여성 비중은 40%를 훌쩍 넘는다.

같은 날 진행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주주총회에서도 역시 눈에 띄는 것은 이사회 재편이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했는데, 특히 신임 사외이사에 여성인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기존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까지 포함해 여성 사외이사가 2명으로 늘었다.

우리금융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 명의 신임 사외이사 모두 여성이다. 올해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늘었고, 여성 사외이사 역시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여성 사외이사인 윤재원 홍익대 교수와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교수는 재선임되면서 여성 이사는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권선주 KB금융 이사회 의장(왼쪽), 윤재원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 [사진 각 사]

‘구색 맞추기’ 비판 타파…여성 이사회 의장 탄생

여성 이사회 의장도 탄생했다. KB금융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지난 3월 22일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고 권선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권 의장은 IBK기업은행에서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재임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금융업 전반에 높은 이해도와 전문적인 식견을 쌓은 금융∙경영분야의 전문가다.

KB금융은 “여성 이사회 의장 탄생은 KB금융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KB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전략인 ‘KB Diversity 2027’의 핵심인 다양성과 포용성 문화 확산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또한 윤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이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2010~2011년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 선례가 있다.

귀한 여성 이사…사회 변화 발맞춰 ESG
그간 금융지주 내에선 여성 사외이사를 찾기 어려웠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오를 인재의 풀이 한정적인게 고질적인 문제였다. 유리천장, 경력단절 영향으로 고위직을 경험한 여성 전문가가 적은 탓이다. 실제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로 집계돼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3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 내 고위직 여성 인력이 많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IMF 이후 훌륭한 여성 인재가 많이 퇴직해 상대적으로 인재풀이 적다”면서 “앞으로 밑에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여성 직원 수와 인재 풀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성별 다양성을 기반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노력해왔다. 2022년 8월부터는 자본금이 2조원을 넘는 상장 기업은 이사회의 이사 가운데 적어도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금융권은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섰지만, 최저 기준을 맞추기 위해 1명의 여성 사외이사만 선임 하는 등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들어서야 주요 금융지주가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의 여성 이사 선임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ESG 경영 평가에서 ‘여성 이사 선임’은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 당국이 지난해 말 마련한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당시 당국은 모범 관행을 발표하면서 성별 다양성 등 지배구조 개편을 주문했다. 또한 이를 앞으로 지배구조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사회 내 ‘다양성’뿐 아니라 ‘전문성’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회 다양성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다양성 제고는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지주는 중장기 경영전략과 부합하는 다양성 기준 및 제고 로드맵을 마련하고,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사외이사 평가·임면, 사외이사 교육 등의 과정을 강화해 이사회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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