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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부터 AI반도체·K-POP까지 불붙은 이색 ETF 출시 경쟁

[이색 ETF 열전]①
올초부터 성장성 높은 이색 ETF 대거 등장
차별화 전략 더해지며 투자 선택 폭 넓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올해 초부터 이색 상장지수펀드(ETF)가 줄줄이 등장하면서 ETF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다채로운 분위기다. 단순히 테마형으로 눈길을 끌기 보다는 인공지능(AI)반도체, 비만치료제, 금 등 성장성이 예상되는 산업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관련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선 비만 치료제 ETF 경쟁이 치열하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자산운용업계도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 ETF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삼상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다. 2월 14일 상장 당일 377억원이었던 해당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4월 8일 종가 기준 1227억원을 기록했다.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3배 넘게 몸집이 커졌다. 출시 이후 이날까지 수익률은 18.24%에 달한다.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비만치료제 ETF 출사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의 순항 비결은 종목 구성에 있다. 비만치료제로만 구성된 최초 ETF답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각각 25% 비중으로 할당했다. 그 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비만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인 8개 기업을 동일가중으로 6.25%씩 편입한다. 신흥 강소 제약사인 바이킹 테라퓨틱스, 질랜드 파마가 모두 편입된 유일한 ETF다. 바이킹 테라퓨틱스의 경우 최근 임상 중인 신약이 13주 만에 체중을 14.7% 줄였다는 임상 결과 발표 후 하루에만 121% 급등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월 29일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각각 28%씩 담은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를 내놨다. 그 외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 기업 총 10개사에 투자한다. 이들 기업이 신약개발을 위해 갖춘 풍부한 잉여현금흐름을 배당 자원으로 활용해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KB자산운용도 2월 27일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를 선보였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각각 28%씩 배정했다. 제약사 외 기능성 스포츠 의류 업체 룰루레몬 등 비만 치료와 병행할 수밖에 없는 피트니스 분야 매출 상위 기업들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올 초에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도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1월 3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킨 ‘ACE KPOP포커스’ ETF다. 기초지수는 NH투자증권이 산출·발표하는 ‘iSelect K-POP 포커스 지수’다. iSelect K-POP 포커스 지수 편입 종목 상위권에는 ▲하이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집중 투자 대상인 4개 종목은 직전 2개년도 평균 K-팝 엔터테인먼트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고, 음원 및 음반 발매 사업과 공연 활동 등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 중 선별했다.다만 이들 종목의 주가는 앨범 판매량 감소, 주요 아티스트 이슈 등으로 올 들어서만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가량 급락했다. 해당 ETF 역시 출시 이후 4월 8일까지 -1.47%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업계는 엔터주가 1분기 바닥을 다진 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금값이 상승 가도를 달리면서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상승세다. NH-아문디(Amundi)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는 출시 이후 4월 8일까지 24%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상장된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는 국내 최초로 글로벌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NYSE Arca Gold Miner Index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미국‧캐나다‧호주‧남미 등 글로벌 금 채굴 관련 51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엔터주 담은 ETF 하반기 기대…반도체·금 ETF 상승 가도

비만부터 AI반도체·K-POP까지 불붙은 이색 ETF 출시 경쟁

최근 금 가격이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달러 약세장이 펼쳐지고, 대체재로 기능하는 금의 가치는 오르게 된다. 경기 불안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다. 중국의 금 수요 증가도 금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반도체 후공정 산업을 떼어내 구성한 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AI반도체 성장 수혜를 압축적으로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신한자산운용의 ‘솔(SOL) 반도체 후공정’ ETF는 올 2월 상장 이후 4월 8일까지 수익률 이 31%에 달한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한미반도체, 이수페타시스, 리노공업 등 AI 관련 반도체 후공정 기업에 집중한 포트폴리오가 힘을 발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필수적인 TC본더의 SK하이닉스 공급업체 한미반도체 편입 비중이 국내 반도체 ETF 가운데 제일 높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본격적인 반도체 사이클 업턴과 가동률 회복이 주목되는 국면에서는 상승 폭이 더뎠던 전공정 기업에도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같은 반도체 기업이라도 공정별, 밸류체인별로 어떻게 분류되느냐에 따라 주가 등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구성종목과 편입비중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테마형 이색 ETF가 늘어나는 분위기에 대해 투자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ETF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더 많아진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다만 특화된 ETF의 경우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현금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화된 ETF들 같은 경우는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원하는 시점과 달리 실제 현금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거래 비용들은 생각보다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어느 정도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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