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5.5도…소주 도수, 계속 낮아지는 이유
[고도주 열풍, 주류업계 지각변동] ③
변화하는 와인·위스키·전통주 시장
술, 이제 먹고 마시는 것에서 음미·감상하는 것으로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가수 박재범 등 유명인사들의 전통주 사업 진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수 성시경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경탁주를 시장에 출시해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인기그룹 BTS의 멤버 진도 제대 후인 올 하반기, 전통주 사업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주류 문화가 예전처럼 단순히 먹고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닌,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음미하고 감상하는 것으로 바뀌며 생겨난 트렌드로 해석된다.
팬데믹 이후 주류 시장, 변화는 시작됐다
기존 위스키·와인·전통주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와인은 양극화가 심화됐다. 팬데믹(감염병 유행) 시기 소비자들은 마트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저가 와인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나 스페인, 칠레 등의 중저가 와인 인기는 크게 하락했고 전체 와인 수입액도 떨어지는 추세다. 대신 프랑스 와인, 특히 부르고뉴 와인 등 고급 와인의 소비가 꾸준히 이뤄지는 분위기다.
와인 수입액 하락은 그동안 중저가 와인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비용적인 이유 때문에 고가의 프랑스 와인으로 갈아타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고소득층 정도만 꾸준히 고급 와인을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또 와인 수입액이 하락한 이유는 와인 셀러(와인 저장고)의 판매와도 연관이 있다. 2021~2022년 당시 와인 인기가 높아지며 셀러 판매량도 급증했다. 셀러에 와인을 채워넣어야 하다보니 와인 판매가 증가했다. 하지만 셀러에 와인이 가득찬 소비자들은 더이상 와인 구매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에 와인을 대거 구매해둔 와인 수입사들은 재고 처리를 고민하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펜데믹 이전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고급 위스키의 경우 해외서 , 저가 위스키는 국내에서 구매하는 패턴을 보인다. 국내에서 고급 위스키 구매 시 주세 및 관세,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세금을 최대 160%까지 물어야 한다. 외국에서 반값 구매가 가능한데 굳이 국내에서 비싼 세금을 내며 위스키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과거 팬데믹 시기에는 해외 출국이 어렵다 보니 모든 위스키를 국내에서 구매해야 했다. 실제 팬데믹 시기 위스키 수입량은 2019년 2만톤(t)에서 지난해 3만586t으로 70%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량은 늘었지만 위스키 수입액은 2억5957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이는 고가 위스키 구매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저가 품목 수입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지금의 위스키 시장은 팬데믹 이전으로 다시 회귀 중이라는 얘기다.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6도까지 떨어졌다. 새로 출시된 ‘진로 골드’의 도수는 15.5도다. 왜 소주 도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시장에서 주류 도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10년 전 ‘참이슬 오리지널’(20.1도)과 ‘참이슬 후레쉬’(16도)의 시장 점유율은 50대 50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대 80 정도로 참이슬 후레쉬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이는 도수가 낮아야 음식과 즐기기 편하기 때문이다.
소맥(소주+맥주)이 20년이 넘게 유행하는 이유도 맥주를 통해 도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하이볼의 인기 역시 위스키의 도수 하락과 관련이 있다.
해외에서 와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주종이어서다. 이에 외국인들은 한국의 소주 문화를 신기해한다. 도수가 높은 소주를 와인처럼 음식과 편하게 곁들여 먹기 때문이다. 마치 소주를 와인처럼 마시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소주의 도수가 와인과 비슷한 13도 전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소주 도수 1도 하락 시 기업은 병당 6원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원가 절감은 새로운 마케팅 추진 동력이 된다. 최근 새로·진로 이즈백·진로 골드 등 희석식 소주임에도 신제품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다.
침체 중인 주류 시장, 반전은 있을까
박재범의 ‘원소주’·백종원의 ‘백걸리’ 같은 브랜드, 그리고 ‘술마켓’·‘술팜’·‘백술닷컴’·‘홈술닷컴’ 등의 전통주 플랫폼, 또 ‘술담화’ 등의 구독서비스 확대로 전통주는 팬데믹 시절인 2022년도에 엄청난 성장세를 이뤘다. 당시 시장 규모는 1600억원으로 불과 4년 전 400억원대 시장이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전통주가 주류 중 유일하게 비대면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 선물하기’ 등 플랫폼에서 전통주는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통주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 트렌드를 이끌던 MZ세대들이 해외 여행 및 유학 등 해외에서 적지 않은 소비를 하고 있어서다. 다만 와인 및 위스키와 달리 전통주는 해외 공급처가 없어 안정적인 인기를 끌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불경기 및 해외 소비 확대로 국내 주류 시장 분위기는 다소 침체 중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류 문화는 이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음주문화 건전화를 확장시키고 고부가가치 제품이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앞으로의 술 문화는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마시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주류 시장이 흥미진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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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주류 시장, 변화는 시작됐다
기존 위스키·와인·전통주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와인은 양극화가 심화됐다. 팬데믹(감염병 유행) 시기 소비자들은 마트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저가 와인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나 스페인, 칠레 등의 중저가 와인 인기는 크게 하락했고 전체 와인 수입액도 떨어지는 추세다. 대신 프랑스 와인, 특히 부르고뉴 와인 등 고급 와인의 소비가 꾸준히 이뤄지는 분위기다.
와인 수입액 하락은 그동안 중저가 와인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비용적인 이유 때문에 고가의 프랑스 와인으로 갈아타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고소득층 정도만 꾸준히 고급 와인을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또 와인 수입액이 하락한 이유는 와인 셀러(와인 저장고)의 판매와도 연관이 있다. 2021~2022년 당시 와인 인기가 높아지며 셀러 판매량도 급증했다. 셀러에 와인을 채워넣어야 하다보니 와인 판매가 증가했다. 하지만 셀러에 와인이 가득찬 소비자들은 더이상 와인 구매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에 와인을 대거 구매해둔 와인 수입사들은 재고 처리를 고민하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펜데믹 이전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고급 위스키의 경우 해외서 , 저가 위스키는 국내에서 구매하는 패턴을 보인다. 국내에서 고급 위스키 구매 시 주세 및 관세,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세금을 최대 160%까지 물어야 한다. 외국에서 반값 구매가 가능한데 굳이 국내에서 비싼 세금을 내며 위스키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과거 팬데믹 시기에는 해외 출국이 어렵다 보니 모든 위스키를 국내에서 구매해야 했다. 실제 팬데믹 시기 위스키 수입량은 2019년 2만톤(t)에서 지난해 3만586t으로 70%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량은 늘었지만 위스키 수입액은 2억5957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이는 고가 위스키 구매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저가 품목 수입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지금의 위스키 시장은 팬데믹 이전으로 다시 회귀 중이라는 얘기다.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6도까지 떨어졌다. 새로 출시된 ‘진로 골드’의 도수는 15.5도다. 왜 소주 도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시장에서 주류 도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10년 전 ‘참이슬 오리지널’(20.1도)과 ‘참이슬 후레쉬’(16도)의 시장 점유율은 50대 50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대 80 정도로 참이슬 후레쉬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이는 도수가 낮아야 음식과 즐기기 편하기 때문이다.
소맥(소주+맥주)이 20년이 넘게 유행하는 이유도 맥주를 통해 도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하이볼의 인기 역시 위스키의 도수 하락과 관련이 있다.
해외에서 와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주종이어서다. 이에 외국인들은 한국의 소주 문화를 신기해한다. 도수가 높은 소주를 와인처럼 음식과 편하게 곁들여 먹기 때문이다. 마치 소주를 와인처럼 마시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소주의 도수가 와인과 비슷한 13도 전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소주 도수 1도 하락 시 기업은 병당 6원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원가 절감은 새로운 마케팅 추진 동력이 된다. 최근 새로·진로 이즈백·진로 골드 등 희석식 소주임에도 신제품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다.
침체 중인 주류 시장, 반전은 있을까
박재범의 ‘원소주’·백종원의 ‘백걸리’ 같은 브랜드, 그리고 ‘술마켓’·‘술팜’·‘백술닷컴’·‘홈술닷컴’ 등의 전통주 플랫폼, 또 ‘술담화’ 등의 구독서비스 확대로 전통주는 팬데믹 시절인 2022년도에 엄청난 성장세를 이뤘다. 당시 시장 규모는 1600억원으로 불과 4년 전 400억원대 시장이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전통주가 주류 중 유일하게 비대면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 선물하기’ 등 플랫폼에서 전통주는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통주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 트렌드를 이끌던 MZ세대들이 해외 여행 및 유학 등 해외에서 적지 않은 소비를 하고 있어서다. 다만 와인 및 위스키와 달리 전통주는 해외 공급처가 없어 안정적인 인기를 끌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불경기 및 해외 소비 확대로 국내 주류 시장 분위기는 다소 침체 중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류 문화는 이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음주문화 건전화를 확장시키고 고부가가치 제품이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앞으로의 술 문화는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마시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주류 시장이 흥미진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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