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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향한 그리움 담아…탈북 작가 7인의 시선 [E-전시]

곽재선문화재단, 탈북 작가 전시 ‘블라썸’ 주최
캔버스에 잉크·시멘트 얹어…재료 활용 다양해
호랑이부터 DMZ까지…회화·설치 60여 점 공개

곽재선 KG그룹 회장(가운데)과 코이, 전주영, 안충국, 안수민, 심수진, 강춘혁 작가(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통일부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한국에 온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196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99명은 20~30대로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 출생자)다.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장을 잡아 새로운 삶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연령대의 북한이탈주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곽재선문화재단이 주최한 전시 ‘블라썸(Blossom); MZ 아티스트 프롬 더 노스’에서는 예술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발굴하는 젊은 작가 7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북한이탈주민이다. 절반가량은 한국에 오기 전 미술을 공부했지만, 나머지는 한국에 온 후 미술을 시작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6월 28일 서울 중구 KG타워 갤러리 선에서 열린 전시 개막 행사에서 “문화예술에 재능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상당수가 국내 유명 대학에 진학해 재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며 “북한이탈주민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데 박수를 보내며, 이번 전시가 분단 현실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작가 7人…작품도 7色

이번 전시에서는 강춘혁·심수진·안수민·안충국·전주영·조다비·코이 작가의 회화·사진·설치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강춘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자화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강춘혁 작가의 작품 ‘자화상’은 멸종한 한반도 호랑이에 자신을 투영한 작품이다. 관객이 생물의 멸종과 멸족을 통해 우리 세대가 걸어가야 할 길을 고민하도록 했다.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브랜드 로고를 변형한 기법의 회화 작품도 여러 점 공개했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의 로고에 시각적 유희를 심었다”며 “관객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숨겨진 유희 요소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심수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 ‘고난 속에서 피어난 꽃2’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이번 전시에서 작품 ‘고난 속에서 피어난 꽃2’를 공개한 심수진 작가는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꽃’을 활용한다. 이번 작품에는 크랙(Crack·갈라짐) 기법을 더해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고통 속에서 각자의 색을 피우는 탈북자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심 작가는 “19살에 탈북, 중국에서 10년을 보낸 뒤 한국에 왔다”며 “찢기고 멍든 영혼이 자유의 땅에서 생명력을 찾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안수민 작가가 자신의 작품 ‘나의 집’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안수민 작가는 상상 속 고향의 모습을 작품인 ‘나의 집’ 시리즈로 표현하고 있다. 고향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재료를 흐르는 듯이 구현해 색채의 변화를 나타냈다. 안 작가는 “꿈을 통해 본 고향은 불명확하고 모호하다”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라데이션 기법을 활용했다” 했다. 또, “어린 시절 경험한 그리움을 기억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작품을 통해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그리운 고향과 마주하며 이를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안충국 작가가 자신의 작품 ‘있다2’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안충국 작가의 작품 ‘있다2’는 캔버스에 시멘트를 발라 재료의 물성을 살린 작품이다. 안 작가는 “시멘트는 건물을 지을 때 주로 쓰지만, 저는 재료로서의 시멘트를 만지며 (시멘트를 통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했다. 이어 “시멘트를 칼로 긁었을 때 나오는 다양한 색의 조합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며 “(있다2 외) 다른 작품에는 낙하산과 비행기 등 다양한 요소를 배치해 작품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전주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스페이스’(Space)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전주영 작가의 작품 ‘스페이스’(Space)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세 개의 대형 캔버스를 연결한 작품으로, 전 작가는 이 작품을 석 달에 걸쳐 완성했다. 그는 “DMZ는 ‘철조망’, ‘위험’, ‘경계’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베일에 싸인 하나의 공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관객이 작품 속에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 DMZ라는 공간 자체를 친숙하게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조다비 작가(이날 불참)는 사진 작품 ‘푸른달: 바라만 볼 뿐 갈 수 없는 곳, 나의 고향처럼’을 통해 이방인의 삶을 조명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갈 수 없는 고향의 이미지를 달에 투영했다. 조 작가는 북한과 중국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함께 전시해, 이방인의 삶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관객과 공유했다.

코이 작가가 자신의 신발 설치 작품 ‘여전히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서병수 기자]
코이 작가는 신발 설치 작품 ‘여전히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를 통해 북한에 있는 친구 50명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50켤레의 운동화 안쪽에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담으면서다. 코이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이방인이 아닌 우리 곁에 함께 하는 ‘친구’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다”며 “신발 안쪽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는 것도 재미 요소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작가와 달리 코이 작가는 예명(藝名)을 쓴다. 이날 전시회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작가도 그뿐이었다. 코이 작가는 “가족이 모두 북한에 있어 부득이하게 예명을 쓰고 있다”며 “마스크를 쓴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곽재선문화재단의 ‘공존’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다. 서울 중구 KG타워 갤러리 선에서 6월 28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린다. 휴관일은 일, 월요일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이날 전시 개막 행사에는 곽재선문화재단 이사장인 곽재선 회장과 곽혜은 이데일리M 대표,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 하무진 통일부 정착지원과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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