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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인기 시들한데 월 납입 인정금액 ‘10만→25만’상향…“빈 곳간 채워라”

현재 월 50만원 저축해도 10만원까지 인정
상한 높이면 연말 소득공제도 늘 듯
청약 인기 시들, 주택도시기금 급소진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크레인이 움직이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주택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 금액이 최대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 조정된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 32개 과제를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월 납입 인정금액제도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많은 돈을 저축해도 상한을 지정해 일정 부분만 인정했던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데, 50만원을 저축하더라도 공공분양주택 당첨자 선정 때는 월 납입액을 10만원까지만 인정한다. 1년에 120만원, 10년이면 최대 1200만원을 인정한다.

그런데 이번 규제 개선 조치가 시행되면 인정금액 상한이 월 25만원으로 올라간다. 매월 25만원을 청약통장에 저축하면 연말 소득공제를 300만원 한도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청약저축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간 납부 한도를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렸다. 무주택 가구주이고,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이면 청약통장 연간 납입액의 40%(최대 120만원)를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청약 가입자 주는데, 대출 등 기금 사용은 확대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주택도시기금에 적립된 저축액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서민들의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대출,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한다. 주로 청약통장 저축액이 재원의 밑바탕이 되는데 최근 이 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2022년 초 49조원에 달했는데 올해 3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줄면서 유입 자금이 넉넉지 않은데, 부동산 신생아 특례대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 대출 등 기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늘면서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토부에서도 이런 속도라면 여유자금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납입액 인정금액이 상향 조정되고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던 청약통장 가입자 일부가 저축액을 25만원으로 늘리면 기금 사정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시중은행이 관리하는 청약부금·예금을 주택도시기금이 관리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것도 기금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15년 9월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된 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청약부금은 85㎡ 이하 민영주택, 청약예금은 민영주택, 청약저축은 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민간·공공 구분 없이 모든 주택 유형에 청약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청약통장이 일원화면서 세 통장의 신규 가입은 중단됐지만, 기존 가입자가 남아있고 이 재원은 시중은행이 관리한다.

지난 4월 기준 청약부금 계좌는 14만6768개, 청약예금은 90만3579개, 청약저축은 34만9055개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청약부금·예금·저축 가입자가 통장을 해지하고 주택청약저축통장에 재가입하면 기존 납입 실적을 인정하기로 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제도개선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위법령들은 즉시 개정 작업에 착수하고 법률 개정 필요 사항에 대해서도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주택 청약을 기대하고 꾸준히 저축했던 납입자들이 이를 해지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할지는 미지수다. 민영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을 10년 이상 납부한 사람이라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해 공공주택 청약을 넣으면 신규 납입분부터 1회차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주택종합청약통장에 가입한 10년 미만 가입자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예전처럼 청약에 당첨돼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다. 그래서 청약 자체에 대한 인기가 식은 측면이 있다”며 “저축, 소득공제 등을 고려해 월 납입금을 늘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택도시기금을 채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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