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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포트래이 대표 “‘공간전사체’로 암세포 찾아...ADC와도 궁합 좋아”[이코노 인터뷰]

암 세포 위치 중요한 ADC·방사성 리가드 적용 기대
올해 상반기 직접 신약 개발도…“개념증명 마칠 것”

이대승 포트래이(Portrai)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뼈와 근육, 피부, 혈액. 우리 몸은 단백질을 끊임없이 생산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장기와 조직을 만든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 물질이 리보핵산(RNA)이다.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담긴 유전 정보를 복사해 설계대로 여러 구성 요소를 만든다. RNA의 활동을 잘 관찰하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명 활동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대승 포트래이 대표가 ‘공간전사체’에 주목한 이유다. 공간전사체는 RNA 발현량을 통해 위치 정보를 아는 기술이다. 생명 활동 중에서도 ‘위치’가 중요할 때 활용된다. 암이 덩어리화되는 고형암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고형암은 같은 세포라도 암과 가까이 있느냐, 멀리 있느냐에 따라 작용이 변한다”며 “RNA 위치 정보를 통해 고형암 주변 환경을 분석할 수 있어 공간전사체는 항암 분야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대승 포트래이(Portrai)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 대표는 공간전사체가 항암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접한 뒤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의대 동문인 공동 창업자 나권중 이사와, 최홍윤 이사, 임형준 이사와 함께다. 최 이사와 임 이사는 각각 서울대병원 핵의학 전문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이 대표는 “포트래이는 일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회사”라며 “사람이나 동물의 디지털 데이터(공간전사체)를 분석해, 이를 응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포트래이가 집중하는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특히 항암제 개발 기업이 공간전사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항암제는 치료제를 암 덩어리가 있는 곳까지 보내야 한다. 그래야 치료제가 정상 세포가 아닌 암 세포만 공격할수 있어서다. 치료제가 암 세포에 정확히 도달해야 치료 효과도 높다. 이를 위해 포트래이는 ‘포트래이 타겟’과 ‘포트래이 드럭’, ‘포트래이 MOA’, ‘포트래이 TME’ 등 이미 시장에 여러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건강한 사람과 암 환자의 공간전사체를 분석하면 특정 세포의 RNA 발현량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암 환자에게서만 RNA 발현량이 많다면 해당 세포의 특정 유전자, 또는 단백질이 신약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암의 진행도에 따라 표적을 발굴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과 다른 방향으로 암의 중증도와 관련한 새로운 표적을 찾아낼 수 있다”며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통해 아예 후보로도 올라오지 않은 표적을 발굴하게 된다”고 했다.

공간전사체는 RNA를 통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 수 있어, 이런 정보를 활용하는 신약 분야와도 궁합이 좋다. 최근 몇 년 사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항체-약물 중합체(ADC)도 마찬가지다. ADC는 특정 세포를 찾아내는 물질을 치료제에 붙인 약물이다. 암 세포만 찾아내기 때문에 ‘유도미사일’ 항암제로도 불린다.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도 공간전사체를 활용할 수 있는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이다. 이 치료제는 암 세포의 특정 분자를 찾아내는 물질(리간드)과 방사성 동위원소를 묶은 것이다. 

이 대표는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하면 ADC나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의 표적 분포가 어떤 표적에서 이론상으로 더 나은지 알아낼 수 있다”며 “여러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의사결정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대승 포트래이(Portrai)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뉴 파트너 찾아 한 단계 도약 노린다

포트래이는 전 세계 항암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해 이달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로 향한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협업 기관과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한 임직원 7명이 행사 현장에서 공간전사체 데이터 분석 기술과, 공간전사체로 종양미세환경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은 공간전사체를 실제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실증 데이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동시다발로 진행한 연구들의 성과가 올해 결실을 많이 거뒀다”며 “올해 AACR에서는 기업들이 ‘포트래이의 솔루션으로 이런 분석을 수행하면 좋겠다’거나 ‘포트래이와 새 표적을 발굴하면 되겠다’라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했다.

포트래이의 목표는 직접 발굴한 표적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일이다. 기업은 통상 임상 단계에 올라선 물질을 다른 기업에 기술 수출하지만, 포트래이는 약물이 아닌 표적을 기술 수출한다는 설명이다. 포트래이는 올해 상반기에 회사가 발굴한 표적으로 약물을 만들고, 이를 개념증명(PoC) 단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분야는 항암이다. 연구개발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북미와 유럽 등에서 열릴 국제 행사에 이 물질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표적을 여럿 발굴해 신약 개발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은 통상 특정 물질의 개발 성패에 기업의 존망이 달리기 마련이라, 신약 개발 외 표적에 집중한 사업을 추진해 사업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다양한 표적을 빠르게, 지속 발굴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발굴한 표적으로 개념증명 단계의 약물을 여럿 만들어, 이를 세트(set) 형태로 기업에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또, “포트래이의 사업 모델은 이런 세트를 생산, 수출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초기 단계 물질 개발 기업들이 고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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