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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부동산 낙찰 받았는데…사람이 나가지 않는다면? [스페셜리스트 뷰]

[경매의 정석] ①
채무자가 점유자일 경우 낙찰 이후 별 문제 없어
대항력 없는 점유자·거동수상자의 점유 문제 등으로 어려움 겪기도

법원경매 전문기업 보훈디벨롭의 한정훈 대표가 ‘경매의 정석’이라는 연재를 시작한다. 한 대표는 일반인이 경매에 참여할 때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을 전달하고, 경매에서 어려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명도·대출·미납관리비 등의 경매에서 겪는 주요 이슈와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총 9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경매전문 문구가 표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정훈 보훈디벨롭 대표] 우리는 살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돈을 빌려준 사람을 채권자라 하고 그 돈을 빌린 사람을 채무자라 한다. 채무자는 빌린 돈을 계약 당시의 약정에 따라 갚아야만 하며, 매월 이자를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채무자가 약정한 금액을 체납할 경우, 채무자의 재산이 경매로 나오게 된다.

법원경매 물건으로 올라온 채무자의 재산은 주로 부동산이다. 이유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쉽고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저당 잡힌 부동산에 만약 채무자 본인이 거주하고 있다면 경매에서는 쉬운 권리분석 케이스가 된다. 빌린 돈을 체납했으니 그 부동산이 법원경매로 나온 것이고, 수개월 뒤 최고가 매수 신고인의 도움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부동산 등의 자산을 현금과 바꾸는 것)한 뒤 법원은 채권자들에게 낙찰 대금을 배당한다. 이때 채무자가 곧 점유자이니 인도명령 대상자가 돼 합법적으로 인도명령 결정문에 따라 최고가 매수 신고인은 강제집행 신청을 하고 집행관은 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한다. 이 프로세스가 별다른 이슈 없이 경매를 낙찰 받고 소유권을 받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점유자의 지위를 갖지 않는 상황도 경매에서 종종 발생하는 이슈다. 그 문제를 다음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하여 비교하여 보자. 

2023타경114803 사건의 경우, 서울 강남구에 있는 오피스텔 사건으로 선의의 제3자 임차인이 존재한다.


그 임차인은 소유자 또는 채무자가 아니고, 진성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이 있다. 임차인은 그 대항력을 통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보증금을 변제 받게 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변제방법으로 법원의 배당이 있다. 낙찰자의 등장으로 인해 법원은 낙찰 대금을 받게 되고, 그 대금으로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배당한다. 이러한 배당이 바로 법원경매 제도의 선순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법원 경매 물건 선택 신중해야 

모든 선의의 제3자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슈 없이 서로 웃으면 경매 사건이 종결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임차인이 다 대항력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이다. 대항력을 갖추지 않은 임차인은 어떻게 될까. 

2022타경15061 사례를 통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은 점유자가 맞으나 대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낙찰 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현재 점유자는 보증금을 누구에게 변제 받아야 할 것인지 몰라서 심적으로 괴로운 상태일 수 있다. 본 사건만 보면 낙찰자가 나타나도 법원은 대항력이 없는 점유자의 보증금을 구제해 줄 묘수가 없다.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현재의 점유자는 낙찰자가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점유자가 낙찰 예정자들을 아니꼽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첫 번째 사례인 2023타경114803과 같이 대항력이 온전히 있는 점유자들은 경매 낙찰 예정자가 방문 하면 환대를 하고, ‘어서 낙찰받아 주기를 고대한다’며 다과와 음료수 등을 챙겨준다. 그 이유는 낙찰자가 있어야만 본인의 보증금을 변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사례인 2022타경15061은 점유자가 대항력이 없기에 당연히 경매인들을 환대할 수 없는 것이다.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나타나더라도 점유자는 보증금을 변제 받을 수 없고, 다만 인도명령 대상자이기에 수개월 내로 점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경매물건을 선택해야 모든 이해관계자가 큰 이슈 없이 사건을 종결 지을 수 있을까. 현재 소유자가 점유자로 있는 물건을 낙찰 받거나 또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물건을 낙찰 받는 것이 좋은 방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낙찰 대금에서 점유자의 보증금을 잘 변제해주는 경매물건이 곧 이슈 없이 종결되는 케이스가 된다. 여기서 이슈 없이 종결되더라도 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의 사례를 보면서 어떤 사건이 후에 발생할 수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알아보자.


경매 권리분석 완벽해도 예상치 못한 이슈 발생

지인이 한 오피스텔을 낙찰 받은 사례가 있었다. 수년 뒤 초역세권이 될 오피스텔이었고 건물도 깔끔하며 미납관리비도 없고 특별한 이슈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아주 깨끗한 물건이었다. 현장 조사 결과 임대차 관계도 없었고, 소유자가 거주도 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이슈 없이 소유권이전 촉탁등기까지 완료했다. 그리고 그 오피스텔을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월세 매물로 올려놓고 임대차 계약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존재하지 않던 거동수상자(이하 거수자)가 나타나면서 지인을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거수자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들어가서 끝끝내 퇴거에 불응하는 것이 아닌가. 지인은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월세를 놓기 위해 비밀번호를 인근 복덕방에 공유한 것이 화근인지, 디지털 도어록 틈 사이로 뭔가를 넣어 문을 연 것인지 모른다. 그저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본인은 살고 있었던 사람’이라며 본인을 내보내려면 이사비 500만원을 줘야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거수자는 돈을 요구하는 주장으로 일관하며 최고가 매수 신고인의 수명을 깎아 먹고 있었다. 이에 경찰을 부르고 열쇠 수리공까지 불러 결국 문을 강제 개방해 거수자와 조우하게 된다. 거수자는 불과 1주일 전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으로 밝혀졌고, 사건은 더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본 사건은 유튜브 ‘경매의 정석’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데, 조회수 1000만을 앞두고 있음은 그 당시 뜨거운 관심을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한국은 입법·사법·행정이 분리된 삼권분립의 국가다. 입법부에서 법을 만들고, 사법부에서 법률을 적용하고, 행정부에서 정책을 집행한다. 바로 이 부분이 법의 맹점으로 작용하여 위 경매 사례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불과 1주일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거주 공간에 자기 양말 한 짝이라도 놓는 순간 점유권이 생긴다. 공실이었으니 그 누구의 짐도 있지 않은 상태였고, 그 양말 한 짝이 바로 거수자의 점유권을 발동시킨 셈이다.  

이는 곧 점유권 유무의 판단 주체가 누구인지를 봐야 하는 영역이다. 당시 출동한 경찰 공무원들은 사법부가 아니기에 판단하지 못한다. 판단은 판사가 직접 하는 것이기에, 경찰 공무원들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거수자가 1주일 전 교도소에서 출소했다고 협박 아닌 협박으로 직접 말을 해도 경찰은 점유권에 대해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불법으로 침입한 사람이 맞지만, 점유권이 있는 것처럼 언행을 하니 경찰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유권이전 촉탁등기를 마치고 나서 공실로 깔끔하게 만든 뒤 월세를 내주려고 집을 내놨는데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까지 대동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으나 고소장을 접수해 소를 제기하는 것이 현재의 법체계이니 지인은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사건이 종결되고 나중에 알아보니 교도소라는 곳에서 경매에 나온 물건에 들어가서 점유권을 행사하면 이사비 5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그들만의 ‘꿀팁(?)’ 덕분에 거수자가 직접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거동수상자의 점유권 ‘인도명령’으로 해결 가능 

교도소 거수자 문제를 최소의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002년 인도명령 제도가 신설됐는데, 이를 알면 굳이 명도소송을 하지 않아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인도명령이란 낙찰자에게만 주어지는, 낙찰자가 꼭 휘둘러야 하는 아주 매력적인 무기이다. 소유권이전 후 6개월 이내에만 사용할 수 있는 낙찰자만의 권한이고, 보통 대항력이 없는 점유자에게 사용하게 된다. 대항력의 요건은 전입신고와 점유인데, 정상적인 임차인들은 이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끔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이 있는데 그들이 일반적으로 인도명령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거수자는 당연히 전입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도명령 대상자가 된다. 인도명령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 하나가 더 발생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할지라도 거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아야 제도를 활용하든 말든 할 수 있다. 교도소에서 1주일 전에 출소한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찰 공무원의 공권력을 활용하면 된다. 거수자가 계약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음을 경찰서에 신고하고,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직접 거수자의 인적사항을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거수자의 인적사항을 경찰로부터 받고 이를 인도명령 신청서에 기재한 뒤 강제집행을 위한 결정문을 법원으로부터 발급받으면 된다. 그렇게 모든 신청을 하고 나면 며칠 뒤에 법원에서 판결을 해준다. 그 결정문과 송달증명원을 지참해 해당 법원 민사집행과로 방문해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비로소 집행관과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집행관과 만날 약속을 잡고, 직접 해당 집으로 가서 열쇠 전문가와 합법적으로 강제 개문을 하면 된다. 이후 법원의 안내장을 붙이면 강제집행을 위한 마지막 단계까지 마치게 된다. 

여기서 특이 사항이 존재하는데, 100건의 강제집행 신청이 있었다면 70~80건은 취하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강제 개문의 위력 때문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업무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누군가 집 대문을 뜯은 흔적이 있고, 집안 내부를 보니 법원의 안내장이 가장 잘 보이는 벽에 붙어 있다. 이 모든 것이 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압박감은 실로 엄청나다. 그렇기에 실제 강제집행까지 가는 경우는 100건 중 20~30건에 불과하다.

이렇게 인도명령 제도와 강제집행을 통해 큰 문제 없이 이사비를 들이지 않고 거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의 신청 방법과 사이사이를 잇는 노하우를 모른다면 변호사 선임비용 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용들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노고 또한 엄청나다는 것을 교도소 출신 거수자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사비 500만 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 사건을 초석으로 삼아 채권·채무 관계의 동맥경화를 풀고, 낙찰자에게 이익도 안겨주는 이로운 법원경매를 잘 배워두는 것을 추천한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이뤄지는 제도를 익히며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배우고 내집 마련의 지식적 기반을 잡아가는 것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정훈 보훈디벨롭 대표

한정훈 보훈디벨롭 대표는_고려대 경영학·법학을 전공했고 2014년 경매전문 기업 보훈디벨롭을 설립했다. 현재 고려대 교우회 부회장, 고려대 경제인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유튜브 ‘경매의 정석’을 운영하고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법원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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