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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세계 ‘낸드 3위’ WD와 협력 공식화…대형 수주 ‘신호탄’

파두, 웨스턴디지털과 SSD 차세대 기술 ‘FDP’ 공동개발 공식화
‘AI 시장’ 겨냥한 웨스턴디지털,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SSD 출시
1Q 기업용 SSD 시장, 직전 분기 대비 62.9% 성장…파두 ‘청신호’

파두 5세대(Gen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사진 파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 파두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C)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술 협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파두가 웨스턴디지털 수주 사업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웨스턴디지털은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 분야 세계 3위 업체다.

파두는 “미국 스토리지(Storage·데이터 저장 장치) 전문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10일 발표했다. 기업용 SSD에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 ‘FDP’(Flexible Data Placement)의 공동개발이 양사 파트너십의 핵심이다. 그간 시장에선 ‘파두가 웨스턴디지털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식의 소식이 꾸준히 들려왔으나, 기술 협업이 공식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을 겨냥한 신규 SSD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SSD는 다수의 낸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낸드는 값이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병렬로 연결한다면 속도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 반도체가 SSD 컨트롤러다.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해 ‘SSD 두뇌’로 불린다. 파두의 주력 제품은 SSD 컨트롤러다. SSD 경쟁력은 낸드가 아닌 컨트롤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두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파두 외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자·마벨 정도로 드물다.

웨스턴디지털이 AI 시장 확대에 맞춰 자사 제품을 고도화하는 중 파두를 기술 파트너사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파두의 기술을 채택했거나, 향후 채택할 예정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파두 측은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개발하는 FDP 기술에 대해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핵심 저장장치인 SSD에서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SSD의 성능개선은 물론 사용 수명을 크게 연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FDP는 세계 빅테크가 모여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표준을 논의하는 OCP(Open Compute Project)에서 표준으로 제시된 기술이다.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기업)가 제안한 기술로, 구글 등의 세계 빅테크가 적극 채택하면서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파두는 이에 앞서 메타로부터 SSD 컨트롤러 관련 기술 인증을 획득, 이를 기반으로 수주 사업을 따낸 경험이 있다.

파두와 손잡은 웨스턴디지털…의미는?

양사가 함께 개발에 나선 FDP 기술은 실제 고객이 쓰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기록돼 SSD의 수명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문제인 ‘쓰기 증폭’(Write Amplification) 현상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SD의 쓰기 성능을 최대 2~3배까지 향상하는 동시에 수명을 대폭 늘려줄 수 있어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파두 측은 “막대한 데이터가 오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릭 스패넛 웨스턴디지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경우 SSD의 전폭적인 성능개선은 물론 더 긴 수명과 더 낮은 전력 소비를 요청하고 있다”며 “파두와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는 고객들에게도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효 파두 대표도 “FDP 기술을 통해 SSD 저장공간에 데이터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고 이는 스토리지 기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며 “웨스턴디지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최고 수준의 FDP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획기적인 성능개선은 물론 SSD의 수명 또한 증가시킬 수 있는 스토리지 솔루션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 AI 시장 ‘정조준’

반도체업계에선 웨스턴디지털이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는 중에 기술 파트너사로 파두를 선정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6일(현지시간) 5세대 SSD 신규 제품(PCIe® Gen5 SSD)을 공개하고 “업계 최고의 성능의 제품을 통해 고객사의 AI 학습·추론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64테라바이트(TB) SSD’와 ePMR(Energy-enhanced PMR·에너지 향상 PMR) 제품인 ‘UltraSMR 32TB HDD’의 출시도 공식화했다. 웨스턴디지털 측은 이런 신규 제품라인이 “고객사의 AI 투자 효율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총투자비용(TCO)을 줄일 수 있는 스토리지 인프라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TCO은 파두가 이날 FDP 기술 공동개발을 공식화하면서 강조한 지점이기도 하다. 파두 측은 “양사는 FDP 기술이 널리 보급된다면 TCO 감소는 물론 스토리지 효율성 면에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파두는 이번 웨스턴디지털과의 협력과 함께 앞으로도 획기적인 데이터관리는 물론 보다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SSD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6일(현지시간) AI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 웨스턴디지털 홈페이지 캡처]

웨스턴디지털이 파두와 기술 협력에 나선 배경으론 AI 시장 확대에 따라 기업용 SSD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에 세계 기업용 SSD 매출을 37억5810만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62.9% 증가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기반 고용량 수요 증가하면서 기업용 SSD 시장도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기업용 SSD 계약 가격도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웨스턴디지털은 올해 1분기 급격하게 성장한 세계 기업용 SSD 시장에서 점유율 3.6%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용 SSD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고, 파두와 기술 협력을 진행한 셈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낸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2023년 4분기 낸드 시장에서 16억6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점유율은 14.5%로 나타났다. 파두가 이런 영향력을 지닌 웨스턴디지털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면, 단숨에 실적 향상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그레고리 웡 포워드인사이트 대표는 “스토리지 환경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최신 FDP 기술이 적용된 SSD를 채택하게 될 경우,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사는 더 나은 성능·쓰기 증폭 개선·수명 연장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워드인사이트는 SSD 시장 전문 분석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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