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신뢰의 파도 넘는 HD현대重...“MRO 다음은 함정 신조”
- HD현대重, 美 군함 MRO 수주 쾌거
MASGA 프로젝트 이후 첫 실질 성과
“최종 단계는 신조...정부 역할 커져”

HD현대중공업은 그간 미국 조선 산업과의 관계에서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이번 수주를 통해 그간 행보와 달리 미국 MRO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아울러 이번 수주는 단순한 정비 계약이 아니라, 미국 방산 조선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000톤급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USNS Alan Shepard)’함의 정기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USNS 앨런 셰퍼드함은 루이스 앤드 클라크(Lewis and Clark)급 화물보급함 시리즈의 세 번째 함정이다. 군수 보급 및 전투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HD현대중공업은 다음 달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정비를 시작할 방침이다. 프로펠러 클리닝·탱크류 정비·장비 검사 등을 거쳐 오는 11월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보수적이던 HD현대重
HD현대중공업은 그간 MRO 분야에서 다소 보수적 입장을 내비쳐 왔다. 생산성과 단가 측면에서 자국 울산 조선소의 경쟁력이 워낙 우수한 데다, 해외 현지 조선소 확보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및 해군이 요구해온 ‘현지화’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에서 실질 수주까지 이어지긴 어려웠다.
미국 정부와 해군은 방위산업 계약을 체결할 때 자국 산업의 육성과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를 위해 바이 아메리칸 액트(Buy American Act)와 ‘국방수권법’(NDAA) 등 주요 연방 법령을 활용한다. 일정 비율 이상의 물자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가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골자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미국 내 조선소나 정비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현지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따라서 미 해군의 정비 파트너로 선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MASGA 프로젝트의 시동과 동시에 달라졌다. 미국은 자국 조선 공급망 붕괴와 해군 함정 유지·보수의 병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체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특히 MRO 분야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협력 성과를 신속히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교두보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 속에서 HD현대중공업은 기존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MSRA를 따낸 뒤, MRO 사업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본격적으로 MRO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따내면서 MRO 추진 의지를 보여왔다”며 “다만 당시엔 여러 불확실성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쉽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울러 MRO 정비를 하려면 물리적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2021년부터 상선 수주가 많이 쌓여 있는 상태라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수주한 사업은 안벽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도크가 아닌 안벽에서 함정을 접안시켜 정비할 수 있기 때문에 도크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수주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정비 수주는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실제로 MASGA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군수지원함이나 전투함 등 신조(新造) 함정 사업의 미국 내 재건이며, 한국 조선업체가 이 과정에 건조 파트너로까지 진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실제 미국 해군은 미 해군은 향후 수십 척 규모의 군수지원 및 보급 함정 등을 신조할 계획이다. 이번 MRO 수주가 해당 분야에서 신뢰 기반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물론 MRO 수주 경험만으로 신조 시장 진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해군은 방산 보안, 생산 이력, 기술 인증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주 확대를 위해선 현지 생산 거점 확보나 미 조선사와의 전략적 제휴 등 추가 조건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이번 MRO 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노리는 목적지는 신조(新造)”라며 “MASGA 프로젝트는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핵심 카드로 작용했고, 미국이 말하는 조선업 재건의 완성은 결국 새 군함을 짓는 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내 노후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내 조선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제공하고, 미측은 입지를 제공하는 구조가 현실적일 것” 이라고 덧붙였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 교수도 “현재 우리가 맡은 MRO는 미국 해군이 긴급하게 필요한 일정을 맞추는 데 우리가 기여하는 구조”라며 “이 과정을 통해 한국 조선소에 대한 신뢰를 미국 측에 쌓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신뢰가 지속되면, 결국 한국에서 선박을 완성해 인도하는 수준의 협력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그게 최종 목표”라며 “이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한미 간 제도 개선 협의, 나 바이 아메리칸 액트 적용 예외 검토, 기술 협력 외교 등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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