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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비아냥에도 IDC에 ‘진심’…‘AI 시대’ 적기 대응한 네이버의 비결

[‘AI 시대 핵심’ 데이터센터 4사 4색]②
인터넷 기업 최초로 설립한 ‘각 춘천’…SK C&C 화재서 빛난 ‘IDC 안전성’
선제적 투자로 아시아 최대 규모 IDC 마련…‘각 세종’서 생성형 AI 고도화

세종특별자치시 집현동 부용산 부근에 위치한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 [사진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네이버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설립·운영에 ‘진심’인 기업으로 통한다. 2013년 6월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자체 IDC ‘각 춘천’을 설립했고, 2023년 11월에는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IDC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각 세종’의 운영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최근 10년간 보인 행보를 두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네이버가 자체 IDC 설립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을 뿐 아니라 운영 기술도 직접 개발하며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IDC 설립·운영에 이처럼 역량을 결집하는 기업이 드물었기에 ‘헛돈을 쓰는 것’이란 시각도 분명 존재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ICT 서비스 기업이 데이터의 운영·관리를 직접 진행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탓이다. 실제로 네이버 내부에서도 시스템통합(SI) 업체 등에 ‘외주’를 맡기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단 평가가 일부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그런데도 IDC의 직접 운영을 택했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등극하기까지 쌓은 경험을 통해 내린 전략적 접근이다. 네이버는 1999년 6월 공식 출범한 뒤 PC 보급·인터넷 대중화·스마트폰 등장 등 다양한 시대 변화에 대응하며 성장을 이뤘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성장 과정을 통해 데이터의 파급 효과와 서비스 안정화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ICT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기에 여타 기업과 달리 자체 IDC 설립·운영이란 다소 파격적인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무중단·무사고·무재해 기록 중

네이버는 이 같은 기조를 강원도 춘천 동면 구봉산 자락에 ‘각 춘천’을 설립한 후에도 유지했다. ‘각 춘천’에 서버 이원화나 재난 방지 기능 등 다양한 신기술을 지속 적용했다는 의미다. 바깥 공기를 활용해 서버실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효율성을 높여 순차 도입했고, 우수·태양열 활용 등 친환경 시설 확충도 꾸준히 진행했다. 이 시설이 11년째 ‘무중단·무사고·무재해’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배경이다.

네이버는 IDC를 직접 세우고 운영하며 쌓은 다양한 역량을 임대 서버에도 적용, 안전성을 담보해 왔다. ‘헛돈’이란 업계 지적에도 IDC에 막대한 투자를 유지한 사업 운영 방식은 지난 2022년 10월 15일 빛을 발한다. SK C&C 판교 IDC 화재 당시 네이버의 멈췄던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12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같은 시설을 임대했던 카카오는 127시간 33분 만에 서비스 정상화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대다수 서비스가 ‘먹통’이 됐지만, 네이버는 ‘기사 댓글 이용 불가’ 정도로 장애 범위가 한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네이버가 이중화 대상을 서비스·데이터는 물론 IDC까지 포함해 안정화 체계를 구축한 결과다. 카카오는 대기 서버를 동작 서버로 만들기 위한 권한관리 기능인 ‘운영 및 관리도구’의 이중화를 판교 IDC 내에만 적용했다. 정부는 당시 다른 IDC 간 이중화 여부가 서비스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결정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강원도 춘천 동면에 위치한 네이버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전경.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또 ‘각 춘천’ 설립 후에도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며 ‘각 세종’ 건립을 준비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일 챗GPT(Chat GPT) 등장을 기점으로 세계 빅테크 중심으로 전개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서비스 개발 경쟁에 네이버가 적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네이버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는 각 세종에 들어선 서버를 통해 학습·운영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내놓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나 대화형 챗봇 ‘클로바X’(CLOVA X) 등을 운영하는 백본(back-bone) 모델을 말한다. 네이버가 IDC 설립·운영에 보여왔던 ‘진심’이 최근 본격적으로 개막한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학습 데이터의 질·양에 따라 생성형 AI의 성능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각 세종의 운영 시점은 내부에서도 ‘천만다행’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시의적절했다”며 “연구개발(R&D)에 선제적 투자를 지속한 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AI 시대 전초 기지 ‘각 세종’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IDC ‘각 세종’은 세종특별자치시 집현동 부용산 부근을 부지로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시작한 2019년 7월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2023년 8월까지 약 48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네이버는 ‘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예견하고 각 세종 건립을 추진하지 않았다. 단순히 예상보다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Hyperscale) IDC 설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실제로 2013년 6월 ‘각 춘천’ 설립 당시, 네이버는 이 시설만으로도 향후 15년은 거뜬하게 시장 대응이 가능하리라고 봤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마련한 시설이 아니지만, 이를 미리 준비했기에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를 진행할 수 있었던 셈이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세계서 주목받을 시기 1차 오픈된 ‘각 세종’ 서버실엔 이 때문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빼곡하다. GPU는 높은 연산을 요구하는 AI 구현에 필수적인 반도체다. 네이버 측은 “초대규모 AI처럼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며 “슈퍼컴퓨터가 클러스터 형태로 대량 구축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서버실 전경. 인공지능 구현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빼곡하다.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은 ‘아시아 최대 규모 IDC’로도 불린다. 대지면적만 29만4000㎡로, 축구장 41개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63빌딩이 가로누였을 때보다 더 큰 규모로 지어진 건물엔 단일 기업 기준 국내 최대치인 60만 유닛(Unit·서버의 높이 단위 규격)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6차례에 걸쳐 시설 운영을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6차 증설을 마친다면 보관할 수 있는 정보량은 국립중앙도서관 데이터양의 100만 배에 달한다. 랙당 처리 가능 네트워크 대역폭은 800GB로, 각 춘천(320GB)보다 2.5배 효율성을 높였다. 수전 용량 또한 각 춘천의 6.75배인 최대 270MW 전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네이버가 각 세종 앞에 ‘초대규모’란 수식어를 붙여 대외에 소개하고 있는 자신감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각 세종’은 각 춘천의 운영·설립 역량이 고스란히 녹아든 차세대 IDC인 동시에, 로봇 친화빌딩인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잇는 시설이기도 하다. 1784에 적용한 AI·클라우드·5G·디지털트윈·로보틱스·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각 세종’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대규모 IDC에는 필요에 따라 서버를 공급하기 위한 별도 저장 공간이 마련된다. 여유분의 서버를 저장, 데이터 처리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이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네이버는 이 공간에 자체 로봇을 투입했다. 서버를 관리하는 역할의 ‘세로’와 서버실과 창고를 오가며 고중량의 설비를 운반하는 ‘가로’를 통해 자산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각 세종이 운영을 시작할 당시 “최근 데이터·클라우드 기술로 많은 변화가 이뤄지면서 하이퍼스케일 IDC가 기술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지만, 네이버는 이미 10년 전 각 춘천 설립 후부터 각 세종을 준비해 왔다”며 “각 세종은 고사양의 서버 관리와 동시에 현재 크기에서 최대 6배 더 확장될 예정이다. 로봇·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역시 미래 10년을 먼저 생각하고 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버를 관리하는 역할의 로봇 ‘세로’의 운영 모습.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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