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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변하기 시작했다…“주주환원율 50%까지 갈 것”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은행권 배당 확대 이끌고 JB금융 이사회 변화 가져와
“주주환원 통해 국내 가계부채 해결 가능하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은 보수적이다. 기업들이 으레 그렇지만 특히 은행은 손해볼 장사를 꺼린다. 대출 중에서 담보 중심의 가계대출을 키워온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준다는 기초적인 개념에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익을 통해 대출을 키우기에만 급급했다.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자산운용사가 지난 2년 사이에 큰 관심을 받았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7개 금융지주에 주주서한을 보내 남은 자원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이라고 요구했고, 올해엔 JB금융지주 이사회에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인사 2명이 들어가게 했다. 금융권 최초의 일이다. 주주들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에 공감했다. 

얼라인파트너스를 이끄는 이창환 대표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대출 확대 원인도 글로벌 은행에서 찾기 어려운 자본 배치에서 찾았다. 그는 “은행의 가계대출이 국내 총생산(GDP)보다 더 빨리 증가했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는 은행들이 자본 배치를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나라가 버틸 정도의 시스템 레버리지 수준을 벗어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을 주주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남는 자원을 대출 확대에만 집중하고 주주 환원에 활용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의 하락, 즉 만년 저평가라는 현실이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은행에 자본이 필요해지는 위기가 왔을 시 주식시장에서 자본조달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 인해 정부는 또다시 세금으로 은행을 살려주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은행 저평가를 쉽게 볼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 2년 동안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볼 수 없었던 은행주 캠페인을 벌였다. 이 대표는 보수적 은행에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신념이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Q. 얼라인파트너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에 설립했다. 그 전에는 골드만삭스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하고 이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라고 하는 미국계 사모펀드에 다녔다. KKR에선 비상장 회사 경영권을 100% 인수한 뒤 이사회를 통해 관리·감독하며 회사의 가치를 높였고, 약 5~7년 후 매각하는 일을 진행했다. 그 일에 흥미를 느꼈다.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경영하는지 많이 배웠다. 

글로벌 금융기관에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너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지난 10년 동안 관찰한 결과 국내 상장사들의 가치 평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었고 PBR로 보면 계속 내려가는 추세다. 한국 상장주식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1400만명으로 증가, 미국 등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늘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 자본시장처럼 안 되어 있는 국내 시장에 대해 내놓는 목소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보고 얼라인파트너스를 시작했다.

Q. 주주환원 확대 주장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A. 저희가 최초에 했던 공개 캠페인은 SM엔터테인먼트 건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감사를 선임하고 총회를 통해서 라이크기획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라이크기획은 2022년 당시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로 SM이 프로듀싱 용역 등으로 영업비용을 지급해왔다). 그 결과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를 이끌어내며 당시 캠페인이 굉장히 화제가 됐다. 두 번째가 2023년 1월부터 시작한 은행주 캠페인이다. 이번 캠페인은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7개 금융지주에 동시에 캠페인을 전개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을 이렇게 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Q. 동시에 7개 금융사 캠페인을 벌인 이유는

A. 한 금융사의 특정 문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봤다. 준비를 많이 해서 지난해 1월에 캠페인을 시작했다. KKR에 있을 때부터 은행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때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 은행 경영진들의 이해력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 재무제표나 자기자본을 보면 상당히 건실하다. 가계대출 규제도 신중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중국과 비교해도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수익성도 자기자본이익률이 9~10% 정도 나오기 때문에 PBR이 1에서 거래될 수 있다. 지금은 0.3~0.4 정도다. 경영진과 이야기해보면 금융인이기에 이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금융지주 주주 구성을 보면 70% 이상이 외국인 기관 투자자다. 물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주주 구성상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갔을 때 싫어할 투자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은행, 수익 재투자 대출 확대에만 이용”

Q. 주주환원 확대로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들었다. 

A. 굉장히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다. 지금까지 대출이 GDP보다 더 빨리 늘었다. 이 말은 부채 비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
게 된 이유는 은행들이 자본 배치를 정상적이지 않은,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금융지주가 1년에 5조원을 번다고 했을 때 PBR이 0.3이면 자기자본에 재투자를 하면 1조5000억원만 증가한다.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주주들이 이걸 원할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주주 중심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이익을 
대출 확대에만 쓰기보다 자사주 매입·소각 혹은 주주환원에 쓴다. 그럼 자연스럽게 PBR이 올라간다. 

PBR이 0.3임에도 7개 은행이 대부분의 수익을 자꾸 대출 확대에 썼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시스템 레버리지 수준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경기 변동에 취약해진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 

현재 상태에서는 혹시 위기가 올 경우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금융지주들이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PBR이 0.3밖에 안 되는데 그 가격에 유상증자하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100원을 조달하면서 300원어치 주식을 찍어내는 상황인데 손해가 큰 것이다. 결국 다시 국민 세금으로 은행들을 살리게 된다. 

Q. 최근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에 힘쓰고 있다. 

A. 주주들 중에 아무도 이런 상황에 대해 강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2년 전 우리나라 7개 금융지주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4%였다. 하지만 은행주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경영진들은 주주환원을 더 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변화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던 것뿐이라고 본다. 그래서 주주가 목소리를 내주면 해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금융지주들이 잘하고 있다고 본다. 

주주환원을 늘릴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수치로 말하면 7개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이 올해 33%까지 올라왔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38%까지 높아졌다. 이 수준이 50%쯤 되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Q.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부정적 인식에도 변화가 있는지?

A.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잘 모르고 관심 없을 때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선 기업 입장에서 생각했다. 방어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안 좋은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수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를 보면 한 기업에 몇 년째 투자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활동 목적은 당장 주주환원율을 높이려는 게 아니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되 그 전에 자본비율을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건전성을 유지해야 주주환원도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은행으로 말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 이상 되면 더 이상 높이지 않아도 된다.

글로벌 은행과 당국의 기준에서도 이 수준은 적절하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도 CET1이 13%를 넘겼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요구할 수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Q. 올해 JB금융 이사회에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2명이 들어갔다. 

A. JB금융은 굉장히 매력적인 회사지만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 부분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봤다. 경영을 할 때는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해야 한다. 대출 성장과 주주환원에 얼마를 쓸지를 생각할 때, 밸류에이션이 낮으면 주주환원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JB금융이 국내에서 주가수익비율(PBR) 1위권이지만 주가수익률(PER)은 4위로 절대적으로 낮다. PBR이 0.5라고 해도 주주한테는 죄송한 일이다. 자본의 운영에 있어서 대출 성장률을 조금 줄이고 주주환원율을 높여서 밸류에이션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 점에서 동의가 안 되는 상황이다. 주주가 추천한 전문가 2명이 이사회에 들어가면 경영진을 감시·감독하고, 주주환원에 대한 논의가 더 잘될 것이라고 봤다. 

Q.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는 어떻게 보는지?

A. 우리나라에 지금 1400만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가 있고, 주변을 봐도 직장인 중 주식 투자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관심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구조적 변화가 생겼다고 본다. 결국 기업 밸류업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시장이 투명해졌기 때문에 기업 밸류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의적절한 시점에 기업 밸류업을 꺼냈고, 그 점만으로도 시장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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