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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심각” vs 국토부 “지엽적”…집값 상승세를 보는 두 해석, 누구 말이 맞을까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 한은 기준금리 인하 발목
국토부 장관 "시장 개입하면 역효과…자제하는 게 맞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5월보다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집값이)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른 해석을 내놨다. 같은 현안에 다른 의견이 나오면서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일 박상우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인구·가구 문제가 (집값을) 몇십%씩 상승시킬 만한 힘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박 장관은 내년부터 3기 신도시 등에서 상당한 물량의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지역적,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 등락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어느 정부 때처럼 몇 년간 계속 오르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했다. 최근 벌어지는 집값 상승세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우려는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계획을 밝히면서도 당장 인하하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가 안정 부분만 평가하면 금리 인하를 논의할 때가 됐지만, 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 폭도 커지는 모양새다. 7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4% 올랐다.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3415억원 늘면서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주택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국토교통부]

집 값 상승 얼마나 이어질지 관건
문제는 지금 아파트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 여부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 하면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기간에 그친다면 박장관의 해석이 맞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정부가 대출 정책을 강화하면서 일부 매매수요자들이 대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이런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사전청약 취소 등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실제 올해에만 사전청약 취소 단지가 5곳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받은 뒤 사업을 취소한 단지는 5곳으로 1739가구에 달했다. 이 중 사전청약 가구 수는 151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우미 린) 토지를 분양받은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했고 경남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도 같은 달 사업이 취소됐다. 지난 6월에는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에 공급할 예정이던 주상복합 사업을 취소했다.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도 시행사 리젠시빌주택이 사업을 취소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건설자재 원가가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자, 건설사들이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취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사전청약을 받고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단지가 24곳(1만2000가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청약 취소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분양의 경우 문제가 생겨도 공공이 책임지고 아파트를 짓지만, 민간사업은 사업자가 중도 포기할 경우 당첨자가 손쓸 길이 없다. 사전청약 당첨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았던 가구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매수에 뛰어들 경우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박 장관은 “시장 개입은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게 맞다”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준비는 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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